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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사 2 - 아리랑 김산에서 월남 김상사까지 ㅣ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2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6월
평점 :
1권이 주로 친일파들이 반공이데올로기를 통해 사회 지배세력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해 온 과정을 그리고 있다면 2권에서는 주로 박정희 정권을 비롯한 군사정권의 치부와 김일성의 항일운동에 관한 진실에 대해 다루고 있다.
박정희를 제외하고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고 그가 드리우고 있는 그림자는 무척 크다. 그리고 박정희에 대해서는 지금도 극단적으로 평가가 갈리고 있다. 근대화의 초석을 세운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라는 주장에서부터 수많은 사람들을 고문하고 공산주의자로 몰아 사회적으로 암매장한 악독한 독재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주장까지 그에 대한 평가는 정말로 극과 극이다. 어쩌면 모든 평가가 그의 일면을 반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세상사가 한면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 그러나 적어도 그가 우리 현대사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인물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그의 등장이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역사적 발전에 기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긍정 또는 부정의 평가가 내려져야 할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 그런 일이 가능할 지는 모르나, 대한민국 史 02를 읽으면 적어도 박정희의 어두운 면은 확실히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어두운 면은 박정희의 功을 아무리 고려하더라도 덮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박정희의 치부를 들출 때처럼 그의 업적을 찬양하는 주장에 대한 반론은 구체적인 논거가 좀 빈약하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박정희가 아니고 다른 독재자가 집권했어도 그 정도의 경제성장은 충분히 이룰 수 있었다는 식의 무책임한 반론은(저자가 이런 주장을 한 것은 아니다.) 논지를 약화시킬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박정희에 대해서도 평가해줄 면은 평가하여 그의 功을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런다고 그의 어두운 면이 덮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김일성의 항일운동에 대한 글도 내게는 꽤 새로웠다. 어린 시절 어디서 배운 지식인지는 몰라도 과거 우리나라에서 널리 퍼져있던 가짜 김일성설을 어렴풋이 믿고 있지 않았나 싶다. 지금 기억도 못할 어린시절의 나에게까지 그런 인식을 심어주었다면 정말 교육의 힘(특히 왜곡된 교육)이 엄청남을 실감하게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김일성의 항일운동은 실제 있었고 그 성과도 상당했던 것 같다. 다만 김일성의 항일운동에 관해 과장된 부분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러운 저자의 태도가 조금 불만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예비군에 대한 저자의 지적도 발상의 전환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과연 지금과 같은 예비군 시스템이 꼭 있어야 하나. 국가가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분명 인력과 물자의 동원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야 하지만, 지금의 예비군 체계는 누가 봐도 좀 아닌 것 같다. 예비군 관련직종에 종사하는 이익집단이 너무 커져 제도에 손을 대기 힘들어졌다는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상아탑의 비리. 구체적인 사건을 들어보면 정말 말도 안되고 기도 차지 않는 일들이 사립대, 사립고교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우리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다만 당사자가 아니라 관심이 없을 뿐. 그래도 이 책에 나온 정도의 지식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립학교법과 관련된 서로 다른 주장의 당부를 판단할 수 있으려면.
개인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정책 중 지지하지 않는 것이 꽤 있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방향이나, 그런 정책을 추진하는 밑바탕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의 생각이 노무현 정부의 정책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출판사가 한겨레신문사라는 무척 시사적인 점 말고도 크게 보아 저자의 생각과 현정부의 정책방향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고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 한순간에 완전히 전환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상당부분은 적어도 그 방향만은 올바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