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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이, 해가 바뀌었다.
어느 사이, 나도 바뀌었다고...
말 할 수 있는 한해가 될 수 있기를.
다름아닌, 책 덕분에.
사고 / 이스마일 카다레 / 문학동네 (2012)
이스마일 카다레의 신작이 번역되어 나왔다.
그런데 제목부터 줄거리까지...장르적 외피를 흠뻑 뒤집어쓴 모습이다.
사고의 진상을 파헤쳐나가는 것이 씨줄이고, 죽은 남녀간의 비밀스런 사랑(?)이야기가 날줄인 모양인데...
카다레가 이렇게 미니멀하고 대중적인 이야기를? 게다가 현재, 도시를 배경으로?
이래저래 의외인 구석이 많아 더욱 더 궁금증이 인다.
내가 아는 카다레라면...
우리가 예상 가능한 지점을 보기좋게 뛰어넘어 이야기 이상의 이야기를 펼쳐보일 게 분명하니까.
행간 속에 숨어있을 권력과 인간에 대한 수많은 메타포가 언제 어느 순간 우리를 찌를지,
아직 읽지도 않았는데 정신이 번쩍 든다.
단 한번의 연애 / 성석제 / 휴먼앤북스 (2012)
성석제가 작정하고 쓴 연애소설은 과연 어떨까.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의뭉스러운 달변으로 가득할까.
아니면 조금은 여백을 남기며 말을 아꼈을까.
어떻든, 남성 작가가 쓴 남자의 순정 넘치는 연애담은 언제나 설레인다.
내가 남자라서라기 보단, 여인들의 내밀한 연애담과는 또다른 매력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단순하지만 한결같은, 남녀 누구나 꿈꾸게 되는.
그 진심이 이번 성석제의 연애담에도 잘 담겨 있기를.
원숭이와 게의 전쟁 / 요시다 슈이치 / 은행나무 (2012)
일본 전래동화에서 따왔다는 제목이 선뜻 와닿지는 않았지만,
한데 뭉쳐 자신들을 억압하는 강자에 맞서는 약자들을 은유한 제목이라는 걸 알게 되자...
언제그랬냐는 듯 '급관심'이 생겨난다.
게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퍼레이드>의 작가라니.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속도감 있고 감각적인 문체로 그려내면서도,
사회와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을 놓치지 않았던 그의 솜씨가 이번에도 유감없었기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2012)
많은 이들이 놓치곤 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대 장기는 촘촘한 미스터리가 아닌,
아무리 어두운 이야기에서도 감출 수 없었던 따스함 가득한 휴머니티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그러한 따스함을 대놓고 드러냈다고 하니...
그의 못말리는 휴머니즘을 제대로 만끽해볼 기회일 듯.
열쇠 없는 꿈을 꾸다 / 츠지므라 미즈키 / 문학사상사 (2012)
평범한 여인들.
그네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사소하고 당연한 욕망으로 인해 어떻게 무너져 가는지를...
아주 섬세하고 날카로운 필치로 그려낸 단편 모음집이란다.
잘 모르는 작가이지만,
생의 불안을 일상처럼 안고 사는 30대라면...
'열쇠 없는 꿈'을 꾼다는 제목 하나만으로 크게 공감하며 책을 집어들 수 밖에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