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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꾼들
발따사르 뽀르셀 지음, 조구호 옮김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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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꾼들 / 발따사르 뽀르셀 / 책보세


해양문학, 이라는 분류가 따로 가능하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이 <밀수꾼들>이라는 소설을 통해. 그럼에도 소설을 다 읽고나서도 해양문학의 정의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솔직히 알 수 없었습니다. <밀수꾼들>은 제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해양문학'과는 제법 거리가 있었거든요. 바다와 그 바다로 나아간 배, 그리고 그 배 안에 타고 있는 인간군상들을 통해 작가는 인간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더군요. 너무나 간접적이고 비유적으로. 


거친 뱃사람들이 맞닥뜨리는 파도와 폭풍, 혹은 그들을 공격하는 해적과 원주민들. 그렇게 낯선 장소로 나아간 주인공들이 뜻하지 않은 위험을 맞닥뜨리며 절대 육지에서는 할 수 없는 모험을 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그리고 여기에 조금 더 보태서 절대 도망살 수 없는 배 안에 모여있는 선장과 선원들의 각 캐릭터들 각자의 사연과 개별적인 욕망들이 부딪히면서 날것 그대로의 적나라한 인간본성이 드러나고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도는, 바다 사나이들의 비릿한 짠내와 수컷들의 땀냄새로 가득한... 뭐 그런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 아마도 저는 이러한 이야기이기를 기대했던 모양입니다. 해양문학이라는 말, 거기에 <밀수꾼들>이라는 제목이...저를 착각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순수문학이라기 보다는 조금 더 대중적이고 읽기 쉬운 장르소설일 것이라 생각한 것이지요.


그런 탓인지, 솔직히 말씀드려 소설은 잘 읽히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사연을 꿰는 것은 갈수록 불가능해졌고, 누가 주인공이고 누구에게 이입하며 이 소설을 따라가야 하는지 점점 더 난감해졌습니다. 이들이 탄 배는 계속해서 지중해의 어딘가로 나아가고, 빨리 배에 실린 밀수품을 넘겨 각자의 욕망을 해소해야 하지만 자꾸만 이들을 가로막는 사건과 상황들이 발생합니다. 


이렇게만 이야기 하면 그래도 기본 줄기가 있고 하나의 이야기로 꿰어지는 듯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들이 마주하는 건 신화 속 세계의 어딘가처럼 보였고,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현실에 기반한 무언가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한번도 가본 적도, 그렇다고 틈틈이 접해본 적도 없는 지중해의 낯선 지명들, 솔직히 깊게 공부해 본 적 없는 그리스 신화에서 끌어온 비유와 상징들... 그렇게 지중해라는 바다 자체를 주인공으로 삼은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 소설을 저는, 끝내 마음 속 깊이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뒤에 가서 스페인 현대사, 즉 스페인 내전과 얽힌 사연들이 밝혀지는 순간에는 우리의 아픈 현대사가 떠오르며 조금이나마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고, 이들이 가려던 목적지에 도착하는 엔딩에서는 이들의 고단하고 기나긴 여정이 드디어 끝이 났다는 생각에 묘한 안도감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낯선 세계, 막막한 고난과 마주한 인간들의 운명. 그럼에도 그 고난을 어떻게든 이겨내고 나면, 희미하게 나마 희망의 단초를 만날 수 있다는 확신. 작가는 지난 수천 수만년 동안 인간의 삶을 지탱해주던 터전이자 신들의 영역으로 숭배했던 지중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이러한 이야길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제가 제대로 이해한건지는, 알 수 없지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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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아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눈의 아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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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아이 / 미야베 미유키 / 북스피어 (2013)


처음 읽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그러니 사실 저는 이 유명한 추리 소설가에 대해 말 할 자격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몇 년 동안 (몇 년 정도가 아닌가요? 그마저도 얼마나 된건지 잘 모르겠네요...)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 그 무수한 작품들 중 단 한 편도 읽지 않은, 흔히 말하는 '미야베 월드'의 문외한에 불과하니까요. 일본 추리소설을 그리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쩌다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은 적지 않게 챙겨본 편이고, <변호측 증인>, <달리의 고치>, <사우스포 킬러>, <탐정영화> 등등 작년 한 해 동안 읽은 일본 추리소설들만 해도 족이 열 편 정도는 되는 듯 한데... 왜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인지. 심지어 미야베 미유키 여사가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창시자이자 거장인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들을 저 역시 참 많이 좋아하는데도 말입니다. 특히 한국판 영화 <화차>를 보고 나서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제로의 초점>이나 <점과 선>이 바로 떠올라... 영화의 원작자인 미야베 미유키가 진짜 그의 영향을 많이 받은게 사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얼른 그녀의 작품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고 다짐까지 했었더랬는데... 그럼에도 이제야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설이 길었네요. 작가에 대한 이야길 해야 하는데, 너무나 유명한 작가임에도 워낙에 아는 것도 특별한 인연도 없다보니 이렇게 말이 길어졌습니다. 그러니 괜히 아는 척 말고 작품들에 대해서만 짧게 이야기하고 마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작품들, 이라고 한 것처럼...<눈의 아이>는 짧은 중단편 소설들을 모아놓은 단편집입니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진정한 의미의 단편이라 할만한 30페이지 내외의 짧은 소설들인 <눈의 아이>, <장난감>, <지요코> 이렇게 세 편이 연이어 배치되어 있고, 그 뒤로 50페이지 분량의 <돌베개>와 80페이지 가량의 중편 분량인 <성흔>이라는 작품이 놓여져 있습니다. 이들 작품은 어떤 걸 먼저 읽어도 크게 상관없을 정도로 각각 고유의 색깔과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다섯 편을 다 읽고나면 왜 한 권의 작품집으로 묶였는지 이해가 될 정도의 공통점 또한 분명 지니고 있습니다. 이 다섯편의 짧은 소설들은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미스테리 구조를 띄고 있어 넓게 보면 추리물이라 할 수 있지만, 작가의 의도나 느껴지는 정서는 현실적 휴머니티에 기반한 판타지, 혹은 초현실적 세계관에 기반했지만 결국에는 우리가 사는 현실 사회에 대한 이야기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모든 작품들이 작은 동네에서 벌어진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이 사건과 연관된 이들 역시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로 설정해 단편이라는 물리적 '사이즈'에 맞게 그 안에 담긴 이야기 역시 소품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장르, 소재, 정서, 분량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은... 결국 이 소설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 즉 주제적인 측면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의미합니다.


작은 동네에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와 관련된 괴소문이 돌고, 그에 대한 진상이 밝혀진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진실에 관심을 갖거나 진실을 드러내는 이는 형사나 탐정이 아닌 (그 사건과 연관이 있건 없건) 너무나 평범한 우리 이웃이다. (엄밀히 말씀드려 세번째 작품인 <지요코>는 조금 색깔이 다르기에 논외로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전통적인 판타지에 가깝지요) 그러나 이 작품 역시 주제적인 측면에서는 결국 같은 이야길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드러난 진실을 통해 평범한 인간들의 욕망과 갈등, 망설임, 질투 등 보편적인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다행히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반성하고 바로잡으려 노력합니다. 비록 세월이 많이 지났고, 이미 그 피해자 혹은 당사자들은 힘든 시간을 보낸 다음이지만. 언제라도, 어떻게든 지난 시간을 잊지 않고, 도망가지 않은 채 자신의 인생의 한가운데로  걸어들어가는 인물들... 이것이 바로 미야베 미유키가 지극히 사실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초현실적 세계관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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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연기하라]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끝까지 연기하라
로버트 고다드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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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연기하라 / 로버트 고다드 / 검은숲 (2013)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네, 저는 지금 대놓고 이야기하려는 참입니다. <끝까지 연기하라>는 제가 기대했던 숨막힐 듯한 긴장감과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의 재미, 혼이 빠져나갈 만큼의 기막힌 반전... 잘 쓰여진 대중 스릴러 소설이 갖춰야할 이와 같은 미덕들을 두루 갖춘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아쉽게도.

물론 나쁘진 않았습니다. 특별히 덜컹더리거나, 특별히 멈칫거리는 일 없이 소설은 잘 읽혔고 꼭 집어 지적할 만한 논리적 오류나 개연성의 문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별로 재미가 없더라구요. 재미가 뭐 그리 대수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좀 더 많은 대중들을 독자로 삼은 장르문학인 만큼 제법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다고 대단한 메시지가 있는 것 또한 아니었습니다. 재미를 조금 희생하더라도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어 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나서도 곰곰히 곱씹어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냐면... 그 역시 그렇지가 못했다는 뜻입니다. 


우선, 끝까지 연기하라, 는 제목. 참 좋은 제목입니다. 많은 것들을 기대하게 하는. 얼른 구해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한때 잘나갔으나 지금은 정체되어 있는, 게다가 사랑하는 아내와 이혼 직전에 있는 중년의 배우가 연극공연차 내려와 있는 한 도시에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린다는...책 소개글에 써있는 간단한 설정과 줄거리를 보면 제목은 더욱 더 절묘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제목은 제목일 뿐이구나 하며...읽는 내내 제목에 대한 의구심만 커질 뿐이었습니다. 위급하고 어려운 상황에 휘말린 와중에도 연기에 대한 혼을 놓지 않는다는 뜻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자신의 특기와 재능을 살려 위기의 순간마다 기막히게 연기해내며 상황을 타개하는 모습 또한 보이지 않더라구요. 주인공이 대체 왜 굳이 배우여야 하는 건지 솔직히 잘 이해가 안될 정도였습니다.


네, 결국 주인공이 문제입니다. 누구나 알아볼 만큼 유명한 배우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고 그 뒤에 숨은 거대한 음모와 마주해 싸워나간다. 이 익숙하지만, 흥미로울 수 밖에 없는 설정이 그다지 와닿지도 절실하게도 느껴지지 않는 건, 주인공 토비가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고 토비가 이렇게까지 이 사건에 깊숙하게 빠져드는 과정과 이유가 그리 설득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혼 직전에 있지만 아직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 제니를 다시 되찾는 다는 목표가 있지만 이 하나만으로 과연 토비가 이토록 이 음모를 파헤치고 해결하려 하는 이유가 설명이 될까요? 토비를 이 음모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인 데릭이 있어 논리적인 설명은 당연히 가능하고, 개연성 역시 충분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논리적으로 그러할 뿐, 주인공 토비의 절실함이 감정적으로 확 와닿는데는 결국 실패하고 맙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들고, 그렇다보니 클라이막스와 엔딩에서도 그리 긴장감이 넘치거나 통쾌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한껏 기대했으나, 변변치 않았던 클라이막스와 엔딩입니다. 뭔가 커다란 반전이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없었으며... 반전이 아니더라도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 주인공 토비와 토비의 연적이자 절대적 악역 로저, 그리고 이 둘을 만나고 싸우게 한 이 게임의 '설계자' 데릭까지. 주인공급 인물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건만, 그 결말은 너무도 허무했고, 그러한 결말을 통해 주인공 토비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깨달았는지... 그리고 그러한 결말을 통해 작가는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체 무슨 이야긴건데?' ' 그래서 대체 말하고 싶은 게 뭔데?'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 참으로 궁색한, 그런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던 겁니다.


결국 좋은 말씀은 하나도 못드렸네요. 그 정도로 모자란 작품은 물론 아니었습니다. 기대가 컸기에 아쉬운 부분들이 더욱 더 도드라져 보인 탓이겠지요. 영국 특유의 건조하면서 시니컬한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잘 살아있고, 쓸데없이 인물의 정체를 감추거나 결정적인 순간을 한 템포 늦추지 않고 속도감 있게 진행함으로써 독자들과의 싸움에서 주도권을 쥐는 작가의 능력은 충분히 인상적이었습니다.물론 바로 그러한 영국적 정서 탓에 워낙에 뜨겁고 절절한 감정을 좋아하는 우리네 정서와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 들어 쉽게 이입되거나 공감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듯 하지만요.


(네, 초반부터 끝까지 내내 특이했고 그래서 오히려 스타일로 느껴졌던 것 하나. 바로 냉소 가득한 영국적 유머와 말투였습니다. 이죽거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다지 위트있다고 느껴지지도 않는...조금 묘한 간접화법들. 주인공 토비는 물론 제니와 다른 인물들까지 죄다 이렇게 말을 하는데, 처음엔 거슬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기묘한 리듬감이 느껴지면서 이 소설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되어 저는 개인적으로 좋았더랬습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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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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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2012)


히가시노 게이고. '생산한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다작으로 유명한 일본의 소설가이지요. 특히 대부분의 작품이 대중문학의 대표장르인 추리소설이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문체가 쉽고 친근해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소설가이기도 합니다. 이는 비단 일본만의 일은 아니어서, 우리나라에도 그의 이름은 제법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번역되어 나온 작품만 해도 수십권을 헤아릴 뿐 아니라, 그 중 <백야행>과 <용의자 X의 헌신>같은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리메이크가 되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오늘 소개할 그의 최신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거의 실시간으로 번역되어 우리나라에 출간된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겁니다. 이렇게 나오자마자, 리뷰들이 쏟아지고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 또한.


역시 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그의 무수한 전작들과는 같으면서도 다른 작품이었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만의 특징과 장기가 극대화된, 그의 야심작 혹은 장차 대표작이 될 작품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나처럼 그의 장기인 추리기법을 전면에 내세운 범죄 추리소설인것이냐구요? 아쉽게도, 아니 뜻밖에도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분명 추리소설의 요소가 없지 않음에도 이 작품은 절대 추리물이 아닙니다. 장르적으로는 오히려 판타지나 SF에 가깝지만, 이 역시 정확하게 판타지라고, 혹은 SF라고 말하기는 또 망설여집니다. 그런데 대체 뭐가 야심작이며 대표작인 거냐구요? 


그것은 이 소설이 그 어느 작품보다 휴머니티를 전면에 내세운, '내추럴 본 휴머니즘',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얘기했듯,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대 장기이자 그의 작품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추리기법이 아닙니다. 그의 장기이자 그가 모든 소설에서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못말리는 휴머니즘인 것입니다. 차갑고 잔인해 보이는 범죄소설에서도 그는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인간적인 따뜻함을 불어넣으며 등장인물을 동정하고 범죄자들에게도 최소한의 희망을 갖게 해줍니다. 죄는 밉지만 인간은 미워하지 말자, 는 어떻게 보면 고리타분하고 다분히 이상적인 결말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지요. 저 역시 그러한 대책없는 휴머니즘과 낙관주의가 거슬려 처음에는 그의 소설에 쉽게 동의할 수 없었지만, 자꾸만 읽다보니 그의 그러한 '고집'이 단순히 대중적인 인기를 위해서가 아닌,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진심임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사회시스템만으로는 구원할 수 없을 정도로 각박하고 잔인한 세상이지만, 그렇기에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희망은 여전하다는...그만의 따뜻한 휴머니티. 어느 작품에서도 이를 포기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 어느덧 그만의 매력이자 그만의 세계관이 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히가시노 게이고'식 휴머니티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비현실적인 공간을 무대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지는 등장인물의 사연들은 언제나 그렇듯 현실적이면서도 애틋합니다. 만만치 않은 인생의 무게에 아파하고 힘겨워하는 등장인물들은 고민을 상담해주고 해결책을 제시해준다는 나미야 잡화점의 나미야 할아버지를 통해 위안을 얻고 살아갈 희망을 얻습니다. 나미야 할아버지가 제시하는 해결책이란 사실 뚜렷한 해답이 아니고, 인물들의 상황을 타개시켜주지도 못합니다. 그럼에도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딱하고 괴로운 사연을 들어주고 진지하게 대꾸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움을 느끼고, 다시 한번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며 바로 그러한 과정을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답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상담자 중에는 답장을 받은 뒤에 다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 답장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지."


- p.167


왜 그렇게 고민 상담해주는 일에 집착하냐는 아들의 물음에 나미야 할아버지가 해주는 이 대답이 바로... 이 소설의 핵심이며,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 소설을 통해 하고싶은 말일 겁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이 소설의 기묘한 화자이자, 판타지적 요소와 추리적인 요소의 핵심인 좀도둑 3인방이 나미야 할아버지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대신하는 과정에서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더욱 더 명확해집니다. 그들의 거칠고 서투르며 너무나 직설적인 답장이 상담자들의 폐부를 찌르며 그 어느때보다 적나라하게 상담자 자신들의 부끄러운 속내를 후벼팔 때. 그들은 비로소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듣고싶은 답이 무엇인지 깨달으며,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선택으로 살아내게 되는 것이지요. 이쯤되면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이 선택해야 할 순간에...도망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물러서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에, 그 결과가 실패여도 좌절이여도 슬픔이어도...담담히 받아들이며 남은 희망을 찾아 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희망의 정체이며, 나미야 잡화점에서 일어난 기적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이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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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게의 전쟁]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원숭이와 게의 전쟁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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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숭이와 게의 전쟁 / 요시다 슈이치 / 은행나무 (2012)


곧바로 느낌이 올 만큼 익숙한 은유는 아니지만, <원숭이와 게의 전쟁> 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알고 나서 저는 '다윗과 골리앗' 혹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정도로 이 제목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힘없는 약자들이 모여 부조리한 현실 혹은 권력과 자본을 이용해 약자들을 괴롭히는 악인들에 맞서는 이야기를 자연스레 기대하게 되었지요. 언제나 신나는, 언제나 통쾌한, 그리고 언제나 가슴 졸이게 되는,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우리가 제목에서 유추 가능한, 그리고 그로부터 기대하게 되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었습니다. 아니, 근본적으로는 그런 이야기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어쨋든 평범하고 힘없는 이들이 모여서 불가능해 보이는 시도와 도전을 하는 이야기니까요. 그러나 이를 풀어가는 방식, 궁극적으로 말하자고 하는 바에 있어서는 우리가 기대한, 통쾌하고 시원한 느낌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재미없고 지루한 이야기 또한 아니었으니... 이 소설은 참, 뭐라 규정짓거나 한마디로 설명하기에는 난감한 이야기였다고 밖에 말씀 드릴 수 없을 듯 합니다. 대체 뭐가 어땠길래 똑바로 말을 못하고 빙빙 돌리기만 하냐구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백번을 생각해도 참 오묘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우선, 주인공들. 엄밀히 말하자면, 이 소설은 뚜렷한 주인공이 없습니다. 옴니버스가 아님에도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고, 등장인물 모두가 주체가 되어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그런데 더 재밌는 건, 누구 하나 뚜렷하게 사건을 주도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미스키, 도모키, 준페이, 미키, 유코, 미나토, 도모카... 이들 모두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라 해도 손색이 없지만, 이들 중 진짜 주인공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누구라고 답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이제껏, 특히 소설에서는 이렇게 집단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경우가 그리 새롭거나 특이한 것은 물론 아닐 겁니다. 그러나 이 소설처럼 뭐랄까...그 어떤 인물도 앞으로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은 처음이었습니다. 난 절대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인물들만 잔뜩 모여있는 이야기라니.


그렇다보니, 이야기는 좀체 앞으로 나아갈 줄을 모릅니다. 다들 각자의 사연, 각자의 일상을 풀어내느라 바빠 정작 이 이야기의 중심플롯은 뭔지 까먹은 인상입니다. 준페이와 도모키가 뺑소니 사고를 빌미로 미나토를 협박한다는 계획도 어느새 흐지부지 되고, 미나토의 비서인 유코가 준페이와 가까워지며 진짜 '나쁜놈'들에 맞서 분연히 일어나 이길 가능성이 별로 없는 싸움에 나선다는...우리 모두가 이 소설을 시작하며 기대하고 고대하던 순간 역시...책의 2/3 정도 지점이 되어서야 겨우 시작될 정도입니다. 그러나 더 기막힌 건, 그나마도 절대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통쾌하고 어마어마한 도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작정이라도 한듯, 그렇게 하나같이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할 뿐, 그 이상을 욕심내 무모한 싸움이나 도전을 하지 않습니다. 태생이 소박하고 너무나도 분수를 잘아는 미스키와 도모키 부부는 물론이고, 가장 용기있고 과감해보이는 준페이나 유코 조차 그러합니다. 즉, 이들이 '게'들일 수 있고, 저들이 '원숭이'일 수 있으며, 이들간의 싸움이 권위와 편견에 대한 도전일 순 있겠지만, 절대 '전쟁'일 수는 없는 겁니다.


그렇게 끝까지 다 읽고나서도 저는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기성세대와 권력자들이 쳐놓은 벽이 얼마나 견고한지 보여주기 위해 이런 전개 이런 인물들을 의도했다고 하기에는 극적인 면모가 너무 약합니다. 그렇다고 극적인 설정과 장치들을 끌어들이지 않음으로써 현실에서의 '전쟁'이란 이렇게 싱겁고 소박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려 한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억지스럽게 그 의미를 갖다붙인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참을 더 고민하던 저는 결국 이런 말도 안되는 결론을 내리고 맙니다. 이것이 바로 일본이라는 사회, 그 자체라는. 이 정도가 일본의 뜨거움이고, 일본의 저항이고, 일본의 도전이며, 그렇게 일본의 젊음인 것이라고. 너무나도 견고한 안정기에 접어든 일본이라는 사회에서 가능한 변혁이란 이 정도이며, 그러한 사회에 속한 일본의 젊은이들이 할 수 있는 시도란 이 정도라고. 이를 가감없이 묘사함으로써 작가는 지금 현재의 일본이라는 사회가 지닌 모순과 문제점, 그리고 그 답답한 세상에 적응하려 애쓰며 살고 있는...지나치게 위축된 젊은 청춘들의 현재를 가감없이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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