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다케타즈 미노루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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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겨울이면 눈으로만 가득한 산에서 오롯이 홀로 며칠동안 그 계절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한다. 겨울만큼 고요하면서도 평온한 계절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이 때 만큼 숲이나 산과 가까운 계절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보면 숲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난 그게 숲이 가지고 있는 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는 숲과 자연에 대한 이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는 딱 맞는 책이다. 글을 쓴 저자는 수의사로 실제 홋카이도에서 집을 짓고 수십년을 살면서 동물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책은 저자의 각종 경험담으로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책은 꽤 생생하게 읽을 수 있는 편이다. 재미있는 부분은 그의 직업이 수의사이고 사실 그의 이야기에도 직업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등장나 사실 그의 직업과 생활은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에게 수의사는 직업이 아닌 생활이다.  그래서 그의 일상은 지루하지 않다.

 

이 책은 3월에서 시작해서 봄과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까지 1년 동안 그의 경험이 때로는 추억이 담겨있다. 상처입은 동물들이 항상 입원해 있기 때문에 죽음을 항상 준비하고 있다는 그와 그의 가족의 일상이 책 곳곳에 묻어난다. 하지만 이 책에는 아픈 동물 이야기만이 있지는 않다. 동물의 이야기 외에도 홋카이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그의 이야기가 이 곳 저 곳에서 흘러나온다. 특히 자연과 동물을 알아가면서 그들이 하나씩 바꿔나간 것도 드문드문 등장한다. 추운 겨울에 먹이가 없어 죽어가는 동물을 보고 만든 자원봉사 활동 이야기가 그래서 울림이 있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을 보고 자연을 아끼는 법을 배운다.

 

<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에는 거대한 이야기가 있지 않다. 다만 한 노 수의사의 1년을 따라다니면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마치 그의 뒤를 따라다니며 그가 조근조근 이야기 해주는 그의 일상을 듣는 그런 기분 말이다. '여기에선 내가 예전에 말이지...' 이야기를 듣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자연과 오래도록 함께 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어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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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리 on the Pink
이명랑 지음 / 세계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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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난 질풍노도의 시기를 제대로 지나오지 않은 듯한 기분이다. 사실 '이것이야 말로 제대로 된 질풍노도이다'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젊은 시절의 고민과 불안감을 아마도 지칭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사람이기 때문에 고민과 불안감이 있지만, 그것이 젊은 날의 무기이자 용기(?) 라고 할 수 있는 격정적인 무엇으로 표출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난 지금도 그 시절의 내가 꽤 평범하게 살았다고 생각하고, 젊은 날의 질풍노도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바로 이 점이 <날라리 on the Pink>에 대한 솔직한 내 심정이다. '도대체 왜 그러는거냐'

 

이 책에서는 고 1, 질풍노도 시기의 여학생 네명이 벌이는 그야말로 질풍노도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되는 기막힌(?) 이야기이다. 첫장부터 범상치 않게 등교하는 버스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 이 책이 말하고 싶은 바에 따르면 - 오늘 날의 10대의 일상을 말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입시에 치여서 제대로 된 인문계를 다니고 입시에 매진하지 않으면 학생 축에도 껴주지 않는 오늘날의 사회 속에 살아가는 10대들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들의 인상은 그토록 팍팍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점 말고 그들의 공통점은 사실 하나이다. '나와 세상은 너무 맞지 않아' 너희와 나는 너무 다르다고 외치는 것이다. 그야말로 소설 속 말대로 그들의 일상에서 가장 공들이는 시간은 화장실에서 화장을 하는 시간이란다. 슬프기까지 하다.

 

나에게 그 시절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참 어렵다. 학교에 다닐때도 모든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지지하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를 난 절대 이해하지 못했다. 무엇이 그토록 너희들을 숨막히게 하는지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게 솔직한 심정이었을거다. 과연 늦된 탓인지 난 대학에 가서야 그들의 노래 가사에 꽤 공감을 했다. 그래서 <날라리 on the Pink>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언젠가 나도 이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들의 일상이 그토록 공허한 이유를 나도 이해할 수 있을까? '지금' 그들의 삶을 적어놓았다고 하는 이 책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언젠간 나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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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김앤장 -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10
임종인.장화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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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김앤장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꽤 유명하고 잘나가는 로펌이라는 사실 뿐이었다. 사실 법률쪽으로는 별반 아는 것이 없고 관심도 적은 편이라 관심이 거의 없다고 하는게 옳았다. 물론 간간히 터지는 한달 정도 9시 뉴스를 장악하는 큰 사건들이 터지면 으레 변호사는 김앤장이었다는 사실 정도 뿐이었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은 내가 얼마나 그들에 대해서 무지(無知)했는지를 뼈져리게 느끼게 해 준 책이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은 일단 글쓴이가 독특하다. 한명은 현 국회의원이고, 다른 한명은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이다. 일단 글쓴이들의 조합부터 이 책이 평범한 조직을 이야기하지 않음을 반증한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자서전을 빼고 책을 쓰는걸 별로 못 봐서 특히나 내게는 신선했다) 이 책은 김앤장이라는 조직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바닥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파해친다. 그래서 마치 <시사 IN>이나 <PD수첩>을 접한 기분이 든다. 사실 목적이나 의도는 비슷하다.

 

우선 김앤장은 기막히게도 실체가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는 공동사업장이다. 재미있게도 김앤장은 모든 면에서 다른 로펌을 압도하지만 일반적인 다른 로펌과의 비교순위에서는 제외되어 있다. 김앤장이 로펌이 아니기 떄문이다. 흥미롭게 김앤장은 로펌이 아닌 변호사가 함께 일하는 공동사업장일 뿐이다. 이런 독특한 구조 덕분에 - 혹은 때문에 - 김앤장은 그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렵다. 김앤장에 대해 개괄을 파악했으니 이제는 로펌의 힘이라 할 수 있는 인력을 볼 차례다.

 

김앤장의 가장 핵심은 그토록 말 많은 '고문'과 '외부영입인사'이다. 난 항상 기업의 고문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했었다. 말로는 기업에 조언을 해주는 자리라고 하는데,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업에 의사결정을 하지도 않으면서 어떤 조언을 해준단 말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적어도 로펌에서 고문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공정위원회, 판사, 검사, 정부고위 공직자들이 '그들만의 인맥'을 무기로 김앤장의 고문으로 옮겨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그야말로 정부에서 철의 삼각형이 법률쪽에서도 그래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아마도 지금 이 순간에도 김앤장은 대한민국에서 거대한 힘을 가진 이들을 변호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더욱더 견고하게 우리만의 인맥을 만들고 있을 것이고, 끊임없이 그들의 이익을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읽고 있노라면 법에 대한 회의가 들고 입안이 씁쓸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책의 저자들처럼 막강한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야말로 시작은 미약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모든 이야기는 시작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를 위해 건전한 비판을 할 수 있는 이 책의 저자들이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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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타 행진곡 - 제86회 나오키 상 수상작
쓰카 고헤이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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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마타 행진곡>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건 순전히 이 소설을 영화화한 <가마타 행진곡>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소설 소개에는 작가 쓰가 고헤이가 1982년 썼고, 소설이 크게 인기를 얻어 그해에 영화화 되었고 영화까지 큰 흥행을 했다고 쓰여있다. 책을 영화화하는 작업은 자주 있곤 하는데, 생각보다 양쪽 모두 성공적이 되기는 힘들다. 흔하게 원작을 먼저 읽은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고 그렸던 장면이 영화화 되면서 어긋나는 것에 종종 실망을 느끼곤 한다.

 

<가마타 행진곡>은 허세만 부리를 주연급 배우 긴짱과 그를 따르는 한 엑스트라 전문 배우 야쓰, 그리고 그들 사이에 끼힌 한 여인 고나쓰의 이야기이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허세만 부리고, 엑스트라 배우를 무시하기에 여념이 없는 주연급 배우와 그를 주총하기에 바쁜 엑스트라 배우의 관계는 꽤 독특하다. 이 둘 사이에 관계가 어느 정도인가 하면, 이 배우와 연애를 하던 여배우가 아이를 가졌는데, 그 여인을 이 엑스트라 배우인 야스에게 떠 넘겨 버리는거다. 물론 감언이설은 기본이다. 물론 더 기막힌건 넙죽 그 제안을 수락하는 야스겠지만. 크게 야스의 입장에서 한 장을 쓰고, 다른 장은 야스에게 마음을 열게 된 여배우의 입장에서 한 장을 쓰고 있기 때문에 앞 뒤로 조금은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이 소설에서는 사람들간의 관계를 하나하나 뜯어보는 재미가 있다. 또한 이 영화의 배경이 영화촬영소와 영화에 몸담는 인물들이기 때문에 영화계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도 있다. 주연급 배우인 긴짱이 야스코와의 관계에서 태도가 돌변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으로 오징어를 씹듯이 잘근잘근 씹어볼 수 있는 인물형이다. 가낭 인상적인 것은 직업에 있어서 주연과 엑스트라라는 수직적인 권력관계가 전반적인 삶으로 확대되어 있는 일상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엑스트라가 영화에서 어떻게 출연을 하고 어떤 대접을 받는지, 또한 모든 사건의 원인제공자라고 할 수 있는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기는 꽤 어렵다. 기본적으로 표현하는 매체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 그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마타 행진곡>은 소설을 영화화 하는데 아주 성공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소설 이상으로 오히려 소설보다 더 재미나고 실감나게 영화에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소설을 더 넘어서 마지막 반전까지 영화에서는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영화 <가마타 행진곡>을 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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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는 진보다
박민영 지음 / 포럼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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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소학>이 한권 있다. 한자 공부를 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천자문을 외우자니 무작정 외우기는 못 할 것 같고 해서 한권 들였는데, 아직까지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런 내가 갑자기 손에 든 책이 <논어는 진보다>. 얼마간의 확신을 담아 이야기하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논어가 어떤 내용인지도, 그 안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도 모를거다. 요켠데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와 같은 도발적인 책들이 하는 이야기는 알지만 정말 그 공자가 하는 이야기는 제대로 모르고 있을 거다. 나처럼. 

<논어는 진보다>는 꽤 재미난 책이다. 구성은 아주 간단해서 논어에 한 구절을 원전에서 인용하고 그 원전에 대한 기존의 해설을 살포시 이야기해주고 나서 본인의 해설을 이야기한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논어를 이해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책을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시대 상황들을 몇가지 설명해 준다는 점이다. 물론 그 시대 상황에 대한 설명이 더 재미난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사실 이 책이 정말 진보적인 해석인지 조금은 도발적인 해석인지를 알길이 내게는 없다. 나는 논어를 어떻게 지금까지 해석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공자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공교육의 힘으로 인(仁)을 강조했다는 사실과 동양 문화권이라 부를 수 있는 유교 문화를 만들어 냈다는 점 정도이다. (정확하게는 성리학이라 해야할까?) 그래서 이 책을 가타부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내게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재미있다. 유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들 - 충과 효를 빼면 시체라던가, 인만 이야기할 줄 모르는 이상주의자라던가, 유교가 가지고 있는 보수적인 고리타분함 - 을 충분히 걷어낼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충忠'은 '중中'과 '심心'으로 파자破字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본래 마음의 중심을 바로잡는 것을 의미했다. 마음의 중심을 잡는 것은 외부를 향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를 향한 것이다. 충忠은 자신의 속이 정신적인 힘으로 꽉 차 있는 것을 말한다. 공자는 충忠을 '인仁을 기준으로 하여 마음의 중심을 바로잡는다'는 개념으로 사용했다. 즉 충은 외부에 있는 어떤 것에 충실한 것이 아니라 인을 향한 자신의 마음에 충실한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외부에 충실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충실한 것이다. 공자는 이 단편에서만 충忠을 '자신에게 충실하다'는 의미로 쓴 것이 아니었다. (p.79)

서양에서 문학이나 철학은 그리스 철학의 재해석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을 어느 책에선가 읽었다. 그 말을 해석하고 그 해석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 과정을 통해서 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이야기를 끊임없이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책 <논어는 진보다>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그 점이다. 논어는 공자의 언행을 그의 사후에 제자들이 묶어서 만든 책이다. 그의 전 생애를 조망해서 그가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인(仁)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그의 논어를 새롭게 이 시대에 맞도록 해석하는 작업이 이 시대에는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는 2000년대에 맞는 공자와 논어가 필요하다. 이 책은 그 점을 분명히 말한다. 참고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건 작가가 직접 쓴 서문이다. 하긴, 그 책을 알고 싶다면 서문을 읽어보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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