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 시간은 회사 기준으로 10시 10분. 집에 도착한 시간은 11시쯤 된다.
퇴근해서 버스를 탔는데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하는 바람에 - 태풍 영향 때문이었지 싶다 - 제법 시간이 걸렸다.

하필 어제는 알라딘에서 신한카드 결제시에 6%를 할인해주는 1일이었는지라, 조금 무리를 해서 책을 샀다. 아, 무리라는게 금액적인 무리가 아니라 비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꽤 두터운 책을 사들였다는 이야기이다.  

<2010년 문학동네 가을> 이런 무라카미 하루키 인터뷰 때문에 샀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드디어. 드디어. 이 책을 읽을 마음이 생겨난거다. 가을이 되어 가는건가? 
<커피 이야기> 살림총서 시리즈인데 제법 문고판 치고 내용이 튼실한게 마음에 든다.


 






이 책들을 들고, 마침 오전에 카페에서 얻은 커피가루까지 한 아름을 들고 집에 들어가는데, 책을 들고오는 날 보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신다. 무슨 책을 또 들고 집으로 오느냐고 하신다. 지난 달에는 꽤 절약해서 이번달도 1일을 기다려서 산 건데 순간 울컥한 마음이 든다. "내가 얼마나 산다고."

사실 어머니나 아버지는 책을 사들이는 것 보다는 책을 읽느라 다른걸 못하는걸 싫어하신다. 집에서는 11시 반이면 내일 회사를 생각해서 자라고 성화신데, 난 그때부터 불붙어서 책을 읽곤 한다. 결국 빨리 자라, 아직 못 잔다. 항상 이런 대화와 실랑이가 - 심지어 불을 끄러 내 방으로 오신다! - 이어지곤 한다. 이래서 항상 책은 어머니나 아버지꼐는 애증의 대상이다. 당신도 책 읽기는 꽤 좋아하시는 편임에도 항상 내 방 앞에서는 자식내미 잠 못자게 하는 것으로 돌변하는 것이다.

책 그만 사라는 타박을 받고 괜히 우울해서 반항아닌 반항을 , 그렇다 이 나이에 반항이다, 하고 나서는 조금 후회했더라.
책은 좀 더 사고, 조금만 많이 읽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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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9-02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저도 하루키의 인터뷰 때문에 [문학동네 가을]을 사야 하는걸까요? 윽. 사고싶다..

그나저나 내일 출근할건데 이제 좀 자라는 성화는 저희집과 별반 다르지 않네요. :)

하루 2010-09-03 12:01   좋아요 0 | URL
윽, 정말 괜찮더라구요 인터뷰. 그렇게 그의 긴 이야기를 들어본적이 없어서 신선해요.
뭐랄까, 하루키 수필을 읽는 기분이랄까.

+ 아... 모든 집의 공통점인걸까요.

pjy 2010-09-03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저녁? 대화가 찌찌뽕이네요ㅋㅋ;
눈나빠진다~내일 출근안하냐~ 도대체 몇시에 잘려고 이러냐~~~

하루 2010-09-03 20:22   좋아요 0 | URL
아 정말 공통점인가 봅니다!!!!!!
밤에는 책을 읽고 싶다구요~~

yamoo 2010-09-04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타박을 받으셔도..굿굿이, 매번, 또다시 하다보면여...더이상 말씀을 안하십니다...그러다가..말씀하시죠..책 갖고 나가~~~..그러면 나오믄 됩니다..ㅋㅋ

커피이야기..저도 조책 보구 좋아서 여기저기 선물로 줬던 기억이~^^

하루 2010-09-05 16:49   좋아요 0 | URL
아 이 대화는 말이죠, 고등학교 이래로 변하지가 않아요.
호호할머니가 되셔도 분명히 저러실 거예요!

+아 꽤 괜찮더라구요. 거의 읽었어요!
 



난 회계일을 하고 있다. 회계사나 그런건 아니고 조금 특별한 회계일을 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
사실 이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내 일을 뭐라고 제대로 설명해본 적이 없다.

난 대학에서 회계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아서 회사에 들어와서 하나씩 배웠다. 다행히 회사는 당시 신입들에게 교육을 시켜주었고, 1달 정도의 교육 후에 일을 시작했다. (그 당시에 그 한달 교육이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모른다.) 물론 한 달을 배웠다고 회계를 알 수 있는건 아니었고 정식 회계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 회계의 조금 다른 버전을 공부하려니 암담했던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세무관련 전공을 하던 친구도 있었고, 경영학을 전공한 친구도 있었는데, 난 영문학과 경제학을 전공해서 회계의 회자도 모르고 일을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아는게 거의 없어서 매일매일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들어왔고, 하루하루 일을 처리하면서 배우는 그런 나날들이었다.(뭐 지금도 비슷할려나)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오늘 하루 처리한걸 공부하고, 시간이 날때마다 짬짬히 교육 시간에 들었던 내용을 하나씩 다시 더듬었던 그런 시간이었다. 일을 겪는만큼 늘어간다고 해야하려나. 사고를 치고 혹은 다른 사람이 친 사고를 수습하고 문제가 생긴부분을 공부하고 시스템을 공부하고, 하나씩 하나씩 쌓여가는게 느껴지는 그런 생활이다.

회사는 반년에 한 번씩 사원을 대상으로 시험을 본다. 회계시험인데, 작년부터는 관련된 법도 시험 범위에 더해졌다. 학교를 졸업하면 적어도 자의로 보는 시험은 있을 지언정 타의로 보는 시험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그건 오산이었다. 하지만 시험이라고 해서 딱히 일을 하는 시간에 공부를 할 수는 없으니, 일이 끝난 이후에 짬을 내서 하루에 한 파트정도 정리를 해 나가는 그런 나날들이다. 그리고보니 처음 시험을 보던 시절에는 시험보기 1주일 정도는 사원들이 무더기로 12시 정도까지 남아서 공부를 하고 가곤 했었다. 뭐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지만.

아무튼 시험이라는게 사회에 나와서 준비를 하니 조금은 더 학생시절보다 애증의 대상이 된 듯 하다. 사실은 애증이라는 단어도 뭔가 2% 쯤은 부족해서 내가 느끼는 이 기분을 정확히 잡아주지 못한다. 정말 보는게 싫기는 한데, 시험을 위해 알고 있는걸 하나씩 정리하면서 내가 뭘 알고 있는지 뭘 모르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구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건 정말 내게는 대단한 변화이다. 학생 시절에도 시험을 줄기자체 봤지만, 시험을 보고는 결과를 알고 넘어가는게 끝이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토익시험 각종 시험등등 대부분의 시험은 결과를 위한 그런 시험이었다. 그래서 준비를 하고 결과를 알고 끝이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밥벌이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시험공부를 하면서 내가 아는것과 모르는걸 정확히 구분하게 된거다. 이건 생각해보면 생존(?)을 위한 냉철함이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는데, 모르는 부분을 빨리 파악해서 정리를 해야 이 부분 떄문에 일을 하면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걸 깨닫게 된 것이다. 요컨데 그런 상황은 절대 만들고 싶지 않은 내 마음이라고 해야할까. 다른 일반 사무회사들은 어떤지 난 잘 모르겠지만,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개인의 업력이 회사의 시스템을 넘어설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굳이 회사는 사원을 대상으로 시험을 보고 있는 것이고. (사실 회사도 좋을 이유가 없겠구나 싶다) 아무튼 이번 시험은 9월 초에 있어서 한 부분씩 짬을 내서 정리를 시작하고 있는데, 정리를 할 수록 내가 모르고 있는 부분이 절실히 다가오고 있다.

참 회사생활을 하면서 보는 사내 시험이란 이런 복잡미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아,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본 적은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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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8-29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존을 위한 직장인의 시험...참, 이거 거시기합니다..
이렇게 모르고있었는데도 그동안 대충 대충 굴러갔구나~ 하는 한탄이 절로 나옵니다--;

하루 2010-08-29 20:50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정말 이렇게 모르고 있는데도 정말 용케도 지금까지 굴러왔네. 라는 그 생각, 공감합니다.
 

 
   
 

고대 로마의 수도처럼 '계속 흐르게 내버려두기' 때문에 현대판 '마르키아 수도'와 달리 이 수돗물만은 소독약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도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염소 냄새가 나지 않는다. 로마의 우리 집에서도 10m만 가면 이런 수도꼭지가 있다. 일본에서 온 친구들은 소독하지 않은 수돗물은 위험하니까 마시지 말라고 하지만, 나는 그 충고를 거의 귀담아듣지 않는다. 이 물로 차를 끓여 마시면서 나는 지금 아그리파의 물을 마시고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로마인이야기 10 - 모든 길을 로마로 통한다>

 
   

 

역사가에게도 이런 상상력과 감수성이 있을지 문득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글을 시큰둥하게 읽다가도 이런 대목이 나오면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맞아, 이 정도 감수성이 필요하지' 이런 마음이 된다랄까.

조금은 그녀에게 너그러워지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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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길고 길었던 - 숨이 넘어갈 만큼 팔딱 거렸던 - 한 주의 마감을 하는 날이다.
예전에 비슷한 일을 했을 때는 멋도 모르고 해서 그런지 어떤 문제가 터질지 모르는 상태로 일을 해서
일이 터지기 전까지는 별 걱정도 없이 무덤덤하게 일을 했었던거 같다. 모르면 용감하다는 말은 진정 틀리지 않았다.
그 일을 기점으로 근 일주일 정도는 안정화 단계까지 난 매일매일 식은땀을 흘렸고,
그 일이 끝나고 난 주말에 난 몸살로 주말 내내 앓았다.


그래서 이번 주가 평온하게 끝난 사실에 감사하고 있다.


저번에 하던 일이 완전히 판을 엎는 일이었다면, 이번은 약간 보수 공사를 하는 정도였지만 -  
마치 저번 일은 로마가도를 건설하는 일이었다면, 이번에는 가도를 보수하는 일이랄까나 - 긴장은 더하더라.
아마도 이 일이 잘못되면 몰려올 파급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역시 일을 위력을 알고 있다는건 이래서 무서운거 같다.
그 일이 뭔지 뭣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하는게 때로는 죄악이지만 좋기도 한 듯 하다.

오늘까지 총 이틀 , 부분적 적용까지 하면 총 삼일 동안 추이를 지켜본 결과 일단은 나쁘지 않은듯 하다.
일전에 발생해서 식은 땀을 매일 한 바가지씩 흘리게했던 일도 발생하지 않는걸 보면 일단은 괜찮은듯.
물론 한 주 정도는 계속 모니터링을 해줘야 하지만 일단은... 이라고 마음을 놓아본다.


덕분에 오늘 퇴근 길에는 맥주 한 캔에 팥빙수 2개를 사들고 올라왔다.
집에서 세명이서 팥빙수 두개를 나눠먹고, 난 맥주를 마셨다.


냉동실에서 30분쯤 있어서 맛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얼얼하기까지 한 맥주는 참 맛있더라.
아사히 맥주가 아닌게 2%쯤 부족했지만 어쩔 수 없지.


지금은 이걸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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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는데 '타입'이라는게 분명히 있는 듯 하다.
나같은 경우에는 일을 주로 동시에 확 벌여넣고 쭉쭉 처리해서 하나씩 일단락 지으면서
얼추 마무리가 되면 넑놓고 하루 이틀정도 있다가 다시 일을 쭉쭉 모아서 터뜨려 나가는 타입.

하지만 사람마다 일을 하는 '타입'이 좀 달라서 한번에 하나씩만 진행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 더 좋다 안 좋다의 문제는 아니지만, 회사는 분명 '여러가지' 일을 '쭉쭉' 진행하는 타입을
능력적인 면이랄까나 아니면 효율적인 면이랄까나. 더 좋아하는건 분명한 것 같다.


******

오늘, 그 동안 잡고 있던 가장 큰 일이 7부 능선을 넘었다.

7부 능선을 넘는 순간 새로운 일이 또 다시 날 덥쳐오는게 보인다.
새로운 회의가 잡히고, 새로운 이슈가 생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일에서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건 다소 위험한 생각같지만 분명 의미와 가치는 있는 듯 하다.

그리고보면 적당히 - 사실은 꽤 인 것 같다 - 일복을 타고 난 듯 하다.
누구에게다 그렇지만 근처에는 일이 항상 넘실거리고 있는걸 보면, 일을 끊임없이 재생산 하는 타입이라고 해야할까나.

아무튼 7부 능선을 넘어가고 있는 시점이다.
퇴근길에 크게 한 숨을 한번 쉬었다.  


+ 그런데, 다시 여름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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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8-20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복을 타고 나는 사람이 있죠. 하루님이 딱 그런 스타일 같아욤^^ 완전 승진 빨리하는 그런...능력있는 직원 1순위! 부럽다는~~~

하루 2010-08-20 09:22   좋아요 0 | URL
아 일이 저를 덥쳐오는게 보여요. 흡사 쓰나미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