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역사 과학기행 - 역사 속 우리 과학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문중양 지음 / 동아시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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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 반가웠다.

요즘 새 지폐가 나오면서 천상열차분야지도라니, 혼천의 등 정체불명의 이름들이 등장하였다. 그걸 보면서 어떤 사람은 "뭐야 열차가 어딨어?" 요런 소리를 한다. 나도 그 중에 한 명이었지만 말이다^^.

이 책을 보게 되면서 내가 얼마나 무식했는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조선시대의 과학에 무지했는지 알았다.

이 책에선 조선시대의 앞선 과학 문화 유산을 소개해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서양과의 비교를 통해 깍아내기에 급급하던 관점을 비판한다. 우리 과학은 우리 과학으로서 역활을 잘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정신은 지금까지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시비 문제는 각자의 판단일 테지만 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조선시대의 과학이 얼마나 우뚝했는지 알아보자. 그리고 천상열차분야지도와 혼천의, 수원성의 과학성에 대하여 하나 하나 알아보자.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은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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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산수화 테마 한국문화사 6
고연희 지음 / 돌베개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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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조선시대에 관한 연구들이 활발하다. 그래서 그 당시에 여러 분야들의 제반 여건을 하나 하나 풀어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산수화를 중심으로 전개한 책이다. 그래서 본문에 실려 있는 산수화의 여러 사상적인 배경들과 그 의미를 하나 하나 알려준다. 그렇게 세심하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그림을 보는 안목이란 무엇인지 알게 된다. 바로 이러한 깨달음이 이 책에서 얻는 최고의 선물이지 않을까.

그림에 그런 많은 의미들이 담겨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걸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는 솜씨도 놀랍다. 이 책을 본 이후로는 박물관에 전시된 산수화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번 쭉 훑어보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러쿵 저러쿵 부연설명하려 하는 것까지 말이다.

유익한 책임엔 틀림없다. 산수화에 관심이 있거나, 그림을 보는 안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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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을 읽는다
박희병 지음 / 돌베개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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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텍스트는 외부의 주름이다' 이 말은 고미숙 선생님이 쓰신 책에 보면 여러 군데에 걸쳐 나온다. 이 말 자체만 놓고 본다면 도무지 무슨 이야긴 줄 모를 것이다. 철학적 용어이니 말이다. 하지만 좀 더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노마디즘'이나 '열하일기 웃음과 유머의 유쾌한 시공간'을 읽어보길 바란다. 그 주름 속에 나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테면 내가 한껏 우울할 때 읽는 책과 기쁠 때 읽는 책이 같을 순 없다. 분명 하나의 똑같은 텍스트라도 말이다. 그런 주름 사이에 우리는 어떤 생각들과 깨달음들을 담을 것인가.

  내가 연암에 대하여 처음 알게 된 건 , 정민 선생님이 쓰신 '비슷한 것은 가짜다'라는 책을 보면서부터 이다. 그전에는 상식적으로 실학자로서 사회 비판적인 소설을 많이 남긴 사람 쯤으로 알고 있었다. 그렇게 좀 고지식하고 선비로서 품위만 가득한 분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민 선생님이 쓰신 책을 읽으며 연암이야 말로 조선 시대를 초월해 자기 주체를 갈망한 분이며, 자기의 길을 갈망한 분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 깨달음 덕에 연암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가 쓴 책들을 풀어논 국역본들에 심취하게 되었다. 이 책 또한 그런 관점에서 읽게 된 책이다. 어떻게 보면 정민 선생님이 쓰신 책과 엊비숫해 보인다. 그래서 한번 읽었던 걸 뭐하러 다시 읽나 하는 생각까지 들지만, 막상 읽어보면 새로운 가르침으로 가득찬 책임엔 틀림없다. 문단으로 풀이하는 법이랄지, 연암이 왜 뛰어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박희병 선생님의 관점이 잘 나타나 있다. 그런 까닭에 정민 선생님의 책과 비교하며 읽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내가 연암을 좋아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바로 그 첫째는 출세를 보장 받은 경화사족이라는 핏줄을 타고 났음에도 우뚝하게 자기길을 갈 수 있었던 그 저력이다. 그의 아들 박종채가 쓴 과정록에 보면 그를 등용시키려 조정에서 얼마나 혈안이 되어 있었는지 잘 나타난다. 그럼에도 그는 나중에 늙어서 약간의 녹을 먹었을 뿐, 벼슬에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런 마음가짐이 있었기에 사회 비판적인 글들을 남길 수 있었으며, '북학'이라는 당대와는 상반되는 주장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는 지식을 통해 고지식해지지 않고 유연해지며, 너른 세상을 볼 수 있는 안목을 지녔다는 데 있다. 무언가를 알아갈 수록 사람은 그것에 침참되기 쉽상이다. 그래서 소위 뭘 안다는 사람들은 그것만이 최고의 가치인양 다른 사상은 좀체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연암 또한 성리학 공부에 충실했던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것만이 최고라 하지 않았으며, 좀더 새롭고 절실한 것들이 있었으면 아무 거부없이 받아들였다. 그런 까닭에 중인들과도 아무 거리낌 없이 어울릴 수 있었던 걸 것이다.

  연암에 대하여 알아갈 수록 나의 열망은 더욱 커지는 느낌이다. 그는 분명 걸출한 학자였으며, 또한 나의 정신적 스승이기도 하다. 그가 어느 중국집에 들어갔다가 벽에 걸린 글을 보고서 너무 재밌어서 그걸 베끼고 있길래, 주인이 왜 그걸 베끼냐고 묻더란다. 그래서 "이걸 읽으면 밥풀이 벌떼처럼 날아가며 한바탕 웃게 할 요량으로 베낍니다"라는 우스개 소리를 하였다. 삶을 맘껏 관조했으되, 유머를 잃지 않았으며 지식에 맘껏 침잠했으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가득했던 그이기 때문에 나의 스승인 셈이다. 나 또한 연암과 같은 그런 한문학도가 되어야 겠다고 맘 먹는다.

  연암을 읽자. 그가 정신의 뼈대를 어떻게 하얗게 세우고 살았는지, 그 시대에서 뿐 아니라 지금까지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나에게는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지, 외부의 주름에 어떤 나의 생각들이 담겨질지 맘껏 누려보자.

  (사족으로 고미숙 선생님의 연암 사유에 대한 비판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코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만한 글솜씨를 뽐내며 연암을 친근하도록 전해주는 분도 드물터이니까. 나도 그 분 책으로 인해 연암에 대해 더욱 깊히 있게 알게 되었으며 '열하일기'까지 완독하게 되었다. 들뢰즈& 푸코의 철학 개념을 빌려 연암을 소개하고 있는 대목에서 이질적인 생각보단 참신하단 생각이 더욱 강했다. 학문 간의 횡적인 연대는 문학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한다. 연암 또한 그 당시의 국내 정세 속에서만 살았다면 결코 지금처럼 이름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청의 문물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그 발전적 사상을 희구하였기 때문에 지금이 있었던 것처럼, 고미숙 선생님의 그런 개념의 차용 또한 그런 의미에서 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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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기행 - 조선의 선비, 산길을 가다
심경호 지음 / 이가서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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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고서 두 번 놀랐다.

우선 가격에 비하여 그 내용은 정말 알찼기 때문이다. 가격이 삼만원이 안 넘어 감에도 700페이지에 이르는 내용은 책의 소장가치를 높여 준다. 거기에다가 알찬 구성까지 더하여 있으니, 이 책을 손에 넣어다는 것만으로 기쁨이 몰려 왔었다.

또한 전면 칼라여서 놀랐다.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자료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떤 책에 비하더라도 절대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이 이 책을 산 것에 대하여 기쁨을 주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백미는 내용에 있다. 조선 후기에 접어들면서 선비들은 방랑벽에 휩싸인다. 우리 사물을 그냥 보는 단순한 관상미에서 떠나 그 사물 속에 자신의 현 처지를 투영하는 경지까지 이른 것이다. 방랑 시인 김삿갓처럼 왜 그 당시 선비들은 떠돌아 다니면 '완물상지'라 조롱당하던 행위를 했던 것일까?

그런 물음들에 대한 해답이 이 책에 있다. 또한 선비들의 자연을 보는 관점을 통해 오늘날의 기행문이 어떠한 형식으로 쓰여져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나도 이젠 여행을 떠나면 필기도구와 메모지를 준비하려 한다. 그 속에 느껴지는 오만 감정을 나의 글로 표현하여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얻게 되어 기쁨이 크다. 이런 책은 많이 사서 봐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야 우리의 인문학이 위기감 없이 성장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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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조선의 시를 쓰라 - 연암 박지원 문학 선집
박지원 지음, 김명호 편역 / 돌베개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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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문장을 이미 읽어본 사람에겐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

박희병 선생님의 "박지원을 읽는다"나 정민 선생님의 "미쳐야 미친다"를 읽어본 독자라면 읽지 않아도 좋으리라.

하지만 이제 처음 박지원의 문장을 보는 사람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박지원 문장의 백미라 일컬어 지는 문장만을 모아놨다.

그 한 문장들을 해석하여 실어놨기 때문에 박지원을 요모조모 파악할 수 있으리라.

이를테면 '연암집'을 선독한다고 보면 쉬울 터이다.

박지원은 조선이 낳은 최고의 문장가였으며 그의 문장은 지금 읽어도 여전히 명문이다.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서술방식 또한 허를 찌르는 전개를 보여주기에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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