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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기행 - 조선의 선비, 산길을 가다
심경호 지음 / 이가서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받고서 두 번 놀랐다.
우선 가격에 비하여 그 내용은 정말 알찼기 때문이다. 가격이 삼만원이 안 넘어 감에도 700페이지에 이르는 내용은 책의 소장가치를 높여 준다. 거기에다가 알찬 구성까지 더하여 있으니, 이 책을 손에 넣어다는 것만으로 기쁨이 몰려 왔었다.
또한 전면 칼라여서 놀랐다.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자료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떤 책에 비하더라도 절대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이 이 책을 산 것에 대하여 기쁨을 주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백미는 내용에 있다. 조선 후기에 접어들면서 선비들은 방랑벽에 휩싸인다. 우리 사물을 그냥 보는 단순한 관상미에서 떠나 그 사물 속에 자신의 현 처지를 투영하는 경지까지 이른 것이다. 방랑 시인 김삿갓처럼 왜 그 당시 선비들은 떠돌아 다니면 '완물상지'라 조롱당하던 행위를 했던 것일까?
그런 물음들에 대한 해답이 이 책에 있다. 또한 선비들의 자연을 보는 관점을 통해 오늘날의 기행문이 어떠한 형식으로 쓰여져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나도 이젠 여행을 떠나면 필기도구와 메모지를 준비하려 한다. 그 속에 느껴지는 오만 감정을 나의 글로 표현하여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얻게 되어 기쁨이 크다. 이런 책은 많이 사서 봐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야 우리의 인문학이 위기감 없이 성장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