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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세대가 본 논어 1
배병삼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10월
평점 :
나는 한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사람이며, 한문교사를 꿈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나였기 때문에 논어와 맹자는 꼭 봐야만 하는 필독서였으며, 그런 부담만큼이나 보기 싫은 책이기도 했다. 과거의 쾌쾌한 문장들을 보며 현재와의 괴리를 몸소 느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었으며, 왠지 절대 옳은 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겨워지는 그런 부조리에 몸서리 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하던 때 이 책을 만나게 된건 축복이었다. 논어의 경문들을 이렇게 현대적인 관점에서 쉽고 재밌게 풀어낸 책은 적으리라. 이 책을 한 권 쭉 읽는 것만으로도 내가 의식속에서 거부해왔던 논어란 텍스트가 얼마나 잘못된 인식인지를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논어에 나오는 내용들은 공자 당시의 여러 기록들과 그 후대에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것들이지만, 지금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춘추 시대의 혼란상과 인간상을 정립해 논 책이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도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시대의 혼란성과 자아의 혼란상이 그 당시와 지금이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사회는 발전했지만 발전한 만큼 문화지체 또한 일어나서 자기에 대한 주체를 지니지 못하고 살아가게 되었다. 그런 공통의 혼란상 속에 자아를 찾기 위한 말들이 모아진 책이 논어였으니, 지금의 우리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줄 법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를 찾기 위해 더 열심을 낼 수 있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나의 길을 갈 수 있던 정신의 뼈대를 세우기 위해 말이다. 자기의 주견을 확실히 세워 어느 곳에도 변벽되지 않았던 공자의 행동을 통해 나의 주견과 생각들을 정립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논어란 텍스트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나, 아니면 나는 누구인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으로 답답해 하고 있는 사람에게 추천해줄만하다. 명작이 명작인 이유는 시대와 사상을 초월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