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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ㅣ 어른을 위한 동화 2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3월
평점 :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 "지금 무얼하고 있나요?" "무슨 꿈을 가지고 어딜 향해 가고 있는건가요?" 그런 질문들에 난 당당히 대답할 수 있다. "지금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전 교사가 되는 꿈이기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도서관에 가고 있죠." 라고 말이다. 그런 나에게 또 질문을 한다. "그 꿈이 있는데도 왜 편해 보이지 않죠?" 그러면 나는 "........" 말을 잇지 못할 것이다.
지금 내 상황이 이렇다는 것이다. 꿈도 있고, 열정도 있으며, 하고자 하는 일도 분명하다. 물론 지금 내가 해야할 일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난 지금 방황을 하고 있다. 목표가 없어서가 아니라, 자꾸 자신이 없어져서 그렇다.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고, 내가 지금 하는 공부가 과연 옳은 길인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본질적으로는 나의 삶에 대한 의문에 맞닿아 있는 의구심일테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 속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신문에 100쇄 인쇄했다는 기사를 봄으로 알게 되었다. "노인과 바다"에 맞먹는 한국형 성인동화라는 칭호를 듣고 있는 책이라는 소개와 함께 말이다. 그래서 집어들게 된 책이다. 그러고보면 책과 사람의 만남은, 사람들끼리의 인연처럼 오묘한 구석이 있다.
동화라는 칭호에 맞게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림도 많았기에 어느 순간 끝나고 말았던 거다. 권선징악의 그런 동화적인 스토리를 생각했던 나에게 이 소설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다채로웠다. 순간 순간 '너는 지금 어딜 향해 가고 있니? 난 강으로 올라가 생명을 잉태하려 가고 있는데.....' 라는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은빛연어의 자아 찾기가 펼쳐졌던 동화의 내용에선, 혹 나를 보는 듯했다. 백지상태와 같던 은빛연어가 삶의 본질을 찾아가듯, 그 발자취에 따라 나도 나의 삶의 의미를 반문하며 찾아갔던 거다.
나를 뭉클하게 만들었던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강인함이었다. 내가 잃고 있었던 삶에 대한 열정과, 그 이유를 그렇게 설명해 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난 왜 이렇게 주눅들어 있었던가? 그건 학습된 무기력함인지도 모르겠고, 열정에 비해 나의 자존감이 낮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젠 당당히 맞서야 할 이유가 명확해 졌다. 그건 연어가 쉬운길이 아닌 폭포를 거슬러 올라 자아를 찾고, 삶의 본질을 찾았듯이 나 또한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꿈결 같은 이야기들, 그 안에 담겨 있던 깨달음들. 읽고나서도 한참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 멍한 느낌 속에 맘 속 가득 꽉 차오르는 열정과 희망들을 느끼며 말이다. 이젠 당당히 세상에 나아가 나만의 폭포를 힘껏 넘어야 겠다. 은빛연어는 곧 내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