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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야 미안해 "너무 재밌어서" - 어휘편
하영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미 부수편을 리뷰하면서 설명했듯이, 부수편을 보게된 이유는 '한자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보여줄만한 책을 찾다가 아기자기한 표지를 가진 이 책이 끌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펼쳐진 '부수편'은 의외로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자가 지금의 모습으로만 그 쓰임을 유추하긴 어렵다. 한자의 모양이 점차 변했듯이 금석문이나 귀갑에 쓰인 한자를 알지 않고서는 한자의 뜻을 안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바로 이 책에선 그런 부분까지 섬세하게 살펴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한번에 내리 읽게 되었던 거다. 부수 학습은 한자 학습의 기본임은 이미 말한 바 있다. 그런 연유로 '부수편'의 자매격인 이 책까지 보게 되었다.
이 책의 특이점은 어휘들을 단순히 나열하고 익히도록 유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비슷해보이는 어휘들을 체계적으로 엮어놓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설명하며 그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리고 그걸 쓰면서 읽히도록 유도한다는 데에 있다. 한자어를 익히는 건 어떻게 보면 외국어를 익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만큼 낯설고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반복되지 않고 한번의 학습으로 끝난다면 아니 한만 못하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해야 하며 그 안에 담긴 의미까지 샅샅이 익혀야 제대로 된 어휘 학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은 좀 더 처음에 한자를 접하는 초등학생들이나 중학생들에게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제대로 된 어휘를 익히는 것,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뜻을 익히는 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자어가 태반을 차지하는 우리 문자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요즘처럼 논술이 하나의 시험과목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선 그게 하나의 실력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어휘를 제대로 안다는 건 글을 매끄럽게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일례로 '유래'와 '유례'는 어떻게 쓰일까? 하는 문제들이 그것이다. 언뜻 보면 헤깔리기 쉽다. 하지만 由來는 '추석의 유래는 무얼까?'와 같이 어떤 사물의 시작점을 말하는 것이며, 類例는 '유례가 전혀 없다' 처럼 어떠한 사실이 없었음을 이야기할 때 쓴다. 한자로 보면 확연한 차이가 느껴지는 이런 단어들의 쓰임을 이 책에선 아주 재밌게 풀어가고 있는 셈이다.
어떤 시험을 염두하며 하는 공부는 공허하다. 실컷 시험보기 전까지 달달달 외우다가도 시험이 끝나고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새까맣게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란 즐기면서 할 일이다. 한자 공부가 어렵다고 생각하는가~ 전혀 그런 겁을 먹을 필욘 없다. 그저 우리말 제대로 익힌다고 생각하며 한번 도전해보자. 그런 작은 발걸음이 당신의 지적 능력을 살찌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