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를 말하다 - 이덕일 역사평설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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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한국사를 접할 때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 고대 상고사와 더불어 개항기, 조선멸망기 및 일제감정기를 아우르는 근대사를 손에 꼽을 것입니다. 물론 한국사 요소 요소에 안타까운 부분들이 많이 산재하고 있지만 韓민족에게 가장 거대한 트라우마를 남긴 시대가 바로 바로 이 두 시기의 역사일 것입니다. 뭐 고대 상고사야 대한민국 학계에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실증사학의 잣대로 판단한다면 문헌이나 유물이 적기 때문에 별별 소설을 쓰고 그 소설이 마치 팩트인양 믿으라고 하는 부분들, 극히 작은 부분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것 같기도 합니다만 가장 근세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근대사 마저 소설로 탈바꿈하는 것을 지켜 보고 있자면 이 놈의 나라 역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이구나 하는 생각 한번쯤은 가져 보게 됩니다. 아마도 일제감정기를 거치면서 식민사학과 인조반정이후 뿌리 깊게 자리잡은 노론계 수구세력의 밥그릇 지키기 일환으로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철저하게 왜곡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불안정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이러한 세력들의 왜곡이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하는 근원에는 일반대중들의 근대에 대한 인식 자체가 잘못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됩니다. 물론 결정적으로 전문 사학자들의 잘못과 눈가리고 아웅식인 면이 강하게 상존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대중에게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에 엄청나게 편협되고 이분법적인 사관이 존재하고 있음은 틀린말이 아니겠죠.

 

저자인 이덕일 선생도 지적하듯이(아마도 이번 책의 출간 목적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 동안 근대는 일제 감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독립 운동사를 중심으로 기술되어 왔고 으레껏 일반대중 독자들이나 학생들에게도 근대라함은 바로 이러한 굵직한 두가지의 사건을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떠올리게 됩니다. 뭐 사실상 이 두가지의 변수가 우리 근대사를 기술하는데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될 수 밖에 없는 것도 우리의 태생적인 한계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근대사를 기술함과 그리고 근대사를 이해함에 있어 너무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경향으로 흘러오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합니다. 개항기와 일제감정기 시대에 탄압 받았던 사건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독립 운동사들만이 부각되고 기술되다 보니 고종조에 들어서서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전반적인 역사적 흐름에 대해선 소홀할 수 밖에는 없는 그야말로 나무만 보고 그 숲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근대사를 달달 외우고 있었던 거죠.

 

이런 측면에서 이번 <근대를 말하다> 는 개별적인 사건과 인물 중심보다는 전체적인 근대사의 흐름의 맥을 잡을 수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띄입니다. 물론 중요한 미시적인 사건에 대한 평설도 포함되어 있지만 거시적으로 왜, 어떻게 근대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이는 저서입니다. 특히 가해자인 일본의 근대화 진행과정를 자세하게 기술(특히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와 일본 메이지 유신 그리고 근대화 제국화 되어 가는 과정들)하고 있어 조선과 일본 양국을 냉철하게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근대사가 진행된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하고 싶은 역사서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그 동안 이덕일 선생의 저서를 줄곧 읽어왔던 독자들이라면 인정 하듯이 정말 역사를 맛깔나고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 다시 한번 느끼게 합니다.

 

전반적으로 역사를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거시적인 안목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일깨웁니다. 사건이나 인물 중심의 역사 판단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것은 틀림없지만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시각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저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근대사와 뗄레야 뗄수없는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동시에 기술하고 있어 우리 근대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근대사는 일제감정이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었고 이런 요인들이 식민노론계사학자들과 친일파 및 그 후손들에게 역사 왜곡이라는 판을 깔아 주었고 결국 우리는 우리의 근대사를 인식할때 부정적일 수 밖에는 없었던 것입니다(솔직히 말하면 부정적이고 소극적으로 받아들이게끔 철저히 교육되었고 강요되었다고 보는편이 더 타당하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번 <근대를 말하다>를 계기로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사관에서 탈피하여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우리 근대사를 다시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다가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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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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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다카노 가즈아키의 신작 <제노사이드>는 작가도 생소했지만(사실 그의 13계단이나 6시간후 너는 죽는다등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는 일본작가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만) 무엇보다 제노사이드(대학살)라는 제목 자체가 던져주는 호기심이 솔직히 강하게 다가 왔던 작품이었습니다. 나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들의 만행을 다루거나 뭐 작가가 일본이이다 보니 난징 대학살등 일본 제국주의시대의 잔혹성을 다루는 역사적 팩트와 상상력이 결합된 팩션 같은 작품이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작품을 대했는데 이거 완전히 제 생각을 빗나가게 하는는 작품이더라구요. 솔직히 예전에 읽었던 故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를 접할때 만큼 숨막히는 느낌을 받게 되더라구요. 괜히 일요일 오후쯤에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손에 잡게 되면 다음 한 주를 정상적으로 생활하는데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속칭 말하는 끝장을 내게 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만큼 박진감 넘치면서 스펙타클하고 도저히 중도에 책장을 덮을수 없는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고 보입니다. 뭐랄까 이 소설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사실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이 더 유효 적절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이라는 뉘양스가 강하게 전해오는 작품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스토리 전개와 구조 역시 아프리카 콩고와 미국 펜타곤 그리고 일본을 배경으로 방대하게 전개되고 있고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글로벌한 범위에서 각자의 역활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스케일이 큰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다소 산만하게 여기질 수 있는 공간적인 배경과 많은 등장인물들이 하나의 거대한 주제에 의해 서로 상호연관성을 부여함으로써 독자들에겐 별개의 사건이 아닌 동일한 사건을 계속해서 추적하게끔 하는 역활을 병행하고 있어 지루하다거나 혼란스럽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점이 작가의 힘이겠죠. 다소 헐리우드 영화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 가벼움을 작가는 군데 군데 정치 인류학적인 담론들을 배치함으로써 흥미본위에 들떠 있는 독자들의 가벼움을 진득하게 눌러주는 진중한 분위기도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작품 특징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싶네요. 이러한 전체적인 스트럭쳐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작품 전체의 격(진화생물학적인 전문 용어와 화학방정식등의 고차원적인 과학용어등이 이번 소설이 단순한 날림이 아니다라는 것을 반증하기도 하네요)을 높여주고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합니다.

 

 

전반적으로 작가가 다루는 인류의 진화와 그 진화속에서 자행 되었던 동종간의 학살, 인간성 자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으나 네러티브를 이끌어가는 방식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트를 방불케할 정도의 방대한 스케일과 속도감이 아우러져 다소 가볍게 느껴지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아마도 무거운 주제를 다루다 보니 독자들의 가독성등을 고려한 배려적인 차원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아무리 가볍게 내지는 흥미본위로 이번 작품을 대하더라도 지금 현생 인류의 형성 과정과 향후 나아가야 할 방안에 대한 많은 고민거리를 담고 있는 상당히 고차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소설작품 보다는 일종의 정치 인류학 보고서(정치와 국가의 역활, 남성과 여성의 성대결 등 왠만한 정치인류학 서적의 논거에 결코 뒤지지 않는 담론들이 담겨있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눈을 또 한번 즐겁게 한다는 것입니다)를 대하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작품을 다 읽고 나서야 왜 제목이 제노사이드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걷어 지면서 많은 생각을 갖게 합니다. 이러한 작가의 설정과 호소는 향후 우리 인류가 가져야할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프트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회자되지 않을까라는 느낌도 들구요. 

 

개인적으로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故이수현씨이 생각이 날만큼 일본인의 시각을 상당히 변하시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외국소설을 접하면서 간간이 우리와 관련된 사안들이 등장하지만 사실상 일회성 눈요기 거리에 지나칠때가 많습니다. 그중에서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카산드라의 거울>은 상당히 비중있는 인물로 비록 북한출신의 한국인을 등장시키고 있지만(사실 카산드라의 거울 정도의 역활만 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죠)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한국 유학생 이정훈은 작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주연급으로 설정되어 있어 국내독자들에게 신선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나 작가의 민족성에 대한 생각이 겐토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상당히 진보적(식민통치에 대한 반성과 민족/인종 차별에 대한 진보적 시각등)이라는 것이 사실 이번 소설속에서 가장 반가운 부분이기도 합니다(물론 이러한 느낌은 국내독자들에게만 한정되겠지만요) 아마도 이러한 설정자체가 작가 나름의 화해의 손짓이자 많은 노력(우리말 情에 대한 작가나름의 뜻풀이 과정을 보면 우리문화에 대한 많은 연구를 했다는 반증이겠죠)을 기울리지 않았을까라는 희망적인 생각을 가져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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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평전 - 지울 수 없는 얼굴, 꿈을 남기고 간 대통령
김삼웅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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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은 한국 현대사에 있어 상당히 의미있는 한 해라고 생각되어 집니다. 우여곡절끝에 숙적 일본과 공동개최라는 형태로 열렸던 월드컵은 세간의 우려를 말끔히 잠재우면서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사상 최초 4강진입이라는 엄청난 결과물을 받았지만 무엇보다 당시 국민들이 보여주었던 응원의 문화(붉은 악마라는 모토보다 붉은색에 대한 열정이 돋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전쟁세대가 사회상위층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태에서 붉은색에 대한 트라우마는 쉬이 없어지지 않을텐데 월드컵을 계기로 상당부분 희석되었다는 차원에서 엄청난 일을 해낸거죠)는 하나의 표본으로 자리매김하는 역사적 족적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열정은 고스란히 대통령 선거에 반영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젊은세대들의 열정(물론 세대간의 갈등을 조장코져 하는 뜻은 아닙니다)이 한곳으로 집중되어 표출되었고 이러한 열정은 스포츠이든 정치이든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표한 사건이기도 했죠. 그 중심에는 노무현이라는 아이콘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합니다.

 

故노무현 대통령의 3주기를 맞이하여 출간된 김삼웅 선생의 <노무현 평전> 은 이러한 의미에서 그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그가 한국 현대사에 끼친 영향들을 되새김하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습니다. 정치인으로써의 역정, 현대사의 한복판에서 선택해야만 했던 갈등들이 그의 삶을 통해서 반영되어지고 연결되어지는 인생의 삶을 통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록 개인의 평전이기도 하지만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이라고 봐도 무방치 않을 만큼의 무게감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자인 선생의 전작을 접해본 독자들이라면 평전을 이렇게 맛깔나게 저술할 수 있을까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참을 수 없는 마음의 허전함을 채워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아 한 인물과 시대를 오버랩하면서 평가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노무현 평전> 역시 많은 부분에서 그의 발자취를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며 평전의 격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대한민국 탄생이후 가장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가장 정상적인 인물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유일무이한 경우라고 생각되어질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있어 정치라는 트라우마가 던져주었던 악몽같은 현실들을 희망이라는 메세지로 승화시킨 인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물론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원인는 그동안 억눌려 왔거든 표출 되어지기를 거부 당했던 대중시민들의 역량이 한데 모여서 만들어낸 변혁임에는 틀림없지만 그에 합당한 인물성이 있었기에 대중시민들은 그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비단 대중시민의 손에 선출되었지만 비정상적인 국가권력(보수정치권을 통칭하는 의미에서)에 의해 버림 받았던 그의 삶이 미완으로 남긴 했지만 오히려 이러한 미완이 대중시민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그만의 선택이지 않았을까라는 조심스러운 생각도 듭니다. 

 

지금 이시각에도 여야 정치권은 새로이 판짜여진 특설링에서 또 다시 진흙탕싸움에 여념 없습니다. 여는 여대로 야는 야대로 속된 표현으로 개판오분전이라는 도도 넘어셨고 대중시민들의 채념은 갈수록 더 깊어가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를 통해 항상 꿈을 꿀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듯이 故노무현 대통령을 통해 대중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정치판을 다시 한번 꿈꿀 수 있는 것도 故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아이콘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을가 싶네요.

 

전반적으로 故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양극단의 면모를 보여줍니다(물론 다양한 형식으로 올바르게 전달되지 않은 부분들이 강하죠). 그래서 일반대중에게는 당혹스러울수 밖에 없습니다. 어느쪽의 평가가 제대로 그의 면모를 제단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중에서 가장 양극의 평가를 받는 인물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하죠. 하지만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얻었다는 점에 우리는 다시 한번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 숫자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득표수는 결국 그를 그리고 그의 정치관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숫자와 동일하기에 주목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재임시절 몇가지의 오류(대게의 평전이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대충 넘어가지만 저자는 과실에 대한 냉혹한 평가와 진단을 내리고 있기에 더욱더 이번 평전의 가치가 돋보이게 하네요)가 있었다는 점 역시 평가부분에서 제외되어서는 안되겠지만 병자호란이후 득세한 노론세력의 후예들 시각에서 엄청나게 위험한 인물이 국가통수권자에 올랐다는 자체가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용납될 수 없었던 것이고 이러저러한 사유로 지금의 인물평을 확대재생산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 뿐입니다. 이런 정치적인 견해로 흘러버렸네요. 전체적으로 이번 평전은 노무현이라는 개인과 그가 살아왔던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상호보완하여 재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정치인으로서 혹은 공인으로서의 노무현과 자연인으로서의 노무현 양측면을 동시에 살펴보면서 그동안 곡해되었고 억지창출되었던 메타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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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산성 여행 - 역사의 흔적
최진연 글.사진 / 주류성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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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나 중국의 역사왜곡을 경험하면서 한국사에 대한 재인식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네들의 역사왜곡을 질타하고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이보다 먼저 우리 자국사에 대한 올바른 고증과 인식이 선행되어야지 않을까 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문가 집단에서부터 일반대중 독자들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하면 한국사를 바로 재정립할 수 있을까라는 공감대가 널리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최진연 사진작가의 <경기도 산성 여행> 은 상당한 반향을 불러오리라 여겨지네요. 그동안 우리는 역사하면 모년모월모일에 누가 어떤 일을 행했다는식의 역사적 사실에 주안점을 두었죠. 즉 사건과 인물중심의 역사를 접하다 보니 암기식 위주와 따분한 역사적 행위들의 나열속에서 진정한 역사의 참맛을 느끼지 못했던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역사는 현실 세계와 괴리된 죽은 학문으로 낙인찍히면서 오죽하면 대학입학능력평가시험에서 선택과목으로 치부 받는 수모까지 겪고 있는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교육제도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역사를 시험과목이나 교육의 목적으로 삼는다는 관념자체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기존의 역사교육 방법론을 혁신하지 않는한 이러한 현상은 되풀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일이니까요.

 

이런측면에서 이번 <경기도 산성 여행>은 역사에 대한 접근방식이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오는 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특히 현존하는 유물이나 서지학적 문헌등이 극히 적은 상고사 부분을 대하면서 그저 지도한장으로 그 시대를 제단해야 했고 그렇게 배워야했던 기존 접근방식과는 180도 다른 방향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산성에 국한되어 있지만 달리 보면 삼국시대의 정치,경제,문화등의 전반적인 사안을 인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산성연구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만큼 성을 중심으로 국가기반이 성립되었기에 이러한 성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상당할거라 여겨집니다. 그동안 아차산성, 풍납토성등 몇몇 알려진 산성이나 성에 대한 발굴과 연구는 많이 이루어 졌지만 이번 책에 등장하는 무수한 산성들을 접하면서 새삼 우리의 역사를 재발견한다는 기쁨이 강하게 다가옵니다. 여기에 각각의 산성에 관련된 전설적인 구비문학과 사초에 근거한 역사적 사실등을 효과적으로 부연설명하고 있어 독자들의 이해력을 높이고 있습니다(전 개인적으로 성과 보루의 차이점을 이번에 확실히 인식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와닿는 부분은 비쥬얼이 환상적이라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화보들만 들여다 보더라도 수준높은 예술사진을 보는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 없는 한편의 풍경화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정말 시각적으로도 흥미롭고 새롭게 다가옵니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그동안 활자나 어려운 용어 그리고 낯설은 한자어로 점철된 역사서만 바라본 독자들이라면 이번 책은 그야말로 재미있게 역사를 쳐바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네요. 오히려 이러한 뷰주얼이 역사인식에 오래토록 각인되어 현실감 있게 남으리라 여겨 집니다. 특히 항공촬영으로 수록된 사진들은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네요. 자연과 더불어 지형지물이 완벽하게 조화된 일체감은 수성이나 방비 차원을 떠나서도 귀감이 될 만한 사레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이번 산성투어를 통해서 다시 한번 느끼지만 우리의 문화재관리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이고 엉망진창인지 정말 낯뜨겁게 다가 옵니다. 발굴하고 경제개발논리로 훼손되고 방치된 산성들이 수없이 많다는 사실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게 합니다. 이동통신 안테나망, 군용 이동로와 참호 그리고 농경지가 버젓이 자리한 문화유산들을 보면서 새삼 누구를 탓하고 무엇을 한탄할까라는 생각만이 머리속을 감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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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밀란 쿤데라 전집 9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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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사실 그 유명한 밀란 쿤데라의 작품을 난생 처음 접하게 되었네요. 저 처럼 밀란 쿤데라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는 독자라도 제목만으로도 귀에 낮익는<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불멸> 등을 비롯한 그의 작품들은 굉장히 낮설지 않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기에 마치 저같은 독자들에겐 제목만 들어도 마치 접해본 작품인양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할 묘한 뉘양스를 주는것 같습니다. 그나마 분량이 약간은 만만하게 보이는 <정체성> 을 먼저 접하게 되어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만요. 하지만 이번 작품 <정체성> 역시 작가의 여타 작품들 처럼 제목에서 부터 풍기는 강력한 포스로 인해 상당히 난해할 것 같다는 선입관을 가지게 되더라구요. 물론 다 읽고 난 느낌 역시 첫 느낌처럼 만만치 않는 작품이라는 강한 잔상을 지울수 없게 하네요. 아무래도 작품 가독적인 면이나 이해력에서 스텐다드 문학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선이 저에겐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도 합니다.

 

남녀 주인공인 상탈과 장마르크 각각 1인칭 시점과 전지적 작가시점 내지는 관찰자 시점이 혼용되어 전체적인 내러티브를 마치 쌍방향 소통식으로 전개해 가고 있어 전반적으로 진도를 내는데는 큰 무리감이 없어 보이는 평이한 구성력을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다가옵니다. 어느날 연인인 상탈의 "남자들이 더 이상 나를 돌아보지 않는다" 라는 한마디(결국 샹탈의 이 한마디가 작품 전체의 축약하는 모멘트가 되기도 하죠)의 맨트가 발단이 되어 연인을 기쁘게 할(혹은 사랑을 확인하는 유치한 일종의 테스트도 될 수 있을 것 같구요) 요량으로 시작된 묘령의 편지는 남자주인공이 의도했던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이를 기화로 각자 자신의 사랑과 인생의 의미를 재확인하는 과정을 그려가게 되면서 각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서 심도깊은 의미를 부여하는 구도가 이번 작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죠.

 

뭐 제목 자체에서 부터 오는 무게감의 부담감을 결코 떨쳐버릴 수 없을 만큼 상당히 소화하기 만만치 않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물론 전통적인 문학작품에 대한 이해력의 차이겠지만요). 분량이 중편소설정도로 적고 남녀주인공의 대화체로 스토리를 끌어가는등 별반 어렵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작품 곳곳에서 작가가 피력하는 견해들은 상당히 난해하고 수준높은 철학의 반열에까지 이르게 합니다. 우정이나 권태에 대한 상념들은 기본적으로 인식론과 존재론에 대한 기초적인 인지력을 요구하기도 하는것 같아 몇번을 되새겨 읽어봐야할 대목으로 기억되는 부분입니다. 특히 권태에 대한 상념들을 오늘날과 과거의에 대한 비교를 통해서 '오늘날 무관심이라는 공통점 자체는 무관심이 우리 시대의 유일한 집단적 열정이다 ' 라는 작가의 표현은 그야말로 의미심장한 표현으로 다가오면서 작품 전반을 흐르는 핵심을 보여주는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체성>을 통해서 우리는 상당히 시니컬하면서도 인텔리하고 유니크한 커플을 만나게 됩니다. 특히 샹탈의 직업이 의미하는 바는 작가가 의도했던 아니던 간에 '정체성'이라는 메타포와 일맥상통하면서도 상반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컨셉을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서 독자들 스스로 정체성에 대한 실마리를 찾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이렇게 표현은 하지만 그렇다고 실마리를 찾기는 상당히 힘들다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또한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 갑자기 몽환적이면서 현실성과 괴리된 분위기로 칫닫는 부분이 독자들을 약간 당황스럽게 하지만 달리 보면 작가의 정체성에 대한 크라이막스적인 표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전반적으로 분량만 믿고 쉽게 접근했던 무지의 소치에 땅을 치게 할정도로 만만치 않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 밀란 쿤데라의 여타 작품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가지고 사전작업을 병행해야하지 않을까라는 노파심마저도 들게 합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살아가면서 가장 고민거리인 '정체성' 에 대해서 나름 한번쯤은 심도 깊게 생각할 방향타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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