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산성 여행 - 역사의 흔적
최진연 글.사진 / 주류성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일본이나 중국의 역사왜곡을 경험하면서 한국사에 대한 재인식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네들의 역사왜곡을 질타하고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이보다 먼저 우리 자국사에 대한 올바른 고증과 인식이 선행되어야지 않을까 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문가 집단에서부터 일반대중 독자들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하면 한국사를 바로 재정립할 수 있을까라는 공감대가 널리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최진연 사진작가의 <경기도 산성 여행> 은 상당한 반향을 불러오리라 여겨지네요. 그동안 우리는 역사하면 모년모월모일에 누가 어떤 일을 행했다는식의 역사적 사실에 주안점을 두었죠. 즉 사건과 인물중심의 역사를 접하다 보니 암기식 위주와 따분한 역사적 행위들의 나열속에서 진정한 역사의 참맛을 느끼지 못했던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역사는 현실 세계와 괴리된 죽은 학문으로 낙인찍히면서 오죽하면 대학입학능력평가시험에서 선택과목으로 치부 받는 수모까지 겪고 있는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교육제도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역사를 시험과목이나 교육의 목적으로 삼는다는 관념자체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기존의 역사교육 방법론을 혁신하지 않는한 이러한 현상은 되풀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일이니까요.

 

이런측면에서 이번 <경기도 산성 여행>은 역사에 대한 접근방식이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오는 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특히 현존하는 유물이나 서지학적 문헌등이 극히 적은 상고사 부분을 대하면서 그저 지도한장으로 그 시대를 제단해야 했고 그렇게 배워야했던 기존 접근방식과는 180도 다른 방향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산성에 국한되어 있지만 달리 보면 삼국시대의 정치,경제,문화등의 전반적인 사안을 인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산성연구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만큼 성을 중심으로 국가기반이 성립되었기에 이러한 성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상당할거라 여겨집니다. 그동안 아차산성, 풍납토성등 몇몇 알려진 산성이나 성에 대한 발굴과 연구는 많이 이루어 졌지만 이번 책에 등장하는 무수한 산성들을 접하면서 새삼 우리의 역사를 재발견한다는 기쁨이 강하게 다가옵니다. 여기에 각각의 산성에 관련된 전설적인 구비문학과 사초에 근거한 역사적 사실등을 효과적으로 부연설명하고 있어 독자들의 이해력을 높이고 있습니다(전 개인적으로 성과 보루의 차이점을 이번에 확실히 인식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와닿는 부분은 비쥬얼이 환상적이라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화보들만 들여다 보더라도 수준높은 예술사진을 보는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 없는 한편의 풍경화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정말 시각적으로도 흥미롭고 새롭게 다가옵니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그동안 활자나 어려운 용어 그리고 낯설은 한자어로 점철된 역사서만 바라본 독자들이라면 이번 책은 그야말로 재미있게 역사를 쳐바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네요. 오히려 이러한 뷰주얼이 역사인식에 오래토록 각인되어 현실감 있게 남으리라 여겨 집니다. 특히 항공촬영으로 수록된 사진들은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네요. 자연과 더불어 지형지물이 완벽하게 조화된 일체감은 수성이나 방비 차원을 떠나서도 귀감이 될 만한 사레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이번 산성투어를 통해서 다시 한번 느끼지만 우리의 문화재관리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이고 엉망진창인지 정말 낯뜨겁게 다가 옵니다. 발굴하고 경제개발논리로 훼손되고 방치된 산성들이 수없이 많다는 사실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게 합니다. 이동통신 안테나망, 군용 이동로와 참호 그리고 농경지가 버젓이 자리한 문화유산들을 보면서 새삼 누구를 탓하고 무엇을 한탄할까라는 생각만이 머리속을 감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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