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를 말하다 - 이덕일 역사평설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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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가 흔히 한국사를 접할 때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 고대 상고사와 더불어 개항기, 조선멸망기 및 일제감정기를 아우르는 근대사를 손에 꼽을 것입니다. 물론 한국사 요소 요소에 안타까운 부분들이 많이 산재하고 있지만 韓민족에게 가장 거대한 트라우마를 남긴 시대가 바로 바로 이 두 시기의 역사일 것입니다. 뭐 고대 상고사야 대한민국 학계에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실증사학의 잣대로 판단한다면 문헌이나 유물이 적기 때문에 별별 소설을 쓰고 그 소설이 마치 팩트인양 믿으라고 하는 부분들, 극히 작은 부분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것 같기도 합니다만 가장 근세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근대사 마저 소설로 탈바꿈하는 것을 지켜 보고 있자면 이 놈의 나라 역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이구나 하는 생각 한번쯤은 가져 보게 됩니다. 아마도 일제감정기를 거치면서 식민사학과 인조반정이후 뿌리 깊게 자리잡은 노론계 수구세력의 밥그릇 지키기 일환으로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철저하게 왜곡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불안정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이러한 세력들의 왜곡이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하는 근원에는 일반대중들의 근대에 대한 인식 자체가 잘못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됩니다. 물론 결정적으로 전문 사학자들의 잘못과 눈가리고 아웅식인 면이 강하게 상존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대중에게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에 엄청나게 편협되고 이분법적인 사관이 존재하고 있음은 틀린말이 아니겠죠.

 

저자인 이덕일 선생도 지적하듯이(아마도 이번 책의 출간 목적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 동안 근대는 일제 감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독립 운동사를 중심으로 기술되어 왔고 으레껏 일반대중 독자들이나 학생들에게도 근대라함은 바로 이러한 굵직한 두가지의 사건을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떠올리게 됩니다. 뭐 사실상 이 두가지의 변수가 우리 근대사를 기술하는데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될 수 밖에 없는 것도 우리의 태생적인 한계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근대사를 기술함과 그리고 근대사를 이해함에 있어 너무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경향으로 흘러오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합니다. 개항기와 일제감정기 시대에 탄압 받았던 사건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독립 운동사들만이 부각되고 기술되다 보니 고종조에 들어서서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전반적인 역사적 흐름에 대해선 소홀할 수 밖에는 없는 그야말로 나무만 보고 그 숲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근대사를 달달 외우고 있었던 거죠.

 

이런 측면에서 이번 <근대를 말하다> 는 개별적인 사건과 인물 중심보다는 전체적인 근대사의 흐름의 맥을 잡을 수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띄입니다. 물론 중요한 미시적인 사건에 대한 평설도 포함되어 있지만 거시적으로 왜, 어떻게 근대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이는 저서입니다. 특히 가해자인 일본의 근대화 진행과정를 자세하게 기술(특히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와 일본 메이지 유신 그리고 근대화 제국화 되어 가는 과정들)하고 있어 조선과 일본 양국을 냉철하게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근대사가 진행된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하고 싶은 역사서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그 동안 이덕일 선생의 저서를 줄곧 읽어왔던 독자들이라면 인정 하듯이 정말 역사를 맛깔나고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 다시 한번 느끼게 합니다.

 

전반적으로 역사를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거시적인 안목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일깨웁니다. 사건이나 인물 중심의 역사 판단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것은 틀림없지만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시각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저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근대사와 뗄레야 뗄수없는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동시에 기술하고 있어 우리 근대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근대사는 일제감정이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었고 이런 요인들이 식민노론계사학자들과 친일파 및 그 후손들에게 역사 왜곡이라는 판을 깔아 주었고 결국 우리는 우리의 근대사를 인식할때 부정적일 수 밖에는 없었던 것입니다(솔직히 말하면 부정적이고 소극적으로 받아들이게끔 철저히 교육되었고 강요되었다고 보는편이 더 타당하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번 <근대를 말하다>를 계기로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사관에서 탈피하여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우리 근대사를 다시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다가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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