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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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다카노 가즈아키의 신작 <제노사이드>는 작가도 생소했지만(사실 그의 13계단이나 6시간후 너는 죽는다등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는 일본작가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만) 무엇보다 제노사이드(대학살)라는 제목 자체가 던져주는 호기심이 솔직히 강하게 다가 왔던 작품이었습니다. 나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들의 만행을 다루거나 뭐 작가가 일본이이다 보니 난징 대학살등 일본 제국주의시대의 잔혹성을 다루는 역사적 팩트와 상상력이 결합된 팩션 같은 작품이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작품을 대했는데 이거 완전히 제 생각을 빗나가게 하는는 작품이더라구요. 솔직히 예전에 읽었던 故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를 접할때 만큼 숨막히는 느낌을 받게 되더라구요. 괜히 일요일 오후쯤에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손에 잡게 되면 다음 한 주를 정상적으로 생활하는데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속칭 말하는 끝장을 내게 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만큼 박진감 넘치면서 스펙타클하고 도저히 중도에 책장을 덮을수 없는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고 보입니다. 뭐랄까 이 소설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사실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이 더 유효 적절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이라는 뉘양스가 강하게 전해오는 작품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스토리 전개와 구조 역시 아프리카 콩고와 미국 펜타곤 그리고 일본을 배경으로 방대하게 전개되고 있고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글로벌한 범위에서 각자의 역활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스케일이 큰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다소 산만하게 여기질 수 있는 공간적인 배경과 많은 등장인물들이 하나의 거대한 주제에 의해 서로 상호연관성을 부여함으로써 독자들에겐 별개의 사건이 아닌 동일한 사건을 계속해서 추적하게끔 하는 역활을 병행하고 있어 지루하다거나 혼란스럽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점이 작가의 힘이겠죠. 다소 헐리우드 영화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 가벼움을 작가는 군데 군데 정치 인류학적인 담론들을 배치함으로써 흥미본위에 들떠 있는 독자들의 가벼움을 진득하게 눌러주는 진중한 분위기도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작품 특징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싶네요. 이러한 전체적인 스트럭쳐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작품 전체의 격(진화생물학적인 전문 용어와 화학방정식등의 고차원적인 과학용어등이 이번 소설이 단순한 날림이 아니다라는 것을 반증하기도 하네요)을 높여주고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합니다.

 

 

전반적으로 작가가 다루는 인류의 진화와 그 진화속에서 자행 되었던 동종간의 학살, 인간성 자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으나 네러티브를 이끌어가는 방식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트를 방불케할 정도의 방대한 스케일과 속도감이 아우러져 다소 가볍게 느껴지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아마도 무거운 주제를 다루다 보니 독자들의 가독성등을 고려한 배려적인 차원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아무리 가볍게 내지는 흥미본위로 이번 작품을 대하더라도 지금 현생 인류의 형성 과정과 향후 나아가야 할 방안에 대한 많은 고민거리를 담고 있는 상당히 고차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소설작품 보다는 일종의 정치 인류학 보고서(정치와 국가의 역활, 남성과 여성의 성대결 등 왠만한 정치인류학 서적의 논거에 결코 뒤지지 않는 담론들이 담겨있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눈을 또 한번 즐겁게 한다는 것입니다)를 대하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작품을 다 읽고 나서야 왜 제목이 제노사이드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걷어 지면서 많은 생각을 갖게 합니다. 이러한 작가의 설정과 호소는 향후 우리 인류가 가져야할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프트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회자되지 않을까라는 느낌도 들구요. 

 

개인적으로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故이수현씨이 생각이 날만큼 일본인의 시각을 상당히 변하시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외국소설을 접하면서 간간이 우리와 관련된 사안들이 등장하지만 사실상 일회성 눈요기 거리에 지나칠때가 많습니다. 그중에서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카산드라의 거울>은 상당히 비중있는 인물로 비록 북한출신의 한국인을 등장시키고 있지만(사실 카산드라의 거울 정도의 역활만 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죠)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한국 유학생 이정훈은 작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주연급으로 설정되어 있어 국내독자들에게 신선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나 작가의 민족성에 대한 생각이 겐토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상당히 진보적(식민통치에 대한 반성과 민족/인종 차별에 대한 진보적 시각등)이라는 것이 사실 이번 소설속에서 가장 반가운 부분이기도 합니다(물론 이러한 느낌은 국내독자들에게만 한정되겠지만요) 아마도 이러한 설정자체가 작가 나름의 화해의 손짓이자 많은 노력(우리말 情에 대한 작가나름의 뜻풀이 과정을 보면 우리문화에 대한 많은 연구를 했다는 반증이겠죠)을 기울리지 않았을까라는 희망적인 생각을 가져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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