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과 마르가리따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76
미하일 불가코프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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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의 러시아 문학작품과는 사뭇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하는 독특한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색다른 맛을 느끼게 했던 것은 기존의 러시아 문학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 내지는 몇몇 작가들의 작품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이번 작품이 더 색다르게 다가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문학에 문외한이 저에게 러시아 문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문학의 거장이자 대문호라는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 푸슈킨, 고리끼등 이름만 들어도 그 무게감으로 인해 숨막힐 대작가들과 그네들의 이름만큼이나 무겁고 장중한 작품외엔 별다른 기억이 없었던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러시아문학이라하면 왠지 약간은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성격의 인간의 심성을 문학의 일선으로 직수직 끌어올리면서 내면의 세계를 그 누구보다 유효적절하게 표현했다는 각종 서평가들의 리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받아들일수 밖에 없었던 그런 기억들도 잔상으로 오래 남아있구요. 무엇보다 그런 대작가들의 작품하나 접해보지 못했다면 왠지 무슨 필수적인 스팩이 하나 빠진듯한 허탈감과 불안감 모 이런 느낌들이 러시아문학 전체에 대한 이미지로 각인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래서 왠만하면 러시아작가들의 작품에 손길이 가지 않았는데 이번에 접하게된 미하일 불가꼬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 는 그 제목에서부터 왠지 뭔가 산뜻한 느낌이 들어 한번 도전하게 되었습니다.(뭐 열린책들 표지가 왠지 더 읽게금했다고 하는게 맞는 말이겠지만요^^) 물론 양적으로 방대한 느낌이 들어 아 이걸 끝까지 완독이나 할수 있을까라는 걱정 그리고 에이 기존의 그런 느낌의 작품같은면 중간에 접어야지라는 얄팍한 생각들... 이래 저래 많은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던 <거장과 마르가리타> 는 제가 가지고 있었던 기우들을 한방에 날려버린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을 아닐것 입니다. 솔직히 여태까지 접했던 러시아작품들 중에서 가장 으뜸이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견해도 내비쳐 보게 되고요. 왜 이런 작품이 태생했을까(그 숨막히는 대작가들과 작품속에서 어찌보면 상당히 생뚱맞은 작품으로도 보일수 있는데...) 물론 시대적 배경이 뒷단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당한 파격임에는 틀림없는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옵니다.

          작품의 내러티브를 보게 되면 왠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을 머리에 떠올리게 하는데요 좀더 엄밀하게 표현한다면 구소련 스탈린치하를 시대적 배경으로 세계 공산주의 심장인 모스크바를 시대적, 장소적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데 요게 딱 꼽집어서 특정 장르라고 매조짓기에는 애매모호한 액자형식의 작품이라고 보는게 맞는것 같습니다. 작중 주인공인 거장의 작품인 본디오 빌라드와 예수를 하나의 프레임을 형성하고 악마적인 존재인 볼란드와 그 무리들이 현실세계에서 펼치는 또 다른 이야기를 프레임으로 하고 있어 현실과 과거가 아울러지면서 펼쳐지는 내러티브를 담고 있습니다. 비록 <거장과 마르가리타> 는 각각 다른 두개의 내러티브를 담고 있지만 거장이라는 존재로 인해 각각의 내러티브는 상호 연결성을 띄고 있고 시대적으로나 장소적으로나 이념적(작은 의미로 종교적인 색체의 에루살렘과 비종교적인 색체의 모스크바)으로나 융화될수 없는 이질적인 면에 대한 거부감을 걷어내고 있습니다. 상당히 유니크한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상호 보완적이고 내면의 끈으로 연결된 두개의 내러티브가 매력있게 다가오는 작품이기도 하구요. 약간의 초현실적인 SF적 엔터테이먼트적인 효과가 가미되어 있어 흥미진진하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사실 그 동안 국내독자들에게 러시아 문학은 여타 문학에 비해선 상당히 친숙하게 다가왔고(물론 친숙이라는 의미가 달리 보면 교양인으로서 필독해야 하는 작품이라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몇몇 대작가들의 작품은 지금도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라 꾸준하게 독자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문학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은 인간내면의 세계를 성찰하는 다소 무거운 이미지로 남아있기도 하지만 이번 작품은 기존의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거대하거나 숭고하고 다소 차원높은 느낌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점에 우선 눈에 띄입니다. 악마의 등장과 그로 인해 혼란이 발생하는 모스크바 시내의 풍경등은 다소 환상소설에 가까운 스트럭쳐를 보여주고 있고 또 따른 작중 소설인 예수와 빌라도의 이야기는 종교와 인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 엇박자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큰 맥락에서 두 이야기가 종교나 신 그리고 악마, 선과악에 대한 작가 나름의 의지를 햠양하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게 다가오네요. 물론 이 소설을 읽고 느끼는 관점에서는 당시 소련사회 전반에 대한 사회고발형식의 소설로도 받아들여 질만큼 소련사회가 가지고 있는 정치, 경제, 문화등 다방면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기도 히죠.(그래서 소련사회에선 제때 출간되지 못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또한 예수, 악마, 선과악등 형이상학적인 종교문제를 다루는 종교소설로도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는 시각은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만큼이나 다양하고 색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등장인물들의 외형적인 묘사, 심리적 배경, 모스크바나 에루살렘 도시의 세부적 묘사, 그리고 마치 생중계 방불케 하는 전후가 명확하게 맞아 떨어지게 하는 상황묘사가 다소 진부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러한 세세하고 섬세한 묘사들이 볼란드와 그 무리의 해학적인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마치 스릴러 작품을 대하는 듯한 생동감과 긴박감을 자아내게 합니다. 누구에게는 코믹스럽고 어떤이에게는 상당히 고차원적인 멘토를 던지는 듯한 작품구조는 그야말로 문학작품의 거장과도 같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데 충분하고요. 무거움과 가벼움이 동시에 내재하면서도 결코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는 작품의 구도가 매력적인 소설이기도 합니다. 사족이지만 저 개인적으로 러시아문학에 대한 선입관도 날려버릴 수 있었던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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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과 마르가리따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75
미하일 불가코프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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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의 러시아 문학작품과는 사뭇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하는 독특한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색다른 맛을 느끼게 했던 것은 기존의 러시아 문학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 내지는 몇몇 작가들의 작품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이번 작품이 더 색다르게 다가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문학에 문외한이 저에게 러시아 문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문학의 거장이자 대문호라는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 푸슈킨, 고리끼등 이름만 들어도 그 무게감으로 인해 숨막힐 대작가들과 그네들의 이름만큼이나 무겁고 장중한 작품외엔 별다른 기억이 없었던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러시아문학이라하면 왠지 약간은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성격의 인간의 심성을 문학의 일선으로 직수직 끌어올리면서 내면의 세계를 그 누구보다 유효적절하게 표현했다는 각종 서평가들의 리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받아들일수 밖에 없었던 그런 기억들도 잔상으로 오래 남아있구요. 무엇보다 그런 대작가들의 작품하나 접해보지 못했다면 왠지 무슨 필수적인 스팩이 하나 빠진듯한 허탈감과 불안감 모 이런 느낌들이 러시아문학 전체에 대한 이미지로 각인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래서 왠만하면 러시아작가들의 작품에 손길이 가지 않았는데 이번에 접하게된 미하일 불가꼬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 는 그 제목에서부터 왠지 뭔가 산뜻한 느낌이 들어 한번 도전하게 되었습니다.(뭐 열린책들 표지가 왠지 더 읽게금했다고 하는게 맞는 말이겠지만요^^) 물론 양적으로 방대한 느낌이 들어 아 이걸 끝까지 완독이나 할수 있을까라는 걱정 그리고 에이 기존의 그런 느낌의 작품같은면 중간에 접어야지라는 얄팍한 생각들... 이래 저래 많은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던 <거장과 마르가리타> 는 제가 가지고 있었던 기우들을 한방에 날려버린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을 아닐것 입니다. 솔직히 여태까지 접했던 러시아작품들 중에서 가장 으뜸이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견해도 내비쳐 보게 되고요. 왜 이런 작품이 태생했을까(그 숨막히는 대작가들과 작품속에서 어찌보면 상당히 생뚱맞은 작품으로도 보일수 있는데...) 물론 시대적 배경이 뒷단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당한 파격임에는 틀림없는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옵니다.

          작품의 내러티브를 보게 되면 왠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을 머리에 떠올리게 하는데요 좀더 엄밀하게 표현한다면 구소련 스탈린치하를 시대적 배경으로 세계 공산주의 심장인 모스크바를 시대적, 장소적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데 요게 딱 꼽집어서 특정 장르라고 매조짓기에는 애매모호한 액자형식의 작품이라고 보는게 맞는것 같습니다. 작중 주인공인 거장의 작품인 본디오 빌라드와 예수를 하나의 프레임을 형성하고 악마적인 존재인 볼란드와 그 무리들이 현실세계에서 펼치는 또 다른 이야기를 프레임으로 하고 있어 현실과 과거가 아울러지면서 펼쳐지는 내러티브를 담고 있습니다. 비록 <거장과 마르가리타> 는 각각 다른 두개의 내러티브를 담고 있지만 거장이라는 존재로 인해 각각의 내러티브는 상호 연결성을 띄고 있고 시대적으로나 장소적으로나 이념적(작은 의미로 종교적인 색체의 에루살렘과 비종교적인 색체의 모스크바)으로나 융화될수 없는 이질적인 면에 대한 거부감을 걷어내고 있습니다. 상당히 유니크한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상호 보완적이고 내면의 끈으로 연결된 두개의 내러티브가 매력있게 다가오는 작품이기도 하구요. 약간의 초현실적인 SF적 엔터테이먼트적인 효과가 가미되어 있어 흥미진진하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사실 그 동안 국내독자들에게 러시아 문학은 여타 문학에 비해선 상당히 친숙하게 다가왔고(물론 친숙이라는 의미가 달리 보면 교양인으로서 필독해야 하는 작품이라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몇몇 대작가들의 작품은 지금도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라 꾸준하게 독자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문학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은 인간내면의 세계를 성찰하는 다소 무거운 이미지로 남아있기도 하지만 이번 작품은 기존의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거대하거나 숭고하고 다소 차원높은 느낌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점에 우선 눈에 띄입니다. 악마의 등장과 그로 인해 혼란이 발생하는 모스크바 시내의 풍경등은 다소 환상소설에 가까운 스트럭쳐를 보여주고 있고 또 따른 작중 소설인 예수와 빌라도의 이야기는 종교와 인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 엇박자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큰 맥락에서 두 이야기가 종교나 신 그리고 악마, 선과악에 대한 작가 나름의 의지를 햠양하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게 다가오네요. 물론 이 소설을 읽고 느끼는 관점에서는 당시 소련사회 전반에 대한 사회고발형식의 소설로도 받아들여 질만큼 소련사회가 가지고 있는 정치, 경제, 문화등 다방면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기도 히죠.(그래서 소련사회에선 제때 출간되지 못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또한 예수, 악마, 선과악등 형이상학적인 종교문제를 다루는 종교소설로도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는 시각은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만큼이나 다양하고 색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등장인물들의 외형적인 묘사, 심리적 배경, 모스크바나 에루살렘 도시의 세부적 묘사, 그리고 마치 생중계 방불케 하는 전후가 명확하게 맞아 떨어지게 하는 상황묘사가 다소 진부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러한 세세하고 섬세한 묘사들이 볼란드와 그 무리의 해학적인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마치 스릴러 작품을 대하는 듯한 생동감과 긴박감을 자아내게 합니다. 누구에게는 코믹스럽고 어떤이에게는 상당히 고차원적인 멘토를 던지는 듯한 작품구조는 그야말로 문학작품의 거장과도 같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데 충분하고요. 무거움과 가벼움이 동시에 내재하면서도 결코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는 작품의 구도가 매력적인 소설이기도 합니다. 사족이지만 저 개인적으로 러시아문학에 대한 선입관도 날려버릴 수 있었던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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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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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비정근> 이라는 작품을 처음 대면할때 솔직한 표현으로 다소 실망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익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섭렵하면서 어찌 보면 약간 익숙해졌다고 할까요. 치밀한 내러티브와 그 내러티브를 끌어가는 유니크한 캐릭터들 그리고 곳곳에 설치되어 독자들을 혼란케하는 부비트랩 그리고 마지막에 독자들의 뒷통수를 사정없이 때리는 대반전등 이런 묘미들로 인해 그의 작품에 푹 빠져 지냈는데 이번에 접한 작품은 왠지 이런 익숙함과는 거리감이 있어 끝까지 읽을까 말까 하면서 책을 손에 들었다가 놓았다가를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우선 단편소설모음이라 개인취향에 맞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지만 첫 에피소드인 ' 6×3 ' 을 읽고 나서 더욱더 의아했던 것 같습니다. 왠지 이게 아닌데 이 양반이 다작이 전공이라고 하지만 왠지 뭔가 나사하나가 빠져있다는 그런 느낌들... 아무리 단편이라고 하지만 이건 허술해도 너무 아니다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게 하더라구요. 음 그러고 난데 없는 기간제 교사의 등장 여기에 상당히 시크한 면모를 보여주는 기간제 교사, 교육자의 모습과는 뭔가 거리감이 있고, 온동네 설레발이을 칠것처럼 호기심많은 이 사람, 교사라기 보다는 오히려 넉살좋은 인턴사원같은 뉘양스를 풍기는 이 사람... 다시한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일까라는 생각도 들게 하고, 뭔가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갖게 하면서 다음 에피소드를 손에 들었봤습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 하나 하나의 에피소드를 읽어나가면서 저도 모르게 입가에 살짝 미소가 절로 머금게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네요^^ 처음 다소 실망스러워웠던 부분 역시 바로 다름 에피소드인 '1/64 ' 을 읽어가면서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아주 잛은 단편소설이지만 추리스릴러가 갖추어 있어야할 거의 모든 스펙을 함축적으로 내포해 놓고 스토리를 끌어가가고 있고 결말부분의 반전 역시 상상외로(물론 대하장편소설에서 나타나는 아우라 짙은 그런 대반전은 아니더라도)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임팩트가 있어 상당한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에피소드 하나 하나를 연결하면 한편의 거대한 장편소설에 이를는 스트럭쳐를 가지고 있어 에피소드 하나 하나 그냥 넘겨볼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여기에 기간제 교사로 등장하는 사건 해결사 이 사람의 묘한 매력이 작품을 한층 더 맛깔나게 한다는 점입니다. 기간제 교사 즉 정규 교사가 아닌 정규 교사들이 출산, 병가, 사고등으로 비는 자리를 대신할 교사들을 일컫는데 일종의 비정규직같은 직업이죠. 작품에서도 주인공은 자신의 그런 처지를 정말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고, 사회의 주변인같은 생각과 행동들을 서스럼없이 보여주고 있어 마음이 짠하기도 하는데요. 바로 이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가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정규직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사유와 사고 그리고 시각을 가지고 벌어지는 사건을 하나 하나 풀어가는 과정이 눈에 띄입니다. 아마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독특한 작품구성과 캐릭터의 선정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기존의 추리스릴러개념에서 탈피하여 독자와 같이 어떠한 사회적 현상이나 이슛거리가 되는 문제에 대해서 공감을 가질 수 있는 사유를 깔아놓고 있는 것이 특징중에 하나입니다. 이런 사회적인 사유를 작품과 절묘하게 매칭시켜 단순한 사건해결 차원을 떠나서 사회문제를 다 같이 공감하고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는 거죠. 이번에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기간제 교사를 사건 해결사로 등장시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갈등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 학생들의 왕따문제, 청소년 자살, 청소년 범죄에 대하 법적 판단 근거등 학교와 학생 그리고 교사간에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제3의 시각이자 좀더 자유로운 기간제 교사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장면들에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저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구성이 있는데요. 에피소드중 마지막 두편인 '방화범을 찾아라', '유령이 건 전화' 는 엄밀하게 봐서 고바야시 류타라는 초등학생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왠지 이게 그냥 앞의 에피소드와 별개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거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앞의 '나' 인 기간제 교사의 어릴적 모습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공부보다는 다른 곳에 호기심이 많은 류타 그리고 역시 교사라는 직업보다는 추리탐정쪽에 더 관심이 많은 기간제 교사 '나' ... 아무래 생각해봐도 동일 인물이지 않나라는 느낌 강하게 들죠. 이래서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갖게 한다는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각각의 에피소드가 단편적이고 개별적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크게 주인공인 기간제 교사의 시각과 배경이 학교라는 점에서 일련의 에피소드들이 하나로 엮여 또 다른 작품을 구성하는듯한 구조가 색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학교와 학생 그리고 사회가 얽히는 다양한 사건과 현상들을 소재로 삼아서 사회성이 짙게 가미된 작품이구요. 특히 사건의 해결자인 비정규직 교사의 활약이 일품이 작품으로 보입니다. 이 교사 왠지 가가 교이치로와 비슷한 따뜻한 인간미를 흠뻑 풍기면서 사건을 사건으로 해결하는게 아니라 인간대 인간의 모습으로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잔잔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었습니다. 마치 겉으로는 완전한 스펙을 갖추고 있지 않지만 그 내면세계는 어떤 사람보다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사람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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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우르줄라 포츠난스키 지음, 안상임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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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독자들에겐 다소 생소한 이름의 작가 우르줄라 포츠난스키(음 정말 이름도 길고 어렵네요^^)의 <파이브>란 작품을 대면했습니다. 음 작가 소개란을 보면 이 작가는 그 동안 청소년들을 위한 스릴러계통의 소설이 주 전공이었고 이번에 처음으로 성인독자를 상대로한 범죄 스릴러 계통의 작품을 선보인거로 나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녀(이 또한 추측이지만 여성 작가가 맞겠죠^^)의 데뷔작이라고 해야할 만큼 상당한 의미와 비중이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사실 오스트리아 문학을 처음 접해 보게 되어서 (세계문학전집등을 통해서 고전으로 접한 것을 뺀다면요) 그런지 일단 흥미로운 부분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거기에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범죄 스릴러 작품이라 더욱더 호기심이 발동하고요. 덤으로 사건 해결사가 기존의 거칠고 터프한 남성 위주였다면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자신의 분신이라는 여성 해결사를 창조함으로써 색다른류의 사건 해결사를 대면하게 된다는 점 그리고 베아트리체와 콤비를 이루는 남성조력자의 역활과 한계를 한번 유심히 볼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파이브> 란 작품은 상당한 흥미를 선사할 것이라는 생각이 앞서게 되네요. 제목과 표지의 좌표 5군데 대충 5명과 관련된 살인사건 뭐 이정도의 추리를 해보면서요.

 

          우선 지오캐싱이라는 정말 낯선 소재가 등장합니다(작가가 사는 곳 유럽쪽에서는 상당히 널리 알려진 게임같지만요). 뭐 우리로 치면 보물찾기같은 게임인데요. 먼저 이런 유니크한 소재의 발상이 신선하게 다가오네요. 스마트한 세상에서 굳이 옛날의 버전으로 발생하는 사건이나 이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 역시 왜 하필 구버전으로 그러니까 몸으로 떼우면서 해결할까라는 생각이 든 독자들이라면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지오캐싱과 이를 둘러싼 사건 그리고 이를 파헤쳐 가는 방식등은 상당히 현대적 감각이 묻어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우르줄라가 전면에 내세우는 사건 해결사 베아트리체의 면면을 한번 봐야 제대로된 네러티브의 완성과 그 뒷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일단 작중에 등장하는 베아트리체의 외모는 왠만한 남성들이라면 고개가 절로 돌아갈 정도로 육감적인 자태를 가진 여성으로 보입니다. 비록 이혼하고 두아이를 키우는 몸이지만 주변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할때 상당히 매력적인 여성으로 보여집니다. 여기에 왜만한 남성에 비해 강심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점은 작중에 캐시상자에 들어있는 몸의 일부분등 끔찍한 씬을 왠만한 남성들보다 더 잘 견뎌낸다는 점) 그리고 상당히 센스티브한 두뇌와 지칠줄 모르는 강한 의지를 가진 여성으로 등장하죠. 뭐 이러면 거의 원더우먼의 포스를 가진 여성 해결사로 보여질텐데요. 막상 이러면 독자들의 뭇매를 맞기 십상이죠. 우르줄라는 이런 외모적으로나 커리어측면에서도 왠만한 남성을 빰치는 캐릭터를 창조했지만 실상 내면을 들여다 보면 상당히 정감가고 현실성 있는 캐릭터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애들과 부대끼는 장면이나 파트너인 플로린에게 애정을 느끼는 부분, 그리고 강인한 남성들이 몇일 밤낮을 세워가면 용의자를 추론하고 추격하는 터프함을 보인다면 베아트리체는 직장맘답게 육아와 가정등 사건 이외의 소소한 일들과 충돌하면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 네스뵈가 창조한 해리 홀레반장과 비슷하게 완벽하지 않은 일반적인 모습이 오히려 더 진실성을 담보하고 있는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번은 작품은 소제하들이 북위 몇도, 동경 몇도 등 GPS상의 지점을 표기하고 있는데요 전 찾아보지 않았지만 이러한 설정이 상당히 독특하게 다가옵니다. 물론 꼼꼼한 독자들이라면 구글서비스를 통해서 어느 지점이라는 것 까지 살펴보앗겠지만요. 여기에 사건과 베아트리체의 트라우마가 겹치게 되면서 내러티브가 탄력을 받죠. 근데 이 작품의 매력은 다름아닌 범인의 등장이 절묘한 타이밍에서 나온다는 것이죠. 물론 개인적인 견해지만 처음 내러티브를 쫒아갈땐 상당히 신선하고 복잡한 구도로 진행되어서 그 흡인력이 배가 되지만 막상 이러한 일련의 보물찾기 방식이 진행되면 될 수록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신체의 일부분이 나오고 힌트를 암시하는 쪽지가 연달아 나오고 이러다 보니 바짝 긴강감을 불러일으켰던 설정들이 다소 느슨하게 풀어지는데 이 시점에서 뜻밖의 범인이 출현하고 앞뒤 설정을 다시 리뷰해 보면서 느슨하게 느껴졌던 감정들을 바짝 한번더 조이게 하는 임팩트를 줍니다. 물론 눈치 빨른 독자들이라면 지가르트에 대해서 충분히 의심을 해볼만 하지만요 사실 앞에 등장하는 몇몇 요주의 인물들 전부다가 의심스럽죠(전 극단적으로 베아의 전남편까지 그 범주에 집어 넣고 있었습니다) 지가르트라는 의외의 인물이 급부상하면서 새롭게 짜맞춰야하는 보물찾기 게임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내러티브에서 눈을 뗄수없게 하는 충격을 줍니다. 

 

          첫 성인 스릴러 작품치고는 상당히 치밀하게 내러티브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씨줄과 날줄이 엮여지듯이 스토리 전체적인 짜임새가 훌륭하면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 또한 지오캐싱이라는 보물찾기를 모티프로 하나에서 하나를 이어가는 추리적 기법은 독자들을 즐겁게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베아트리체라는 여성 해결사 캐릭터의 창조가 가장 돋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 남성중심에서 확 탈피하여 신선한 느낌의 여성 해결사 캐릭터 그리고 이를 떠받치고 있는 남성 조력자 정말 한쌍의 어울리는 앙상블로 다가옵니다. 확대해석해서 다음 작품에는 이들이 연인관계로 발전하여 사건을 풀어가는 상상의 나래도 한번 펼쳐보게 되네요. 전반적으로 범죄 스릴러내지는 추리스릴러가 갖추어야할 스펙들은 거의 다 장착하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심리를 절묘하게 내러티브속에 풀어놓아 독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혔다는 점에서 눈에 띄이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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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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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노우 맨> 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센세이션을 일으킨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의 신작을 다시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국내 독자들에게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북유럽의 작품들은 사실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만나볼 수 있는 기회도 그 동안은 그다지 많지 않았죠. 영미계통의 문학작품이나 일본 중국의 작품들이 대세를 이루었는데 요 네스뵈를 통해서 국내 독자들에겐 새로운 활력소가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특히 범죄스릴러라는 일상적인 테마를 가지고 있지만 기존의 플롯과는 사뭇 다르게 국내 독자들에게 어필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입니다. 사건 중심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사건을 바라보고 이를 풀어가는 인물을 그 중심에 올려놓아 범죄스릴러라기 보다는 사건을 통해서 인간의 심리변화와 그 기저의 심리상태를 다루는 심리학 평설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정도 인물중심으로 네러티브를 구성하고 있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이번 작품 <네메시스> 역시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제목에서부터 이번 작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렇듯 요 네스뵈가 유니크한 범죄 스릴러 작품을 구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밑그림은 다름아닌 '해리 홀레 반장' 이라는 특이한 캐리턱을 창조했다는 점이 정답일 것입니다. 기존에 국내에 출간된 작품들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이번 작품역시 해리 홀레의 의한 해리 홀레를 위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유니크한 면을 유감없이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뭐 사실 스릴러 작품에서 등장하는 사건 해결사는 작품의 가장 키워드를 가지고 있고 그 중심에서 사건 전반을 해결해 나가고 있는 것이 당연시 되지만요. 요 네스뵈의 사건 해결사는 기존의 캐리터들과는 사뭇 다른 뉘양스를 풍기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요 네스뵈의 작품들을 주목하게 하는 이유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네러티브의 짜임새와 예상치 못한 반전의 효과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 이에 현장감을 높이고 스릴감을 증폭시키기 위한 다양하고 현란한 속도감과 엔터테이먼트적인 설정들... 사실 이러한 기본 방정식은 왜만한 작품들에서 엿볼 수 있는 기본적인 ABC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것입니다. 하지만 독자들은 이런 기본적인 구도보다는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중심에 서 있는 인물 즉 작가의 분신이자 독자들의 대리인인 캐릭터에 열광하고 고대하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셜록 홈즈나 콜롬보반장이라는 캐릭터가 오래토록 사랑을 받는 것이 다름아닌 그들이 독자들과 보이지 않는 일체감을 끌어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죠. 이런 측면에서 요 네스뵈가 창조한 '해리 홀레' 라는 인물 역시 그런 역활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캐릭터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해리 홀레' 라는 캐릭터는 기존의 사건 해결사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또 하나의 독특한 사건 해결사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는 것입니다. 사건 해결사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는 셜록홈즈에 비하면 해리 홀레라는 인물은 상당히 생뚱맞게 다가오죠. 스탠다드하고 샤프한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그렇다고 정의감에 사로잡힌 바른생활 사나이와는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인물이다는 점, 명석하고 냉정한 추리보다는 오히려 법보다 주먹이 앞선다는 신념으로 똘똘뭉친 그런 캐릭터라는 점에서 더욱더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면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무결점의 사나이보다는 삶 그 자체가 결점투성이처럼 보이는 인물을 사건 해결사로 전면에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신선함마저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제 개인적은 느낌으로는 셜록홈즈의 냉철함과 가가 교이치로의 따뜻한 인간미를 동시에 갖추고 있으면서 이성보다는 감성에 충실한 캐릭터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이런 성격들이 독자들에게 한발짝 더 다가가고 가공의 인물이 아닌 실존하는 캐릭터로 인식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 그동안 셜록으로 인해 사건 해결사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일종의 벽이 존재했는데 해리 홀레를 보면서 독자들은 상당한 안도감을 갖게 되죠. 뭐 속된말로 저런 인간도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는구나 라는 위안과 더불어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죠.

 

          알콜중독에 상관을 대하는 삐딱한 포스, 법의 집행자이지만 솔선수범해서 법을 무시하는 행동들, 악당이라고 찍으면 지옥끝까지도 쫒아가는 무분별함, 생각보다는 행동이 먼저 앞서가는 스타일, 정말 기존의 품위있고 냉철한 사건 해결사의 대명사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이 캐릭터... 근데 이런 해리 홀레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그 동안 좀 식상했다고나 할까요 바른생활 사나이나 무결점의 캐릭터 보다는 이런 결정투성이에 뒤죽박죽의 사생활을 가진 인물이 오히려 사건해결과 내러티브를 현실감있게 어필하고 사건보다 사건을 감싸고 있는 인간 심리에 더 호응할 수 있는 단초를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인물을 주목할 필요성이 있는 거죠. 그래도 아이들과 여자들(비록 자신에게 불리하게 다가오는 여자들이라도)에게는 엄청한 호의를 보여주는 귀여운 면모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해리 홀레가 독자들에게 어필되고 주목받는 면은 이러한 겉모습보다는 그 내면의 또 다른 매력이 있기 때문이죠. 그 매력은 해리 홀레 그 자신만의 독특한 사건접근의 추리 방식입니다. 대게의 경우 하나 하나의 단서를 통해서 퍼즐의 빈 부분을 추정해 최종적으로 마지막 퍼즐을 맞추어 가는 추리기법을 선보이지만 해리 홀레의 경우는 아예 처음부터 머리속 사고체계 자체를 리셋하여 텅빈 백지 상태에서 출발하는 방법을 선호한다는 거죠. 비록 그러한 방식이 속되게 말해서 삽질이라다 해도 그 삽질을 즐겨야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요. 이는 마치 그래야만 출발선상에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극히 간단한 논리로 독자들에게 새로운 추리방식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가 홀레반장의 개인적인 가치관에 녹아 있어 그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그의 매력인 것 같네요. 여기서 독자들은 사건이라는 대전제를 잠시 잊고 홀레 이 사람의 원매쇼를 부담없이 감상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사건속으로 빠져들게 되고 홀레와 같이 동행하면서 어느듯 사건의 진실앞에 부닥치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부분이 다소 핏빛이 낭자하고 호러적인 분위기로 심장박동수를 끌어올리는 플롯에서도 굿굿이 작품을 매조지을수 있는 힘이 되는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반적으로 이번 작품 역시 해리 홀레의 진면목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면서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인간의 또 다른 내면세계를 효과적으로 다룬 작품이라고 보여집니다. 또한 사건이 해결되고 인물들이 다들 제자리로 원위치 하지만 왠지 뭔가 더 있을것 같다는 생각들을 지울수 없게 하는 작품이죠. 이는 사건해결과 더불어 '악' 이라는 요소를 제거하고 깨끗하게 정리해서 별개의 차원으로 탈바꿈 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악' 이라는 디비전과 같은 영역에 자리잡게 하는 것 같다는 느낌, 그래서 뭔가 남아있는 것 같으면서도 그 남아 있는 뭔가가 우리의 한 부분이라는 그런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 마치 인생은 돌고 돌 수 밖에 없다는 얄팍한 믿음을 갖게 하면서요. 전체적으로 범죄 스릴러 작품의 교과서적인 스팩들은 모두 다 장착하고 있으면서도 왠지 심리 스릴러쪽에 더 가까운 작품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내러티브 곳곳에 설정되어 있는 요소들이 사건중심보다는 인간 심리면에 더 촛점이 맞추어져 있어 작품을 대하는 동안 인간의 극단적인내면을 엿볼수 있으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수긍하게 할 수 있는 공감대를 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또 다른 묘미로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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