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우르줄라 포츠난스키 지음, 안상임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국내 독자들에겐 다소 생소한 이름의 작가 우르줄라 포츠난스키(음 정말 이름도 길고 어렵네요^^)의 <파이브>란 작품을 대면했습니다. 음 작가 소개란을 보면 이 작가는 그 동안 청소년들을 위한 스릴러계통의 소설이 주 전공이었고 이번에 처음으로 성인독자를 상대로한 범죄 스릴러 계통의 작품을 선보인거로 나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녀(이 또한 추측이지만 여성 작가가 맞겠죠^^)의 데뷔작이라고 해야할 만큼 상당한 의미와 비중이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사실 오스트리아 문학을 처음 접해 보게 되어서 (세계문학전집등을 통해서 고전으로 접한 것을 뺀다면요) 그런지 일단 흥미로운 부분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거기에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범죄 스릴러 작품이라 더욱더 호기심이 발동하고요. 덤으로 사건 해결사가 기존의 거칠고 터프한 남성 위주였다면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자신의 분신이라는 여성 해결사를 창조함으로써 색다른류의 사건 해결사를 대면하게 된다는 점 그리고 베아트리체와 콤비를 이루는 남성조력자의 역활과 한계를 한번 유심히 볼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파이브> 란 작품은 상당한 흥미를 선사할 것이라는 생각이 앞서게 되네요. 제목과 표지의 좌표 5군데 대충 5명과 관련된 살인사건 뭐 이정도의 추리를 해보면서요.

 

          우선 지오캐싱이라는 정말 낯선 소재가 등장합니다(작가가 사는 곳 유럽쪽에서는 상당히 널리 알려진 게임같지만요). 뭐 우리로 치면 보물찾기같은 게임인데요. 먼저 이런 유니크한 소재의 발상이 신선하게 다가오네요. 스마트한 세상에서 굳이 옛날의 버전으로 발생하는 사건이나 이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 역시 왜 하필 구버전으로 그러니까 몸으로 떼우면서 해결할까라는 생각이 든 독자들이라면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지오캐싱과 이를 둘러싼 사건 그리고 이를 파헤쳐 가는 방식등은 상당히 현대적 감각이 묻어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우르줄라가 전면에 내세우는 사건 해결사 베아트리체의 면면을 한번 봐야 제대로된 네러티브의 완성과 그 뒷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일단 작중에 등장하는 베아트리체의 외모는 왠만한 남성들이라면 고개가 절로 돌아갈 정도로 육감적인 자태를 가진 여성으로 보입니다. 비록 이혼하고 두아이를 키우는 몸이지만 주변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할때 상당히 매력적인 여성으로 보여집니다. 여기에 왜만한 남성에 비해 강심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점은 작중에 캐시상자에 들어있는 몸의 일부분등 끔찍한 씬을 왠만한 남성들보다 더 잘 견뎌낸다는 점) 그리고 상당히 센스티브한 두뇌와 지칠줄 모르는 강한 의지를 가진 여성으로 등장하죠. 뭐 이러면 거의 원더우먼의 포스를 가진 여성 해결사로 보여질텐데요. 막상 이러면 독자들의 뭇매를 맞기 십상이죠. 우르줄라는 이런 외모적으로나 커리어측면에서도 왠만한 남성을 빰치는 캐릭터를 창조했지만 실상 내면을 들여다 보면 상당히 정감가고 현실성 있는 캐릭터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애들과 부대끼는 장면이나 파트너인 플로린에게 애정을 느끼는 부분, 그리고 강인한 남성들이 몇일 밤낮을 세워가면 용의자를 추론하고 추격하는 터프함을 보인다면 베아트리체는 직장맘답게 육아와 가정등 사건 이외의 소소한 일들과 충돌하면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 네스뵈가 창조한 해리 홀레반장과 비슷하게 완벽하지 않은 일반적인 모습이 오히려 더 진실성을 담보하고 있는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번은 작품은 소제하들이 북위 몇도, 동경 몇도 등 GPS상의 지점을 표기하고 있는데요 전 찾아보지 않았지만 이러한 설정이 상당히 독특하게 다가옵니다. 물론 꼼꼼한 독자들이라면 구글서비스를 통해서 어느 지점이라는 것 까지 살펴보앗겠지만요. 여기에 사건과 베아트리체의 트라우마가 겹치게 되면서 내러티브가 탄력을 받죠. 근데 이 작품의 매력은 다름아닌 범인의 등장이 절묘한 타이밍에서 나온다는 것이죠. 물론 개인적인 견해지만 처음 내러티브를 쫒아갈땐 상당히 신선하고 복잡한 구도로 진행되어서 그 흡인력이 배가 되지만 막상 이러한 일련의 보물찾기 방식이 진행되면 될 수록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신체의 일부분이 나오고 힌트를 암시하는 쪽지가 연달아 나오고 이러다 보니 바짝 긴강감을 불러일으켰던 설정들이 다소 느슨하게 풀어지는데 이 시점에서 뜻밖의 범인이 출현하고 앞뒤 설정을 다시 리뷰해 보면서 느슨하게 느껴졌던 감정들을 바짝 한번더 조이게 하는 임팩트를 줍니다. 물론 눈치 빨른 독자들이라면 지가르트에 대해서 충분히 의심을 해볼만 하지만요 사실 앞에 등장하는 몇몇 요주의 인물들 전부다가 의심스럽죠(전 극단적으로 베아의 전남편까지 그 범주에 집어 넣고 있었습니다) 지가르트라는 의외의 인물이 급부상하면서 새롭게 짜맞춰야하는 보물찾기 게임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내러티브에서 눈을 뗄수없게 하는 충격을 줍니다. 

 

          첫 성인 스릴러 작품치고는 상당히 치밀하게 내러티브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씨줄과 날줄이 엮여지듯이 스토리 전체적인 짜임새가 훌륭하면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 또한 지오캐싱이라는 보물찾기를 모티프로 하나에서 하나를 이어가는 추리적 기법은 독자들을 즐겁게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베아트리체라는 여성 해결사 캐릭터의 창조가 가장 돋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 남성중심에서 확 탈피하여 신선한 느낌의 여성 해결사 캐릭터 그리고 이를 떠받치고 있는 남성 조력자 정말 한쌍의 어울리는 앙상블로 다가옵니다. 확대해석해서 다음 작품에는 이들이 연인관계로 발전하여 사건을 풀어가는 상상의 나래도 한번 펼쳐보게 되네요. 전반적으로 범죄 스릴러내지는 추리스릴러가 갖추어야할 스펙들은 거의 다 장착하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심리를 절묘하게 내러티브속에 풀어놓아 독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혔다는 점에서 눈에 띄이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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