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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과 마르가리따 - 상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75
미하일 불가코프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기존의 러시아 문학작품과는 사뭇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하는 독특한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색다른 맛을 느끼게 했던 것은 기존의 러시아 문학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 내지는 몇몇 작가들의 작품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이번 작품이 더 색다르게 다가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문학에 문외한이 저에게 러시아 문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문학의 거장이자 대문호라는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 푸슈킨, 고리끼등 이름만 들어도 그 무게감으로 인해 숨막힐 대작가들과 그네들의 이름만큼이나 무겁고 장중한 작품외엔 별다른 기억이 없었던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러시아문학이라하면 왠지 약간은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성격의 인간의 심성을 문학의 일선으로 직수직 끌어올리면서 내면의 세계를 그 누구보다 유효적절하게 표현했다는 각종 서평가들의 리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받아들일수 밖에 없었던 그런 기억들도 잔상으로 오래 남아있구요. 무엇보다 그런 대작가들의 작품하나 접해보지 못했다면 왠지 무슨 필수적인 스팩이 하나 빠진듯한 허탈감과 불안감 모 이런 느낌들이 러시아문학 전체에 대한 이미지로 각인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래서 왠만하면 러시아작가들의 작품에 손길이 가지 않았는데 이번에 접하게된 미하일 불가꼬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 는 그 제목에서부터 왠지 뭔가 산뜻한 느낌이 들어 한번 도전하게 되었습니다.(뭐 열린책들 표지가 왠지 더 읽게금했다고 하는게 맞는 말이겠지만요^^) 물론 양적으로 방대한 느낌이 들어 아 이걸 끝까지 완독이나 할수 있을까라는 걱정 그리고 에이 기존의 그런 느낌의 작품같은면 중간에 접어야지라는 얄팍한 생각들... 이래 저래 많은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던 <거장과 마르가리타> 는 제가 가지고 있었던 기우들을 한방에 날려버린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을 아닐것 입니다. 솔직히 여태까지 접했던 러시아작품들 중에서 가장 으뜸이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견해도 내비쳐 보게 되고요. 왜 이런 작품이 태생했을까(그 숨막히는 대작가들과 작품속에서 어찌보면 상당히 생뚱맞은 작품으로도 보일수 있는데...) 물론 시대적 배경이 뒷단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당한 파격임에는 틀림없는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옵니다.
작품의 내러티브를 보게 되면 왠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을 머리에 떠올리게 하는데요 좀더 엄밀하게 표현한다면 구소련 스탈린치하를 시대적 배경으로 세계 공산주의 심장인 모스크바를 시대적, 장소적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데 요게 딱 꼽집어서 특정 장르라고 매조짓기에는 애매모호한 액자형식의 작품이라고 보는게 맞는것 같습니다. 작중 주인공인 거장의 작품인 본디오 빌라드와 예수를 하나의 프레임을 형성하고 악마적인 존재인 볼란드와 그 무리들이 현실세계에서 펼치는 또 다른 이야기를 프레임으로 하고 있어 현실과 과거가 아울러지면서 펼쳐지는 내러티브를 담고 있습니다. 비록 <거장과 마르가리타> 는 각각 다른 두개의 내러티브를 담고 있지만 거장이라는 존재로 인해 각각의 내러티브는 상호 연결성을 띄고 있고 시대적으로나 장소적으로나 이념적(작은 의미로 종교적인 색체의 에루살렘과 비종교적인 색체의 모스크바)으로나 융화될수 없는 이질적인 면에 대한 거부감을 걷어내고 있습니다. 상당히 유니크한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상호 보완적이고 내면의 끈으로 연결된 두개의 내러티브가 매력있게 다가오는 작품이기도 하구요. 약간의 초현실적인 SF적 엔터테이먼트적인 효과가 가미되어 있어 흥미진진하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사실 그 동안 국내독자들에게 러시아 문학은 여타 문학에 비해선 상당히 친숙하게 다가왔고(물론 친숙이라는 의미가 달리 보면 교양인으로서 필독해야 하는 작품이라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몇몇 대작가들의 작품은 지금도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라 꾸준하게 독자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문학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은 인간내면의 세계를 성찰하는 다소 무거운 이미지로 남아있기도 하지만 이번 작품은 기존의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거대하거나 숭고하고 다소 차원높은 느낌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점에 우선 눈에 띄입니다. 악마의 등장과 그로 인해 혼란이 발생하는 모스크바 시내의 풍경등은 다소 환상소설에 가까운 스트럭쳐를 보여주고 있고 또 따른 작중 소설인 예수와 빌라도의 이야기는 종교와 인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 엇박자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큰 맥락에서 두 이야기가 종교나 신 그리고 악마, 선과악에 대한 작가 나름의 의지를 햠양하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게 다가오네요. 물론 이 소설을 읽고 느끼는 관점에서는 당시 소련사회 전반에 대한 사회고발형식의 소설로도 받아들여 질만큼 소련사회가 가지고 있는 정치, 경제, 문화등 다방면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기도 히죠.(그래서 소련사회에선 제때 출간되지 못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또한 예수, 악마, 선과악등 형이상학적인 종교문제를 다루는 종교소설로도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는 시각은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만큼이나 다양하고 색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등장인물들의 외형적인 묘사, 심리적 배경, 모스크바나 에루살렘 도시의 세부적 묘사, 그리고 마치 생중계 방불케 하는 전후가 명확하게 맞아 떨어지게 하는 상황묘사가 다소 진부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러한 세세하고 섬세한 묘사들이 볼란드와 그 무리의 해학적인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마치 스릴러 작품을 대하는 듯한 생동감과 긴박감을 자아내게 합니다. 누구에게는 코믹스럽고 어떤이에게는 상당히 고차원적인 멘토를 던지는 듯한 작품구조는 그야말로 문학작품의 거장과도 같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데 충분하고요. 무거움과 가벼움이 동시에 내재하면서도 결코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는 작품의 구도가 매력적인 소설이기도 합니다. 사족이지만 저 개인적으로 러시아문학에 대한 선입관도 날려버릴 수 있었던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