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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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노우 맨> 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센세이션을 일으킨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의 신작을 다시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국내 독자들에게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북유럽의 작품들은 사실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만나볼 수 있는 기회도 그 동안은 그다지 많지 않았죠. 영미계통의 문학작품이나 일본 중국의 작품들이 대세를 이루었는데 요 네스뵈를 통해서 국내 독자들에겐 새로운 활력소가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특히 범죄스릴러라는 일상적인 테마를 가지고 있지만 기존의 플롯과는 사뭇 다르게 국내 독자들에게 어필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입니다. 사건 중심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사건을 바라보고 이를 풀어가는 인물을 그 중심에 올려놓아 범죄스릴러라기 보다는 사건을 통해서 인간의 심리변화와 그 기저의 심리상태를 다루는 심리학 평설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정도 인물중심으로 네러티브를 구성하고 있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이번 작품 <네메시스> 역시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제목에서부터 이번 작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렇듯 요 네스뵈가 유니크한 범죄 스릴러 작품을 구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밑그림은 다름아닌 '해리 홀레 반장' 이라는 특이한 캐리턱을 창조했다는 점이 정답일 것입니다. 기존에 국내에 출간된 작품들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이번 작품역시 해리 홀레의 의한 해리 홀레를 위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유니크한 면을 유감없이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뭐 사실 스릴러 작품에서 등장하는 사건 해결사는 작품의 가장 키워드를 가지고 있고 그 중심에서 사건 전반을 해결해 나가고 있는 것이 당연시 되지만요. 요 네스뵈의 사건 해결사는 기존의 캐리터들과는 사뭇 다른 뉘양스를 풍기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요 네스뵈의 작품들을 주목하게 하는 이유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네러티브의 짜임새와 예상치 못한 반전의 효과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 이에 현장감을 높이고 스릴감을 증폭시키기 위한 다양하고 현란한 속도감과 엔터테이먼트적인 설정들... 사실 이러한 기본 방정식은 왜만한 작품들에서 엿볼 수 있는 기본적인 ABC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것입니다. 하지만 독자들은 이런 기본적인 구도보다는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중심에 서 있는 인물 즉 작가의 분신이자 독자들의 대리인인 캐릭터에 열광하고 고대하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셜록 홈즈나 콜롬보반장이라는 캐릭터가 오래토록 사랑을 받는 것이 다름아닌 그들이 독자들과 보이지 않는 일체감을 끌어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죠. 이런 측면에서 요 네스뵈가 창조한 '해리 홀레' 라는 인물 역시 그런 역활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캐릭터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해리 홀레' 라는 캐릭터는 기존의 사건 해결사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또 하나의 독특한 사건 해결사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는 것입니다. 사건 해결사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는 셜록홈즈에 비하면 해리 홀레라는 인물은 상당히 생뚱맞게 다가오죠. 스탠다드하고 샤프한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그렇다고 정의감에 사로잡힌 바른생활 사나이와는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인물이다는 점, 명석하고 냉정한 추리보다는 오히려 법보다 주먹이 앞선다는 신념으로 똘똘뭉친 그런 캐릭터라는 점에서 더욱더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면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무결점의 사나이보다는 삶 그 자체가 결점투성이처럼 보이는 인물을 사건 해결사로 전면에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신선함마저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제 개인적은 느낌으로는 셜록홈즈의 냉철함과 가가 교이치로의 따뜻한 인간미를 동시에 갖추고 있으면서 이성보다는 감성에 충실한 캐릭터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이런 성격들이 독자들에게 한발짝 더 다가가고 가공의 인물이 아닌 실존하는 캐릭터로 인식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 그동안 셜록으로 인해 사건 해결사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일종의 벽이 존재했는데 해리 홀레를 보면서 독자들은 상당한 안도감을 갖게 되죠. 뭐 속된말로 저런 인간도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는구나 라는 위안과 더불어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죠.

 

          알콜중독에 상관을 대하는 삐딱한 포스, 법의 집행자이지만 솔선수범해서 법을 무시하는 행동들, 악당이라고 찍으면 지옥끝까지도 쫒아가는 무분별함, 생각보다는 행동이 먼저 앞서가는 스타일, 정말 기존의 품위있고 냉철한 사건 해결사의 대명사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이 캐릭터... 근데 이런 해리 홀레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그 동안 좀 식상했다고나 할까요 바른생활 사나이나 무결점의 캐릭터 보다는 이런 결정투성이에 뒤죽박죽의 사생활을 가진 인물이 오히려 사건해결과 내러티브를 현실감있게 어필하고 사건보다 사건을 감싸고 있는 인간 심리에 더 호응할 수 있는 단초를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인물을 주목할 필요성이 있는 거죠. 그래도 아이들과 여자들(비록 자신에게 불리하게 다가오는 여자들이라도)에게는 엄청한 호의를 보여주는 귀여운 면모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해리 홀레가 독자들에게 어필되고 주목받는 면은 이러한 겉모습보다는 그 내면의 또 다른 매력이 있기 때문이죠. 그 매력은 해리 홀레 그 자신만의 독특한 사건접근의 추리 방식입니다. 대게의 경우 하나 하나의 단서를 통해서 퍼즐의 빈 부분을 추정해 최종적으로 마지막 퍼즐을 맞추어 가는 추리기법을 선보이지만 해리 홀레의 경우는 아예 처음부터 머리속 사고체계 자체를 리셋하여 텅빈 백지 상태에서 출발하는 방법을 선호한다는 거죠. 비록 그러한 방식이 속되게 말해서 삽질이라다 해도 그 삽질을 즐겨야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요. 이는 마치 그래야만 출발선상에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극히 간단한 논리로 독자들에게 새로운 추리방식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가 홀레반장의 개인적인 가치관에 녹아 있어 그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그의 매력인 것 같네요. 여기서 독자들은 사건이라는 대전제를 잠시 잊고 홀레 이 사람의 원매쇼를 부담없이 감상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사건속으로 빠져들게 되고 홀레와 같이 동행하면서 어느듯 사건의 진실앞에 부닥치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부분이 다소 핏빛이 낭자하고 호러적인 분위기로 심장박동수를 끌어올리는 플롯에서도 굿굿이 작품을 매조지을수 있는 힘이 되는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반적으로 이번 작품 역시 해리 홀레의 진면목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면서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인간의 또 다른 내면세계를 효과적으로 다룬 작품이라고 보여집니다. 또한 사건이 해결되고 인물들이 다들 제자리로 원위치 하지만 왠지 뭔가 더 있을것 같다는 생각들을 지울수 없게 하는 작품이죠. 이는 사건해결과 더불어 '악' 이라는 요소를 제거하고 깨끗하게 정리해서 별개의 차원으로 탈바꿈 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악' 이라는 디비전과 같은 영역에 자리잡게 하는 것 같다는 느낌, 그래서 뭔가 남아있는 것 같으면서도 그 남아 있는 뭔가가 우리의 한 부분이라는 그런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 마치 인생은 돌고 돌 수 밖에 없다는 얄팍한 믿음을 갖게 하면서요. 전체적으로 범죄 스릴러 작품의 교과서적인 스팩들은 모두 다 장착하고 있으면서도 왠지 심리 스릴러쪽에 더 가까운 작품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내러티브 곳곳에 설정되어 있는 요소들이 사건중심보다는 인간 심리면에 더 촛점이 맞추어져 있어 작품을 대하는 동안 인간의 극단적인내면을 엿볼수 있으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수긍하게 할 수 있는 공감대를 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또 다른 묘미로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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