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비정근> 이라는 작품을 처음 대면할때 솔직한 표현으로 다소 실망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익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섭렵하면서 어찌 보면 약간 익숙해졌다고 할까요. 치밀한 내러티브와 그 내러티브를 끌어가는 유니크한 캐릭터들 그리고 곳곳에 설치되어 독자들을 혼란케하는 부비트랩 그리고 마지막에 독자들의 뒷통수를 사정없이 때리는 대반전등 이런 묘미들로 인해 그의 작품에 푹 빠져 지냈는데 이번에 접한 작품은 왠지 이런 익숙함과는 거리감이 있어 끝까지 읽을까 말까 하면서 책을 손에 들었다가 놓았다가를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우선 단편소설모음이라 개인취향에 맞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지만 첫 에피소드인 ' 6×3 ' 을 읽고 나서 더욱더 의아했던 것 같습니다. 왠지 이게 아닌데 이 양반이 다작이 전공이라고 하지만 왠지 뭔가 나사하나가 빠져있다는 그런 느낌들... 아무리 단편이라고 하지만 이건 허술해도 너무 아니다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게 하더라구요. 음 그러고 난데 없는 기간제 교사의 등장 여기에 상당히 시크한 면모를 보여주는 기간제 교사, 교육자의 모습과는 뭔가 거리감이 있고, 온동네 설레발이을 칠것처럼 호기심많은 이 사람, 교사라기 보다는 오히려 넉살좋은 인턴사원같은 뉘양스를 풍기는 이 사람... 다시한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일까라는 생각도 들게 하고, 뭔가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갖게 하면서 다음 에피소드를 손에 들었봤습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 하나 하나의 에피소드를 읽어나가면서 저도 모르게 입가에 살짝 미소가 절로 머금게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네요^^ 처음 다소 실망스러워웠던 부분 역시 바로 다름 에피소드인 '1/64 ' 을 읽어가면서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아주 잛은 단편소설이지만 추리스릴러가 갖추어 있어야할 거의 모든 스펙을 함축적으로 내포해 놓고 스토리를 끌어가가고 있고 결말부분의 반전 역시 상상외로(물론 대하장편소설에서 나타나는 아우라 짙은 그런 대반전은 아니더라도)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임팩트가 있어 상당한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에피소드 하나 하나를 연결하면 한편의 거대한 장편소설에 이를는 스트럭쳐를 가지고 있어 에피소드 하나 하나 그냥 넘겨볼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여기에 기간제 교사로 등장하는 사건 해결사 이 사람의 묘한 매력이 작품을 한층 더 맛깔나게 한다는 점입니다. 기간제 교사 즉 정규 교사가 아닌 정규 교사들이 출산, 병가, 사고등으로 비는 자리를 대신할 교사들을 일컫는데 일종의 비정규직같은 직업이죠. 작품에서도 주인공은 자신의 그런 처지를 정말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고, 사회의 주변인같은 생각과 행동들을 서스럼없이 보여주고 있어 마음이 짠하기도 하는데요. 바로 이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가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정규직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사유와 사고 그리고 시각을 가지고 벌어지는 사건을 하나 하나 풀어가는 과정이 눈에 띄입니다. 아마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독특한 작품구성과 캐릭터의 선정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기존의 추리스릴러개념에서 탈피하여 독자와 같이 어떠한 사회적 현상이나 이슛거리가 되는 문제에 대해서 공감을 가질 수 있는 사유를 깔아놓고 있는 것이 특징중에 하나입니다. 이런 사회적인 사유를 작품과 절묘하게 매칭시켜 단순한 사건해결 차원을 떠나서 사회문제를 다 같이 공감하고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는 거죠. 이번에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기간제 교사를 사건 해결사로 등장시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갈등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 학생들의 왕따문제, 청소년 자살, 청소년 범죄에 대하 법적 판단 근거등 학교와 학생 그리고 교사간에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제3의 시각이자 좀더 자유로운 기간제 교사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장면들에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저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구성이 있는데요. 에피소드중 마지막 두편인 '방화범을 찾아라', '유령이 건 전화' 는 엄밀하게 봐서 고바야시 류타라는 초등학생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왠지 이게 그냥 앞의 에피소드와 별개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거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앞의 '나' 인 기간제 교사의 어릴적 모습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공부보다는 다른 곳에 호기심이 많은 류타 그리고 역시 교사라는 직업보다는 추리탐정쪽에 더 관심이 많은 기간제 교사 '나' ... 아무래 생각해봐도 동일 인물이지 않나라는 느낌 강하게 들죠. 이래서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갖게 한다는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각각의 에피소드가 단편적이고 개별적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크게 주인공인 기간제 교사의 시각과 배경이 학교라는 점에서 일련의 에피소드들이 하나로 엮여 또 다른 작품을 구성하는듯한 구조가 색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학교와 학생 그리고 사회가 얽히는 다양한 사건과 현상들을 소재로 삼아서 사회성이 짙게 가미된 작품이구요. 특히 사건의 해결자인 비정규직 교사의 활약이 일품이 작품으로 보입니다. 이 교사 왠지 가가 교이치로와 비슷한 따뜻한 인간미를 흠뻑 풍기면서 사건을 사건으로 해결하는게 아니라 인간대 인간의 모습으로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잔잔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었습니다. 마치 겉으로는 완전한 스펙을 갖추고 있지 않지만 그 내면세계는 어떤 사람보다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사람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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