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이야기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6
사토 쇼고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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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신상을 남편은 누구에게 왜 말하고 있는가. 마지막을 따스하게 느낀 건 나만의 어이없는 착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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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형제 - 그림동화 - 동창미인 세계 작가 탐구 외국편 26
이성훈 지음 / 건국대학교출판부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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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 비해 생애 이야기는 너무 짧았다. 하다못해 그림형제를 왜 동창미인이라 부르는지에 대한 설명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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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가운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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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건강검진에서 췌장에 혹이 보인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미 여러 지인을 췌장암으로 보낸 경험이 있기에, 각종 검사가 진행된 한 달의 시간 동안 난 생을 정리했다. 각종 서류를 미리 준비해 클리어 파일 홀더에 차곡차곡 정리해 옆지기에게 알려줬고, 아이들에게도 미리 유언을 해두었다. 난 꽤나 사무적으로 유능하게 일처리를 진행했다.


그런데 최종 검사결과 앞으로도 추적 관찰은 필요하지만 암은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기쁘다는 듯이 소식을 전하는데, 난 순간 냉정을 잃고 무너졌다. 3개월, 길어야 1년을 넘지 않을 줄 알았던 단기 프로젝트가, 끝이 없는 하자보수의 나락에 빠진 거 같았다. 막막해서 눈물만 났다. 

어찌어찌 병원문을 나선 뒤 지난 가을까지 맥이 빠진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난 이미 생을 마무리했는데, 내 앞에는 여전히 생이 남아있었다. 난 내 앞에 새로 뚝떨어진 시간을 어떻게 계획하고 지탱해 나가야 할 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나마 가족들과 지인들의 따뜻한 격려에 힘입어 지난 가을 이후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중이다. 일단은 손에 잡히는 책을 이것저것 읽어치우고 있는데, 그러다 보면 답은 못 찾아도 신경은 분산되는 효과가 있는 듯 하다. 그러다 읽은 책이 '삶의 한가운데'이다.


분명히 어렸을 적 읽은 책인데, 손톱 만큼도 기억나지 않는 책이었다. 읽다가 집어던졌던 걸까. 아니면 글자만 읽은 걸까. 하여간 처음 읽는 책처럼 읽는데, 재미가 없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은 건 니나의 고백 때문이었다. 


나는 누워서 기다렸어. 죽음을, 아니, 죽음의 상태를, 배후를 기다리고 있었어. (중략) 나는 아직 살아있었어. 그리고 나는 삶 속으로 다시 내던져졌던 거야. 나는 몹시 부끄러웠어. 위대한 기회가 지나가 버렸다는 것을 알았고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 (중략) 죽음이 나를 데려가려 하지 않았으므로 나도 죽음을 더 이상 원하지 않았어. 삶쪽으로 돌아서게 된 거야. 그런데 산다는 것은 그 무렵의 나에게는 아는 것, 무섭게 많이 아는 것, 생각하는 것, 모든 것을 파고드는 것을 의미했어. 그 밖에는 없었어.


끝까지 읽은 지금도 여전히 니나는 삶의 재개를 어떻게 2번이나 성공했는지 모르겠다. 자살까지 시도했었으면서, 누군가의 자살을 도와주기도 했으면서, 니나 당신은 어떻게 난 몰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던 거지? 하아, 일단은 닥치는대로 더 열심히 읽는 수 밖에 없는 걸까, 아니면 니나를 다시 읽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루이제 린저의 전기를 읽어볼까. 


49쪽 니나의 고백

126쪽 니나의 편지

136쪽 니나의 소설

211쪽 니나의 토론

303쪽 니나의 시도

345쪽 니나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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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14-11-3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그래도 다행이예요. 제가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라 섣부르게 조선인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지
힘내세요. 늘 건강 챙기세요. 마로와 해람이 옆지기분까지 조선인님은 삶의 가장 중요한 버팀목이잖아요

cyrus 2014-11-30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리 발견했으니 정말 다행입니다. 조선인님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blanca 2014-11-30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조선인님, 저도 최근에 이 책을 읽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군요. 갑자기 울컥합니다. 아이를 둔 엄마로서 조선인님이 행간이 어떤 이야기들을 생략하셨을까 싶어서요. 저도 솔직히 이 책은 학창시절에 재미없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다시 접한 지금도 제대로 읽어낸 건가 싶고요. 다시 잘 살아요, 우리.

섬사이 2014-12-0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생일 때 읽었더랬죠. 한동안 좋아하는 책을 물으면 <삶의 한가운데>라고 대답했었어요. 지금은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고, 그저 나나가 굉장히 치열한 삶을 살았더라는 기억만 남았어요.
다시 삶에 던져진 기분이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다시 삶 속으로 던져진 조선인님이 반갑고 기쁘고 안심이 돼요.
눈이 내립니다. 조선인 님의 다시 시작하는 생이 마로와 해람이에게는 커다란 축복일 거예요.

반디 2014-12-02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난 여름 글에서 묘한 것을 느꼈었는데 그런 것이었군요. 무엇보다 축하드려요.
살면서 내 삶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그것보다 기쁜 것은 이제 더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덤으로 님께 돌아왔잖아요.
덥석. 글을 쓰려니 잘 안써집니다. 신산하구요.
여유가 생기면 길게 쓸께요. 행복한 겨울 보내고, 행복한 삶의 하루가 되시길 빌어요.
음. 홧팅!!
덧. 루이제린저는 그만 읽고 더 힘나는 책으로^^

조선인 2014-12-03 1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격려해주신 분들, 모두 고마워요. 아직 어쩔 줄 모르고 헤매고 있지만, 제 주변에 이리 따스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는 몹시 행복해 하고 있어요. 거듭 감사합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하늘은 어린 왕자의 하늘이다.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막의 밤하늘이지만 난 분명 그 하늘을 제일 좋아할 거다.

옆지기와 언젠가는 사하라 사막에 가자고, 그게 안 되면 고비 사막에라도 꼭 가자고 약속했다.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하늘은 청회색의 파리의 하늘이다. 중학교 때 본 만화일 터인데, 지금은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그러나 이 만화의 표지와 제목을 좋아해서 소장했더랬고, 고등학교 때 책장 정리를 하면서 만화가 지망생인 친구에게 준 만화책 목록에 이 책도 포함되어 있었다. (화나는 건 그 친구 어머니가 공부는 안 하고 만화만 그린다고 내가 준 만화책들을 몽땅 버렸단다. 족히 100권도 넘었는데, 버릴 거면 나에게 돌려주지 그랬냐고 그 친구에게 화를 냈었다. 그러고보니 걘 지금 뭐하나... 결국 만화가 데뷔는 못 하고 팬시 디자이너로 취직한 뒤 몹시 힘들어 했는데, 살다 보니 소식이 끊겼다.)

각설하고 내게 청회색은 어떤 색인가 잘 표현할 자신이 없어 작가님 블로그까지 찾아가 책 표지를 다운 받는데 성공했는데, 사실 딱 이 색의 하늘은 아니다. 내가 '청회색'이라고 표현하는 색은 해가 지고 노을은 사라졌으나 아직 어두워지기 전, 그 검고 푸른 하늘색이다. 참 묘한 기억의 왜곡이다. 어쨌든 난 지금도 '청회색'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건 히드클리프의 하늘과 마그리뜨의 하늘이다. 회색구름이 낮게 깔리고(먹구름은 아니다), 바람이 휘몰아치는 날이면 난 언덕 너머로 달아나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리며 살짝 미친다. 사실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여기서 바람만 좀 더 불면 난 미칠 수 있어 라며 좋아했는데, 비가 와서 김이 좀 새긴 했다.



마그리뜨의 하늘도 내 기억의 왜곡을 증명하는데, 마그리뜨는 사실 양떼구름이나 뭉게구름을 많이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난 새털 구름이 걸린 파란 하늘을 볼 때면 늘 마그리뜨를 떠올린다. 검은 우산만 있다면 둥실 떠오를 수 있을 거 같고, 내 눈동자는 하늘색이라 믿게 되버린다. 이런 날은 검은 현실을 버리고 땡땡이를 쳐야 하는데, 실제로 성공해본 건 대학교 때 밖에 없다. ㅠㅠ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가을은 이영춘님의 하늘이다. 내 기억 속의 시는 맑고 밝은 느낌이었는데, "쨍그렁 깨질 듯한"이라는 시귀만 기억에 남아 그랬나 보다. 이 시가 이렇게 애잔했나 사뭇 놀라는 중이다. 어쨌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가을 하늘을 볼 때마다 "쨍그렁"을 생각하게 되고, 쨍한 가을이라고 내 마음대로 부르곤 했다.


슬픈 가을 / 이영춘 


쨍그렁 깨질 듯한 이 가을 하늘 
눈물겹다 
무거움의 존재로 땅 끝에 발붙인 짐승 
부끄럽다 
멀리 구름은 유유히 흘러가고 
가을 잠자리들 원 그리며 무리 짓는다 
유리구슬처럼 반짝이는 이 가을 햇살 아래 
아, 아프구나! 가볍지 못한 존재의 무게가 

바스락대는 잎새의 온갖 새들 
깃 털고 일어서는 이 가을날 
밤새 무명의 화가로 벽화 그리던 거미들도 
하루살이도, 쓰르라미도, 풀벌레도, 오소리도 
제 모게 이기지 못하여 모두 털고 일어서는 이 가을날에 
나는 
무엇이 이토록 무겁게 허리를 잡아당기고 있는가 

<뱀꼬리> 하늘바람님과 북플로 수다떨다 두서없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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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1-28 1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밤하늘에,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마그리트 그림까지 제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는 글이에요. 스마트폰에 경직된 목 근육을 풀 겸해서 가끔 하늘을 봐야겠습니다.

감은빛 2014-11-29 0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딱 한 번 고비사막의 밤 하늘을 보았습니다만,
너무 오래전이라 그런지 그때의 색감은 기억이 나지 않네요.
한 여름이었는데도, 이빨이 덜덜 떨리던 그 무지막지한 추위만 기억납니다.

히스클리프의 하늘은 폭풍의 언덕 삽화인가요?
스산한 분위기가 딱 그 소설을 떠올리게 만드네요.

섬사이 2014-11-29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아이들이 별로 가득한 하늘과 오랜 세월을 견뎌온 크고 우람한 나무를 바라보며 자랄 수 있다면,
그러면 세상은 더 좋아질 거라고.
높은 건물에 가려 하늘은 점점 좁아지고, 도시의 나무들은 병약하죠.
조선인님이 보여주신 하늘들이 모두 다 그리워지네요.

조선인 2014-11-30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전 출퇴근 시간은 하늘만 보고 걸어요. ㅎㅎ
감은빛님, 사막의 밤이 춥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조금 고민되네요. ㅋㅋ
섬사이님, 맞아요, 아이들이 볼 하늘이 너무 부족해요.
 
선화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3
김이설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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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책표지는 항상 여자다. 여자의 이야기를 하는 여자이니 여자 얼굴이 표지인 것도 당연하지만, 여지껏 그녀의 표지는 책보다 한참 모자랐다. 이번에서야 비로소 책과 표지가 하나로 어울렸다. 선화만큼이나 표지도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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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11-20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책과 표지가 잘 어울려요^^
선화만큼이나 표지도 예쁘다! 평이 참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