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인간문제 한국문학대표작선집 26
강경애 지음 / 문학사상사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대학교에 합격하고 학생증(도서관 출입증)을 받던 날 난 참 무모한 계획을 세웠다. 매년 100권씩 400권의 대출증을 쓰리라는 우스운 결심... 스스로에게 할당한 그 양을 채우기 위해 한국소설의 '가'란부터 뒤지기 시작했고, 그리하여 1학년 봄에 만난 작가가 '강경애'였다.

낯선 이름이 궁금하여 들춰본 약력은 그녀가 KAPF에서 활동한 몇 안되는 여성중 하나였으며, 해방 몇 년 전에 병사하였고, 그녀의 소설이 얼마전까지 금서였음을 말해주었다. 이 소설을 대출한 건 순전히 이 약력이 주는 호기심이었고, 그날밤 나는 잠을 설치고 말았다.

하이퍼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그 어떤 화가도 그녀의 묘사가 내 머리속에 떠올리는 생생한 영상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너무나 비참하고 비참하고 비참한 삶을 살아내는 일제 시대 최하층민의 생활을 어쩌면 그토록 구역질나게 그려내는지 나는 그녀의 문장 하나 하나가 떠올라 차마 저녁을 먹을 수도 없었고, 편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지금도 '인간문제'와 함께 수록되어 있던 단편 '지하촌'의 마지막 귀절이 메슥거리며 떠오른다. 하루 한 끼 먹는 것도 사치스러운 현실에 갓난아기의 머리 부스럼을 고치려고 쥐가죽을 싸매어주었던 어머니는 며칠후 죽을 것처럼 울어대는 아기의 머리에서 쥐가죽을 벗겨내었다. '거기에는 구더기가 버글버글 피고름을 먹고 있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erky 2008-06-04 0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께서 이 리뷰를 쓴 날부터 계속 읽어봐야지 하던걸, 이제사 읽었어요. 고리끼의 '어머니'에 필적할 만한 정말 굉장한 책이더군요. 좋은책 추천 감사드려요. ^^

조선인 2008-07-07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우차우님의 상반기 결산을 보고 새삼 리뷰를 다시 읽어봤어요. 정말 굉장한 책에 초라한 리뷰라 부끄럽네요.
 
인간 문제 - 강경애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27
강경애 지음, 최원식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교에 합격하고 학생증(도서관 출입증)을 받던 날 난 참 무모한 계획을 세웠다. 매년 100권씩 400권의 대출증을 쓰리라는 우스운 결심... 스스로에게 할당한 그 양을 채우기 위해 한국소설의 '가'란부터 뒤지기 시작했고, 그리하여 1학년 봄에 만난 작가가 '강경애'였다.

낯선 이름이 궁금하여 들춰본 약력은 그녀가 KAPF에서 활동한 몇 안되는 여성중 하나였으며, 해방 몇 년 전에 병사하였고, 그녀의 소설이 얼마전까지 금서였음을 말해주었다. 이 소설을 대출한 건 순전히 이 약력이 주는 호기심이었고, 그날밤 나는 잠을 설치고 말았다.

하이퍼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그 어떤 화가도 그녀의 묘사가 내 머리속에 떠올리는 생생한 영상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너무나 비참하고 비참하고 비참한 삶을 살아내는 일제 시대 최하층민의 생활을 어쩌면 그토록 구역질나게 그려내는지 나는 그녀의 문장 하나 하나가 떠올라 차마 저녁을 먹을 수도 없었고, 편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지금도 '인간문제'와 함께 수록되어 있던 단편 '지하촌'의 마지막 귀절이 메슥거리며 떠오른다. 하루 한 끼 먹는 것도 사치스러운 현실에 갓난아기의 머리 부스럼을 고치려고 쥐가죽을 싸매어주었던 어머니는 며칠후 죽을 것처럼 울어대는 아기의 머리에서 쥐가죽을 벗겨내었다. '거기에는 구더기가 버글버글 피고름을 먹고 있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인 2006-11-0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강경애! 저는 조선인님 같은 결심을 한 학부1학년생을 만나면 너무나도 이뻐해줄 것 같아요 ㅎㅎ
ps. KAPF 입니다 ^^ ㅎㅎ

조선인 2006-11-01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기인님, 고마워요. 오타가 있는 줄 몰랐네요. 히히.

씩씩하니 2006-11-01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님..지하촌 글 인용하신거,,,증말,,너무 슬퍼요..
저도 이런 글 읽으면 왠지 가슴이 답답하고 반성도 되구 뭔가 죄짓는거 같구,그렇답니다.....

조선인 2006-11-0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부끄러워라. 예전에 쓴 리뷰를 옮긴 거 뿐이에요. 쥐구멍을 찾고 싶네요.

아영엄마 2006-11-02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그래서 목표달성하셨나요? ^^

조선인 2006-11-02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못했어요. 360권 정도에서 끝났던 거로 기억해요. ^^;;
 
입을 크게 벌려라 - 즐거운 치과 학교 미래그림책 36
로리 켈러 글 그림, 정혜원 옮김, 김욱동 감수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안녕하세요. 여러분. 우선 출석을 부르겠어요.
앞니조의 새침이, 시원이, 힘찬이, 기쁨이, 삐딱이, 홀쭉이, 깜박이, 오목이
송곳니조의 날쌘돌이, 덜렁이, 귀염이, 엉뚱이
작은어금니조의 잠잠이 짱구돌이, 작은눈이, 멀뚱이, 초롱이, 나눔이, 깐깐이, 섭섭이
어금니조의 넙적이, 얌전이, 까불이, 하얀이, 듬직이, 왕눈이, 깜찍이, 볼록이
사랑니조의 어진이, 방글이, 똘똘이, 찬찬이.

네, 모두 왔군요. 그럼 지금부터 시험을 보도록 하겠어요.
문제는 모두 10개입니다. 참인지, 거짓인지 맞춰보도록 하세요.

1. 세균으로부터 이를 보호하는 것은 군인입니다.
2. 구멍이 나고 푸르스름해져야 건강한 이입니다.
3. 젖니는 영구치가 제자리에 나오도록 해줍니다.
4. 과일, 빵, 파스타, 우유에는 당분이 들어 있습니다.
5. 세균은 당분을 좋아합니다.
6. 치과 의사는 붕대로 충치를 감은 다음, 거기에 입맞춤을 해서 낫게 합니다.
7. 일 년에 한두 번은 기계{ 수리공에게 가서 이를 검사받아야 합니다.
8. 엑스레이 사진을 찍으면 잇속까지 볼 수 있습니다.
9. 조지 워싱턴은 돌과 나뭇가지로 만든 틀니를 했습니다.
10. 이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을 오렌지라고 부릅니다.

다 풀었으면 바로 채점하지요.
오, 이런. 여러분! 세상에, D-가 뭐에요?
합격 점수를 받은 건 오로지 사랑니들 뿐이군요.
이래서야 어디 건강하고 튼튼한 이로 자랄 수 있겠어요? 커서 충치가 되고 싶어요?
모두 반성하세요. 벌로 숙제를 내주죠. 이 책을 읽고 이번주안에 독후감을 써오세요.
내일까지에요! 아셨죠?
대신 <101번째 이빨>이나 <호밀밭의 송곳니>, <이빨농장>에 대한 독후감은 다음주까지 제출해도 좋아요.
그럼 이것으로 오늘 수업은 마치겠어요.
질문 있는 학생 있어요? 네? 아, 책 제목을 다시 말해달라구요?
로리 켈러의 <입을 크게 벌려라-즐거운 치과 학교>에요.
이번주 토요일까지 꼭 독후감을 제출하셔야 합니다.
그럼 모두 세균 조심하고 내일 또 만나요. 안녕~


댓글(5)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06-11-01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미나겠어요

조선인 2006-11-01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정신없는 책이에요. 아이들은 그래서 좋아하는 듯. ㅎㅎ

반딧불,, 2006-11-01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나요??
갈수록 그림책 사기가 안되누만요^^;

조선인 2006-11-01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이를 열심히 닦아야 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과학그림책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이의 명칭, 구조, 젖니와 영구치 등등 자세히 나온 편이에요.

아영엄마 2006-11-02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도 재미있게 본 책인데.... ^^
 
세상을 바꾼 두더지
데이비드 맥페일 글.그림, 이은석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7월
절판


다람쥐가 도토리를 들고 가다가

늑대에 쫓겨 그만 떨어뜨리고 말아요.

살금살금 뿌리를 내리는 도토리.

하지만 처음 켜보는 두더지의 바이올린 소리에 그만 시들시들.

하지만 두더지의 노력에 다시 자라나는 떡갈나무.

바이올린은 농부의 음악이 되고

대통령과 여왕의 음악이 되기도 하고

전쟁을 잃어버린 군인의 음악이 되기도 하지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06-11-01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참 예뻐요

조선인 2006-11-01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고운 책이에요. 마로가 바이올린 배우고 싶다네요. *^^*
 
세상을 바꾼 두더지
데이비드 맥페일 글.그림, 이은석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원제 Mole Music에 비해 <세상을 바꾼 두더지>라는 제목은 좀 거창해 보여요. 하지만 음악의 힘을 웅변(!)하는 그림책이니 읽고 나면 그럴싸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 거에요.

몰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으며 아름드리 커가는 떡갈나무. 그 나무에 둥지를 트는 새와 그 옆에서 귀를 쫑긋거리는 토끼. 이윽고 고단한 하루 일이 끝날 무렵엔 농부와 그의 가족이 나무 주위에 둘러 앉아 몰의 바이올린 연주를 감상하고, 어느덧 대통령도 여왕도 백인도 흑인도 어린 아가도 모두 그 주변에 모여들지요. 음악을 들을 땐 앉든 서든 드러눕든 상관 없어요. 바이올린에 집중하기 위해 감은 두 눈과 흐뭇한 미소면 그만이죠. 그리하여 언젠가는 몰의 상상처럼 바이올린 선율에 군인들도 칼과 창을 집어던지고 포옹과 악수와 웃음을 나누죠. 스무명은 너끈히 재워줄 수 있는 떡갈 나무 둘레에서요.

어쩌면 세상을 바꾼 건 음악의 힘만이 아닐 거에요. 하루도 빠짐없이 묵묵히 굴을 파는 성실한 두더지는 매일 밤 바이올린 연습을 쉬지 않았죠. 아무도 바이올린 켜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통신판매로 산 바이올린은 매일 두더지의 팔에 안깁니다. 일주일과 한 달과 몇 년이 흐르고 또 흐르도록 몰은 쉬지 않고 연습해요. 그건 누가 시킨 것도 아니요, 몰이 좋아서 스스로 노력한 거죠. 그 꾸준함이, 그 묵묵함이 어쩌면 세상을 바꾼 것이겠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