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두더지
데이비드 맥페일 글.그림, 이은석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원제 Mole Music에 비해 <세상을 바꾼 두더지>라는 제목은 좀 거창해 보여요. 하지만 음악의 힘을 웅변(!)하는 그림책이니 읽고 나면 그럴싸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 거에요.

몰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으며 아름드리 커가는 떡갈나무. 그 나무에 둥지를 트는 새와 그 옆에서 귀를 쫑긋거리는 토끼. 이윽고 고단한 하루 일이 끝날 무렵엔 농부와 그의 가족이 나무 주위에 둘러 앉아 몰의 바이올린 연주를 감상하고, 어느덧 대통령도 여왕도 백인도 흑인도 어린 아가도 모두 그 주변에 모여들지요. 음악을 들을 땐 앉든 서든 드러눕든 상관 없어요. 바이올린에 집중하기 위해 감은 두 눈과 흐뭇한 미소면 그만이죠. 그리하여 언젠가는 몰의 상상처럼 바이올린 선율에 군인들도 칼과 창을 집어던지고 포옹과 악수와 웃음을 나누죠. 스무명은 너끈히 재워줄 수 있는 떡갈 나무 둘레에서요.

어쩌면 세상을 바꾼 건 음악의 힘만이 아닐 거에요. 하루도 빠짐없이 묵묵히 굴을 파는 성실한 두더지는 매일 밤 바이올린 연습을 쉬지 않았죠. 아무도 바이올린 켜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통신판매로 산 바이올린은 매일 두더지의 팔에 안깁니다. 일주일과 한 달과 몇 년이 흐르고 또 흐르도록 몰은 쉬지 않고 연습해요. 그건 누가 시킨 것도 아니요, 몰이 좋아서 스스로 노력한 거죠. 그 꾸준함이, 그 묵묵함이 어쩌면 세상을 바꾼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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