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문제 - 강경애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27
강경애 지음, 최원식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교에 합격하고 학생증(도서관 출입증)을 받던 날 난 참 무모한 계획을 세웠다. 매년 100권씩 400권의 대출증을 쓰리라는 우스운 결심... 스스로에게 할당한 그 양을 채우기 위해 한국소설의 '가'란부터 뒤지기 시작했고, 그리하여 1학년 봄에 만난 작가가 '강경애'였다.

낯선 이름이 궁금하여 들춰본 약력은 그녀가 KAPF에서 활동한 몇 안되는 여성중 하나였으며, 해방 몇 년 전에 병사하였고, 그녀의 소설이 얼마전까지 금서였음을 말해주었다. 이 소설을 대출한 건 순전히 이 약력이 주는 호기심이었고, 그날밤 나는 잠을 설치고 말았다.

하이퍼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그 어떤 화가도 그녀의 묘사가 내 머리속에 떠올리는 생생한 영상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너무나 비참하고 비참하고 비참한 삶을 살아내는 일제 시대 최하층민의 생활을 어쩌면 그토록 구역질나게 그려내는지 나는 그녀의 문장 하나 하나가 떠올라 차마 저녁을 먹을 수도 없었고, 편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지금도 '인간문제'와 함께 수록되어 있던 단편 '지하촌'의 마지막 귀절이 메슥거리며 떠오른다. 하루 한 끼 먹는 것도 사치스러운 현실에 갓난아기의 머리 부스럼을 고치려고 쥐가죽을 싸매어주었던 어머니는 며칠후 죽을 것처럼 울어대는 아기의 머리에서 쥐가죽을 벗겨내었다. '거기에는 구더기가 버글버글 피고름을 먹고 있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인 2006-11-0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강경애! 저는 조선인님 같은 결심을 한 학부1학년생을 만나면 너무나도 이뻐해줄 것 같아요 ㅎㅎ
ps. KAPF 입니다 ^^ ㅎㅎ

조선인 2006-11-01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기인님, 고마워요. 오타가 있는 줄 몰랐네요. 히히.

씩씩하니 2006-11-01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님..지하촌 글 인용하신거,,,증말,,너무 슬퍼요..
저도 이런 글 읽으면 왠지 가슴이 답답하고 반성도 되구 뭔가 죄짓는거 같구,그렇답니다.....

조선인 2006-11-0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부끄러워라. 예전에 쓴 리뷰를 옮긴 거 뿐이에요. 쥐구멍을 찾고 싶네요.

아영엄마 2006-11-02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그래서 목표달성하셨나요? ^^

조선인 2006-11-02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못했어요. 360권 정도에서 끝났던 거로 기억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