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젠가 블록놀이를 하다 말고(요새 진짜 나무블록 대신 젠가 가지고 블록놀이하는 걸 좋아한다)
뜬금없이 딸아이가 하는 말.
"엄마, 자꾸 눈에서 비디오가 나와. 자꾸 자꾸."
순간적으로 오만 상상이 다 들었다.
집에선 비디오를 거의 안 보여주는데, 어린이집에서 많이 보여주나? 비디오중독?
아니면 헛것이 보이나?
호, 혹시, 심령현상을???
아니다, 서, 설마 안암? 눈에 이상이?
언제 비디오가 보이냐고 묻는 내 목소리는 조금 떨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천연덕스러운 딸아이의 답.
"잠을 자는데 자꾸 비디오가 보이잖아."
하아, 안도의 한숨.
이젠 궁금증이 치솟는다.
"그건 꿈이라는 거야. 어떤 비디오를 봐, 꿈에?"
"엄마랑 아빠랑 월드컵 공원에도 가고. 어린이집에서 친구랑 놀기도 하고, 아빠랑 신기한 데 가기도 하고."
고맙게도 아직은 평화롭고 즐거운 꿈만 꾸나 보다.
부디 이 아이의 꿈이 언제나 태평하기를.
악몽보다 끔찍한 현실에 좌절하는 일이 없기를.
사족)
좀전에 비가 그쳤다. 서울은 아직도 비가 오고 있을까? 촛불문화제에 비는 쥐약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