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탄 국어 A단계 5 - 유아
기탄교육연구소 엮음 / 기탄교육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요새 딸아이는 학습지 하는 걸 지나치게 좋아합니다.
서점 갈 때마다 하나씩 집어들고 나오는데 재미가 들렸다고나 할까.
일단 자기가 좋아해서 하고, 서점에서 책 사는 재미를 알아가는 것도 괜찮다 싶어 놔두고 있긴 하지만,
엄마 욕심으로는 이왕이면 좋은 학습지를 골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기탄 국어 a단계의 경우 필순을 잡기 위해 골랐지만 원했던 구성은 아니더군요.
그래도 딸아이가 재밌어해서 계속 사고 있습니다.

5집 역시 마로는 이틀만에 해치우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글자 쓰기의 양이 많아진 걸 생각하면 대단하다 싶고,
그 보람이 있는지 크리스마스 카드를 쓰는 솜씨도 일취월장했습니다.
(내일이 1월이건만 딸아이의 크리스마스 시즌은 끝날 줄 모르네요. ㅠ.ㅠ)

다만!
구성중 인사말 배우기의 그림이 마음에 걸리네요.
아빠나 남자손님은 늘 양복을 입고 출퇴근하는 사람이고,
엄마는 늘 앞치마 차림의 전업주부입니다.
특히 '안녕히 다녀오셨어요'의 그림을 보면 남자는 싱글벙글 웃으며 딸의 인사를 받고
여자는 남자가 한손으로 내미는 가방을 두손으로 공손히 받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성별 고정관념 혹은 위계질서를 암묵적으로 주입시키는 거 같아 걱정이라면 노파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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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3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그림을 보고 자란 조선인님은 주입당했지만 다르게 생각하시잖아요 걱정안하셔도 될거예요

조선인 2006-01-01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그걸 깨기 위해 제가 낭비한 시간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아까워요.
 
Anne 2 - 처녀시절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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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원제는 '아봔리의 앤'으로 앤이 아봔리 초등학교의 선생님으로 지내는 2년 동안의 이야기다.
주로 학생들과의 일상과, 고아가 되어 머릴러에게 맡겨진 장난꾸러기 쌍둥이의 일화가 담겨 있다.
난 특히 앤의 학생 중 폴 어빙과 천하의 장난꾸러기 데이빗의 이야기에 열광하는 편이다.

부록으로는 루시모드 몽고메리의 간단한 전기가 실려 있다.
예전에도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본 적이 있지만,
부록치고는 꽤나 실하고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줘서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귀여운 말괄량이 빨간머리 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흥미롭다.

그 시절에 쓴 이야기 가운데 <황금빛 캐럴>이 있다... 그러나 모드는 출판 기회를 얻지 못한 이 원고를 태워버리고는 '주일학교 여주인공 따위는 두 번 다시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한다..."그 책이 출판되었다면 그보다 더한 불운은 없었으리라... 나는 그 수준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었을 테니까."

지금 와서 보면 빨간 머리 앤 역시 무지하게 교훈적이지만, 주일학교 여주인공같은 앤은 상상하기도 싫다.
하지만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다.
난 그린 게이블즈의 앤 못지 않게
앤의 꿈의 집이나, 노변장의 앤, 노변장의 리라(앤의 막내딸)이야기도 좋아하는데,
몽고메리는 그렇지도 않았나 보다.

모드는 번민하면서 '빨강머리 앤'의 두 번째 작품에 착수했지만 대중의 인기를 얻을지는 몰라도 문학작품으로서의 질은 떨어진다고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탈고한 지 몇 달이 지난 1908년 9월에는 "만약 나의 남은 인생이 '빨강머리 앤'이라는 폭주하는 마차에 끌려갈 운명이라면 앤을 '창조한' 것을 통렬하게 후회할 것"이라고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데, 그 말대로 모드의 인생은 앤의 존재와 좋든 싫든 일생을 함께 하게 된다. 편지 속에서 그녀는 출판사가 앞으로도 앤의 속편을 쓰라고 요구할 것을 생각하면 "넌더리가 난다"고까지 쓰고 있다.

난 이 부분을 읽고 순간 '미저리'의 심정을 이해하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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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 1 - 만남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신지식 선생님이 번역한 창조사 완역본을 가지고 있는지라
동서문화사 완역본을 다시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산 창조사 판이 너덜거리기 시작하는 터라,
창조사 판을 보호해야겠다는 목적으로 동서문화사 판을 사기로 결심했다.

동서문화사 판의 가장 큰 미덕은 역자의 부록이 실하다는 것.
1권의 경우 논문 3편을 바탕으로 몽고메리가 인용한 문구를 찾아 미주를 달고 있으며,
역자가 스스로 달아놓은 미주 또한 방대하다.
몽고메리가 앤의 입을 빌어 성경이나 시의 귀절을 자주 인용하는 거야 원래 느끼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방대한 인용문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또 하나의 장점이라면 문체가 좀 더 일상어에 가깝다는 것.
하지만 이건 꼭 장점이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19세기 말 고풍스런 그린 게이블즈의 앤은 좀 더 옛스런 문체로 읽어야하지 않을까.
물론 김유정 씨의 번역은 훨씬 꼼꼼하고 섬세하며, 누락된 부분도 없다.
가령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목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창조사-신지식>
내가 퀸 학원을 졸업하고 나올 때는, 내 앞에 길이 똑바로 뚫려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어요. 몇 마일 앞까지도 뚫어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지금은 굽어진 모퉁이에 온 거예요. 이 길이 굽어지고 나면,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는 없어요. 하지만 반드시 나는 좋은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그 길이 어떻게 계속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어떠한 빛과 그림자가 있는지, 어떠한 경치가 전개되어 있는지, 어떻게 아름다운 언덕이나 산이, 골짜기가 있는지 모르지만...

<동서문화사-김유경>
퀸즈아카데미를 졸업할 때는 내 미래에 똑바로 뻗은 길이 하나만 있는 줄 알았어요. 그리하여 앞쪽에 멋진 이정표가 여러 개 보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 그 길모퉁이에 이르렀어요. 길모퉁이를 돌아서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아마도 멋진 세계가 있으리라고 믿어요. 게다가 머릴러, 길모퉁이라는 것에도 마음이 끌려요. 길모퉁이란 그 앞이 어떻게 뻗어나가는지 모르는 데 매력이 있는 것 아니겠어요? 초록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숲을 빠져나가 나뭇잎 사이로 부드럽게 반짝이는 햇빛이 있을지도 모르고, 본 적도 없는 풍경이며 눈이 번쩍 뜨이는 아름다운 곳이 있을지도 모르고, 에움길이나 언덕 또는 골짜기가 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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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31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5-12-3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타 지적해주신 분 고맙습니다. 그분이 봤으면 정말 기분나빴을 듯.
 

마로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궁색해하던 딸이
오늘은 처음으로 소원을 말했습니다.

"풍선 아저씨가 되고 싶어."
"어? 마로는 여자라서 아저씨는 될 수 없어."
"음, 그럼 풍선 아줌마가 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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瑚璉 2005-12-3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풍선아저씨는 누구인가요?

그건 그렇고 신년축하드립니다.

날개 2005-12-31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풍선 파는 사람을 얘기하는 건가요? 하하~ 특이하군요..
혹시 풍선 사달라는거 안사주신거 아녜요? ^^

조선인 2005-12-31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정무진님, 이벤트할 때 보면 풍선으로 꽃이며, 검이며 만들어주는 분이요. 지난번에 날개님 뵈러갔을 때 까르푸 앞에서 풍선장식 만들어주는 키다리 삐에로(무지하게 높은 장대 위에 올라가 있는)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무척 인상이 깊었나봐요.
날개님, 헉, 정곡을 찔렸습니다. 실은 제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 중 하나가 풍선이라. ㅠ.ㅠ

아영엄마 2005-12-31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훗~ 조선인님이 무서워 하는 것도 있으셨군요. 실은 저도 풍선이 무서워요...@@;;

하늘바람 2005-12-31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귀엽네요 마로

책읽는나무 2005-12-31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로는 민이에게도 누나입니다요!
울민이는 커서 아빠가 되겠답니다....ㅡ.ㅡ;;
남자아이라서 상상력이 없는 것인지? 넘 현실적인 것인지?
아님 엄마 성격을 닮아서??....쩝~~

조선인 2006-01-01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히히 저 무서워하는 거 많아요.
하늘바람님, 늘 이뻐해줘서 고마워요.
검은비님, 마로도 그전엔 오히려 크면 학생이 된다고 했을 뿐이에요.
새벽별님. 히히. 넵
책읽는나무님, 상상력이 없는 게 아니라 아직 그런 나이인가봐요. 마로도 그랬다니깐요.
 

어제 좀 부아나는 일이 있어요.
우리 아파트에는 복도 외에 복도참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빈공간이 있는데 그 공간에 자전거랑 분리수거함을 놔두거든요.
매주 금요일은 분리수거하는 날이라 분리수거함을 비우고 오니
옆집이 이사하는 거 같아 인사하면서 불편하면 함을 치워드릴까요 라고 까지 물었는데...

안 치운 게 화근입니다.
퇴근 후 이미 이사는 끝났는데, (새로 이사온 집은 없더군요),
아침에 깨끗이 비워둔 분리수거함이... ㅠ.ㅠ 온갖 쓰레기로 꽉 차 있는 겁니다.
음료수통이랑 폐휴지랑 이상한 철물들이랑 담배꽁초랑. 윽.
너무한 거 아닌가요. 이사가버렸으니 따질 방법도 없고.
그동안도 우리 분리수거함에 옆집 아저씨가 슬쩍 슬쩍 버리는 걸 봤지만 양이 적어 무시했는데,
진작에 한 마디 해둘 것을. 마지막에 이렇게까지 하다니 황당하더라구요.

아, 사실은 잊고 있었는데, 아침에 다시 분리수거함 정리하다 보니 부아가 또 나네요.
(마로는 혼자 목욕중입니다.
혼자서 옷 벗겠다고 장장 20분을 울고 불고 난리치며 간신히 옷을 벗은 뒤,
이제는 혼자 씻을테니까 엄마는 나가 있으라고 합니다.
덕분에 이렇게 투덜댈 수도 있네요.
앗, 이제서야 부르네요.
원래 하려던 이야기는 좀 있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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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5-12-31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 그거 저희 옆집도 그래요!!! 처음에는 분리수거하는 큰 박스랑 모니터같은 걸 내놓더니, 이젠 100리터짜리 쓰레기 봉투도 내놓고는 몇달째 치우질 않아요. 젋은 부부인거 같은데, 개도 2마리나 키우면서 짖어대도 내버려두고!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다죠?

하늘바람 2005-12-31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옆집 얼굴도 자세히 몰라요 어찌된건지 마주칠 일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속상하시겠어요 안내문이 복도에 날라다녀도 거슬릴텐데요

비로그인 2005-12-31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옆집은 우산도 집안에 들여놓질 않는걸요; 복도의 개인소유화;;;

조선인 2006-01-01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 100리터짜리 쓰레기 봉투!!! 예전 옛집도 그랬어요. 여름이면 얼마나 냄새가 나던지. ㅠ.ㅠ
하늘바람님, 우리집 분리수거함이 밖에 있으니까 사람들이 죄다 안내문을 거기에 쑤셔놔요.
여대생님, ㅎㅎ 우산조차? 슬쩍 집어가도 되겠네요. 캬캬. 우산의 공공재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