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nne 2 - 처녀시절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원제는 '아봔리의 앤'으로 앤이 아봔리 초등학교의 선생님으로 지내는 2년 동안의 이야기다.
주로 학생들과의 일상과, 고아가 되어 머릴러에게 맡겨진 장난꾸러기 쌍둥이의 일화가 담겨 있다.
난 특히 앤의 학생 중 폴 어빙과 천하의 장난꾸러기 데이빗의 이야기에 열광하는 편이다.
부록으로는 루시모드 몽고메리의 간단한 전기가 실려 있다.
예전에도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본 적이 있지만,
부록치고는 꽤나 실하고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줘서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귀여운 말괄량이 빨간머리 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흥미롭다.
그 시절에 쓴 이야기 가운데 <황금빛 캐럴>이 있다... 그러나 모드는 출판 기회를 얻지 못한 이 원고를 태워버리고는 '주일학교 여주인공 따위는 두 번 다시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한다..."그 책이 출판되었다면 그보다 더한 불운은 없었으리라... 나는 그 수준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었을 테니까."
지금 와서 보면 빨간 머리 앤 역시 무지하게 교훈적이지만, 주일학교 여주인공같은 앤은 상상하기도 싫다.
하지만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다.
난 그린 게이블즈의 앤 못지 않게
앤의 꿈의 집이나, 노변장의 앤, 노변장의 리라(앤의 막내딸)이야기도 좋아하는데,
몽고메리는 그렇지도 않았나 보다.
모드는 번민하면서 '빨강머리 앤'의 두 번째 작품에 착수했지만 대중의 인기를 얻을지는 몰라도 문학작품으로서의 질은 떨어진다고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탈고한 지 몇 달이 지난 1908년 9월에는 "만약 나의 남은 인생이 '빨강머리 앤'이라는 폭주하는 마차에 끌려갈 운명이라면 앤을 '창조한' 것을 통렬하게 후회할 것"이라고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데, 그 말대로 모드의 인생은 앤의 존재와 좋든 싫든 일생을 함께 하게 된다. 편지 속에서 그녀는 출판사가 앞으로도 앤의 속편을 쓰라고 요구할 것을 생각하면 "넌더리가 난다"고까지 쓰고 있다.
난 이 부분을 읽고 순간 '미저리'의 심정을 이해하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