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대학때 읽었으면 진짜 열광했을 거라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은 젊음을 빼앗겨 감성조차 빼앗기겠네`라는 심정이랄까. 한 편 한 편 맛깔스럽게 읽으면서도, 머리로는 비주얼이 굉장하구나 생각하면서도, 영화도 봐야겠는걸 계획을 세우면서도, 마음의 폭풍 고저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건 책이 문제가 아니라 내 메마름 탓. 그러니 다른 분들은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이 책을 읽기를. 부디 눈부신 시각과 촉각과 후각과 미각의 향연을 좀 더 생생하게 느끼시기를.
기특한 큰애오늘 아침 적반하장인 남편에게 짜증이 나 있었는데, 회사 동료가 보내준 카톡에 빵 터졌다. 그러게. 자기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양반이 기특하게 돈은 벌어오네.
프랑스혁명 당시 흑인노예해방을 외치던 사람들이 있었다. 계급을 넘어 인종을 넘어 평등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 속에, 아니 그보다 먼저 `흑인노예들의 상태`라는 극본을 쓴 여인이 있다. 그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아이티는 세계 최초로 흑인노예해방 혁명을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코 지지받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여성! 롤랑 부인도, 올랭프 드 구주도, 테루라뉴 드 메리쿠르도, 정신병자로 취급받았을 뿐이다. 그녀들에게 허용된 건 정신병원과 단두대뿐이었고, 잊혀진 역사가 되었다. 이제 소책자를 통해 만난 올랭프 드 구주는 완벽하지도, 고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선명함과 찬연함이 참 불꽃같아 보였다. 난 아들에게 남긴 편지를 딸에게 낭송해 주었다.˝사랑하는 아들아. 나는 조국과 민중을 숭배하다 희생되어 죽는다.˝나는 이렇게 올랭프와 달리 글을 읽고 쓸 줄 알며, 교육을 받았고 직업이 있고 딸 역시 그러할 거라 믿는다. 이 차이가 선구자들에게 빚진 것임을 안다. 새삼스럽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