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언니가 되고 싶은 마로.
어린이집에 갈 때도 연필이랑 지우개랑 자까지 필통에 챙겨야 하고,
연필도 일곱자루 꽉 채워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데 오늘.
새 연필을 5자루나 더 깎아달라고 성화를 하다가 엄마가 안 들어주자 엉엉 울기 시작.
엄마는 또 새 연필을 깎는 건 낭비라고 딱 자르고 마로는 울면서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울먹.
우는 소리로 말해봤자 엄마가 알아들을 수 없다고 계속 모른 척하자
그제서야 우는 와중에도 나를 설득하려고 주절주절.

"흑, 필통에 있는 연필 중 4자루는, 흑, 그림 없이 글자만, 흑, 있어요. 흑, 난 그게 흑, 싫어요."
"그래서?"
"그림도 있고, 흑, 글자도 있는, 흑, 예쁜 연필도 가지고 흑, 싶어요."
"그래도 5자루나 새 연필을 쓰는 건 너무 많아. 1자루로 양보하면 깎아줄게."
"흑, 네,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이 곰돌이 파란 연필을 깎아줄까?"
"아뇨, 예쁜 분홍색 연필이면 좋겠어요.(이젠 눈물이 쏙 들어감)"
조르르륵 뛰어가서 연필 한 자루를 골라오더니 연필 깎는 내 모습을 빤히 보더니 갑자기 막 웃는다.
"아까는 미안했어. 히히히. 이제는 자꾸 웃음이 나와. 저절로.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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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8-02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스트잍에 "엄마 아빠 사랑해요, 하트"를 써서 기념이라며 필통에 붙인다. 짜식.

chika 2006-08-02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마로가 정말 이뻐요이~! ^^

물만두 2006-08-0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 넘 귀엽잖아요^^

조선인 2006-08-0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히히 고마워요.
따우님, 이토록 불쾌한 세상에서 웃을 수 있는 건 그래도 아이들 때문이겠죠? *^^*
속삭이신 분, 어머, 고마워요. 사양 안 하고 넙죽 챙기겠습니다.
물만두님, 히히 늘 마로를 이뻐해주시네요.

Mephistopheles 2006-08-02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깔깔깔...마로에겐 잔인할지도 모르겠지만 동영상으로 부탁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루(春) 2006-08-02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진짜...
이렇게 쓰고 나니 할 말이 없네요. 암튼... 감탄하고 가요.

ceylontea 2006-08-02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상황이 상상이 가요.. 상상이..
금새 해벌쭉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우리 예쁜 마로... 계속 그렇게 웃을 수 있는 세상을 갖게 해주고 싶어요..--;

mannerist 2006-08-02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매너놈 어린이는 예전부터 그림 붙은 연필 무지 싫어했어요. 그냥 밋밋한 게 좋았는데. 마로양도 이제부턴 스테들러 옐로우 펜슬만 사주심이 어떨까요? ㅋㅋㅋ

paviana 2006-08-02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로야 집에 안쓰는 공주연필 있나 찾아볼게...

조선인 2006-08-02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동영상은 불가해요. 핸드폰 성능조차 딸리거든요.
하루님, 이야~ 진짜~ 만으로도 전 뿌듯합니다.
실론티님, 울다 웃으면 엉덩이에 털나요~라고 놀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육아서 지침따라 꾸욱 참았습니다.
매너리스트님, 스테들러 옐로우 펜슬~ 꼭 그거만 쓰는 '인종'이 있죠. 으흐흐흐
파비아나님, 공주연필이라면 대환영입니다요. ㅋㅋ

반딧불,, 2006-08-02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후..이뽀!

水巖 2006-08-02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예쁜 마로, 하는 짓까지 예쁜 마로이군요.

조선인 2006-08-03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파랑이와 노랑이는 좋아하는 색깔이 뭔가요?
수암님, 헤헤, 미운 짓은 더 많이 하는 마로 되겠습니다. *^^*

건우와 연우 2006-08-03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예쁜 마로....^^

조선인 2006-08-03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