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언니가 되고 싶은 마로.
어린이집에 갈 때도 연필이랑 지우개랑 자까지 필통에 챙겨야 하고,
연필도 일곱자루 꽉 채워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데 오늘.
새 연필을 5자루나 더 깎아달라고 성화를 하다가 엄마가 안 들어주자 엉엉 울기 시작.
엄마는 또 새 연필을 깎는 건 낭비라고 딱 자르고 마로는 울면서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울먹.
우는 소리로 말해봤자 엄마가 알아들을 수 없다고 계속 모른 척하자
그제서야 우는 와중에도 나를 설득하려고 주절주절.
"흑, 필통에 있는 연필 중 4자루는, 흑, 그림 없이 글자만, 흑, 있어요. 흑, 난 그게 흑, 싫어요."
"그래서?"
"그림도 있고, 흑, 글자도 있는, 흑, 예쁜 연필도 가지고 흑, 싶어요."
"그래도 5자루나 새 연필을 쓰는 건 너무 많아. 1자루로 양보하면 깎아줄게."
"흑, 네,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이 곰돌이 파란 연필을 깎아줄까?"
"아뇨, 예쁜 분홍색 연필이면 좋겠어요.(이젠 눈물이 쏙 들어감)"
조르르륵 뛰어가서 연필 한 자루를 골라오더니 연필 깎는 내 모습을 빤히 보더니 갑자기 막 웃는다.
"아까는 미안했어. 히히히. 이제는 자꾸 웃음이 나와. 저절로. 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