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놀토인데도 마로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어제 종일 외근을 다닌 터라 푹 쉴 욕심에.
사실 어제 그렇게까지 무리하진 않아도 됐다.
아침에 마로 맡기고 바로 *****에 가 서류제출을 한 뒤 토론회에 참석하고,
오후엔 모 업체에 들려 타사 모니터링을 하는 일정이었는데...
팀장님의 분부. 회사 출근했다가 외근나가고, 꼭 들렸다 퇴근해라.
덕분에 시간에 쫒겨 내도록 종종걸음을 했더니, 허리가 아프다.
회사 입장에선 당연한 요구겠지만, 평소 팀장이 솔선수범했다면 이렇게 불만 가지진 않으리라.
지방출장갈 때 12시 기차표 끊어놓고도 오전에 출근 안 하고,
오후 2시~3시 세미나 발표를 위해 전날 조퇴하고, 당일은 아예 회사 안 나오고.
자기는 그러면서 나만 보고. 흥!
2.
오늘도 윗집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논다.
사내아이들, 가만히 있는 게 비정상이라 생각하고, 마로 재우는 시간도 아니니 참아야 한다고 되뇌인다.
하지만 이 화창한 토요일, 왜 혈기왕성한 6살, 4살 사내아이를 집에서만 놀릴까.
주체 못 하는 힘을 놀이터에 쏟아부으면 저 정도 난리치진 않을텐데.
단 한 번도, 주말조차, 윗집 아이들이 밖에서 노는 걸 못 봤다.
아, 괴롭다. ㅠ.ㅠ
3.
어제 퇴근 후 마로 찾아 돌아오는 길에 대여점에 들렸다.
그런데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알바생, 만화책 보고 있다가 건성으로 대답한다.
"열쇠 가지고 가셔야 하고요, 주차장 지나가야 해서 불편하거든요. 다른 화장실 찾아보세요."
그래서 그냥 마로 데리고 집으로 갈 작정이었다.
하지만 비디오 들춰보느라 여념없는 마로.
할 수 없이 알바생에게 화장실 열쇠를 부탁했다.
이번엔 날 보지도 않고 못 들은 척 하다가 2-3번 책상에 손기척을 하자 그제서야 "곤란해요." 대답한다.
불쾌한 기분이 되어 마로 데리고 그냥 나와버렸다.
화장실 쓰는 게 왜 그리 곤란한 문제가 되는 건지 이해가 잘 안다.
그동안 우수고객이었는데, 새로 개업한 곳으로 옮길테다. 흥흥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