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좀 사건이 있었어요.
마로 어린이집 차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는데,
편의점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아저씨 4명이 마로가 귀엽다며 칭찬을 해주시더라구요.
그중에서도 2명이 마로에게 뭘 사주겠다고 1명은 마로를 덥썩 안아들고, 1명은 제 팔을 잡아끌고.

중간 과정을 생략하면...
마로는 처음엔 어리벙벙해 했지만, 사탕이랑 과자를 한아름 안고 나니 헤벌쭉, 고맙다고 인사까지 꾸벅.

하지만 저로선 걱정이 좀 되더라구요.
물론 제가 옆에 있으니까 아저씨를 따라간 것일 수도 있지만,
사탕이나 과자 사준다고 하면 아무나 휙 따라가버리면 어쩌나 싶어서요.

그래서 앞으로는 낯선 사람이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하거나 좋은 거 준다고 해도
절대 따라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지요.
그런데 막상 딸이 "왜?"라고 물으니 답변이 너무 궁색하더라구요.

과연 낯선 사람은 무조건 의심하라고 가르쳐야 하는 걸까요?
만의 하나 있을 나쁜 사람을 위해 사람이 사람을 믿으면 안 된다고 해야 할까요?
갑자기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고 말았습니다.
일단 제 욕심은 불신을 가르치는 대신, 뭔가 우회할 방법을 찾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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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05-10-20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세상에는 공짜라는 건 없다,고 가르쳐 주는 건 어떨까요. 이웃집 아줌마나 매일 보는 친구들 같으면 오늘 받은 것을 내일 갚으면 되지만 처음 보는 아저씨나 아줌마, 언니들은 내가 갚을 수가 없잖아요. 은혜를 받고 안 갚으면 나중에 그 안갚은 은혜들이 모여서 뚱뚱보가 된다고 하는 거예요.

2.
백설공주 이야기는 어떨까요. 모르는 노파가 와서 독이 든 사과를 주어서 백설공주는 영원히 깊은 잠을 자게 되잖아요. 말하자면 모르는 사람이 준 거 받아먹고 죽었죠. 상황이 조금 비슷하니까 여기에 부연설명을 좀 더 첨부하면 되지 않을까요.

2005-10-20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5-10-20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너무 예뻐서 아저씨가 마로 데리고 가서 살려고 할수도 있는거야. 우리 마로 엄마랑 아빠랑 헤어져서 살수 있어? 엄마랑 아빠는 마로 없으면 하루도 못살아. 그러니까 따라가면 안돼. 만약 아저씨가 억지로 데리고 가려고 하면 큰소리로 엄마를 부르거나 싫어요. 전 우리 엄마, 아빠랑 살거예요 하는거야...." 알았지?

반딧불,, 2005-10-2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것 필요없슴다.
다시는 엄마,아빠 못본다 가 약입니다.
왜 전번에 어디 프로에선가 조금 큰 초등생들도 망설이다가 엄마나 아빠 친구라고 하면 따라갔다잖아요?? 그때 안따라간 아이들은 원초적인 위협과 때린다나 쥑*인다
등의 말을 사용한 아이들뿐이었답니다.
방법없습니다. 저도 특히 노랑이한테는 자꾸 그렇게 교육시키는 걸요.
지금이야 오빠가 같이 다니니까 걱정이 안되는데 간신히 집만 찾아오는 딸래미 걱정입니다. 덩치만 큰 아이라서^^;;;

瑚璉 2005-10-20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야 워낙 예쁘니까 아저씨들이 그랬겠지만... 일단 엄마, 아빠랑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정답이라고 봅니다만, 세상이 실로 험하다는 걸 있는대로 가르쳐주는 것도 한 번 고려해보실만 하지 않을까요?

비로그인 2005-10-20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써먹는 방법 역시. 협.박.이군요^^
세상엔 나쁜 사람만 있는 건 아니지만 정말 운나쁘게 나쁜 사람을 만났다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긴다는 걸 주입(!)시킵니다. 이것도 불신 조장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맘이 급해져서 말이죠. 아이들도 더는 묻질 않더군요. 좋은 사람도 있다며 따질 수도 있을텐데 말이죠. 세상이 그래도 살만하고 좋은 곳이라는 걸 아는 것은, 결국 좀더 자란 후에, 아이들 각자의 몫이 될래나 봅니다. ㅎㅎ

숨은아이 2005-10-2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이 가르쳐주신 내용 외워둬야지...

Joule 2005-10-20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화로 친구에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친구는 이렇게 말해주라네요.
"그냥 맛있는 것만 사주면 참 고맙지만, 세상에는 때로 맛있는 것만 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맛있는 걸로 너를 유인해서 나쁜 짓을 하는 사람도 많은데 아직 너는 어려서 누가 나쁜 사람인지 착한 사람인지 구별할 수가 없잖아."

그런데 들어보니까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가 떠오르네요. 거기서 아빠가 아들이 나치에게 걸리지 않도록 통에 숨겨두잖아요. 그러면서 아들에게 이건 안들키고 숨어있기 놀이라고 말해주었죠. 이걸 조금 응용해서 마로에게 가르쳐 주어도 좋을 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5-10-20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민했던 문제네요.
너무 세상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것도 싫고
교육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찾기가 어려워요.
우선 세실님의 말씀이 귀에 쏙 들어오는군요.
저도 저 비슷한 말을 했거든요.

ceylontea 2005-10-20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문제네요... 저도 이런 부분을 어찌 가르쳐야 싶어요..
아직은 지현이가 낯선 사람뿐 아니라.. 할머니, 엄마, 아빠를 제외한 누군가가 주는 것을 절대 직접 받는 법이 없긴한데..
낯가림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고민해야 할 것 같네요...
쥴님 방법도.. 세실님 방법도 좋겠네요..

조선인 2005-10-20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님, 1번 방법, 정말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친구분께 전화로 문의까지 해주셨다니 고마워서 순간 눈물이 핑그르르르. 아, 전 쥴님께 너무 받는 게 많아 뚱뚱보가 되나봐요. ㅠ.ㅠ
속삭이신 분, 정말 험한 세상이죠. 가슴 아파요.
세실님, 네, 현실적인 안이네요. 오늘 마로랑 이야기를 나눠볼께요.
따우님, ㅎㅎ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반딧불님, 원초적인 위협...슬프네요. 그게 현실인 거죠?
호정무진님, 장미빛 꿈속에서 살 수 없다는 거, 인정해야 하는 건가요... 히잉.
별사탕님, 정말 멋진 말씀이에요. 아이를 믿으라는 거죠? "세상이 그래도 살만하고 좋은 곳이라는 걸 아는 것은, 결국 좀더 자란 후에, 아이들 각자의 몫" 아, 기억할래요. 멋져요. >.<
숨은아이님, 불어욧!!! 숨겨둔 아이가 있는 거죠? ㅋㅋㅋ
검은비님, 예전엔 마로가 낯가림이 심해서 걱정이었는데, 낯가림이 없어지니 그것 또한 걱정거리가 되네요. 그, 그런데, 변장. ㅎㅎㅎ 칭찬으로 받아들일께요.
로드무비님, 넵, 분부대로!!!
실론티님, 지현이야말로 깜찍하고 이쁘고 부티나서 미리 미리 걱정해두셔야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