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써뒀던 리뷰를 어제 밤에서야 알라딘에 옮길 여유가 있었다. 괴발새발 나조차도 알아보기 힘든 글씨를 옮기다가 새삼 또 화가 났다.

우리 정부의 기준에 따르면 우리 가정은 중산층도 못 된다. 결혼 후 지금껏 5년 동안 우리가 수입보다 분수에 넘친 삶을 살았던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머님을 모시고 살았던 기간을 제외한다면, 우리 3식구는 18평 아파트에 만족해했다. 자동차? 지금 몰고 있는 스타렉스를 포함하여 늘 중고차를 샀을 뿐이다. 가구? 아직도 장농 대신 행거를 쓰고, 새로 산 가구는 마로 서랍장과 책장 하나가 전부. 옷? 옆지기와 내가 입는 옷의 반 이상이 처녀총각때부터 입어온 옷이며, 마로 옷의 반 이상이 물려입은 옷이다. 가전? 우리집 TV가 금성인 것을 보고 파안대소하는 사람이 꽤 된다. 외식? 주말에 외출했다가 미처 집에 못 갔을 때 아무 밥집에서나 백반 사먹는 것도 외식이라면 거의 주말마다 1번씩 외식한다. 여행? 어머님 환갑기념으로 온천갔던 걸 제외한다면, 당일치기 나들이 외에 그 무엇을 여행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은물? 카프라? 한글나라? 마로 어린이집 프로그램일뿐 우리가 돈 주고 산 적은 없다.

난시청 지역이라 스카이라이프를 달면서 업무상 필요성 때문에 2만원짜리 패밀리요금제를 선택한 게 사치라면 할 말 없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딸의 모습을 남기고 싶어 망설이고 망설이다 캠코더 대신 디카만 산 것도 사치라면 할 말 없다. 멀쩡히 작동하는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한다고 하드 추가하고 메인보드랑 CPU를 바꾼 것도 사치라면 역시 할 말 없다. 레코드와 CD를 사는 대신 MP3플레이어로 버티고 있는데 그마저도 사치라면 또 할 말 없다. 그러나 그 외에 우리가 과연 5년 동안 뭘 더 사치했단 말인가?

옆집보다 우리집의 지출항목이 확실히 더 많은 건 딱 하나, 책뿐이다. 그래봤자 알라딘 등급이 프리미엄인 적은 한번도 없었고, 아는 출판사가 좀 있어 창고에서 바로 직거래를 하니 남들보다 훨~씬 싸게 산다. 이마저도 포기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서 여유자금을 비축했어야 했단 말인가? 으, 화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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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04-21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그 많은 부는 다 어디로 갈까요?
엊그제 저 아는 신부님이 통장정리를 부탁해서 은행댕겨왔는데, 정기예금 이자가 엄청작은거보면서 '이러면 저축할 맘이 나겠냐?'하더라고요. 은행예금이자마저..돈 많은 것들이 더 받는거보면.. 자본의 축적은 자본을 가진 것들에게만 해당되는 거 같아요. 에휴~

인터라겐 2005-04-2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어제 점포정리하는집에 가서 T한장에 3천원씩 주고 사왔어요... 이런것도 못사입고 다니냐 하는 생각에서...그런데 이렇게 아둥바둥거리고 사는데도 통장에 숫자는 잘 안늘어가는데 우리집보다 수입이 적어보이는 사람들도 호화(?)롭게 사는걸 보면 어쩔땐 속이 쓰려요....조선인님 힘내자구요~

아영엄마 2005-04-21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달리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에효...

물만두 2005-04-21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댑니다. 어쩔 수 없죠...

sweetmagic 2005-04-21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여적 까지 집안 경제 기둥 파먹고 있는 저 같은 기생충도 살아요. 히히
그니까... 화내지마세요........... ㅠ.ㅠ;;; (에효~~)

호랑녀 2005-04-21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니... 좀더 갖추고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모님의 힘이더만요!
이럴 때 교과서적인 대답은, 두 분이서 이루신 것이니 훨씬 의미있는 것이다 이런 거지만, 결혼해서 10년이 지나서... 닳고 닳은 요즘, 금성 텔레비전에 금성 냉장고에 금성 세탁기를 쓰고 있는 요즘... 가끔은 양가 중 한 쪽은 부자였더라면 좀더 좋았겠다 싶으니... 나 나쁘죠?

sayonara 2005-04-21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량녀님 말씀.. 어릴 적에는 비웃던 말들이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정말 그렇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그런 생각을 잊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서민들이죠 뭐. ㅎㅎㅎ

sooninara 2005-04-2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조선인님..반가워요..저도 엘지로 바뀌기 직전의 금성 텔레비젼이랍니다.^^ 골드스타라고 써있다죠..
두가지 중 하나예요. 부모님이 부자던지..남편이 뒤로 돈이 생기는 직업이던지..
월급만으로는 도저히....남들처럼 못 살겠어요.
남들은 어찌 그리 펑펑 쓰고 사는지..
해외여행은 커녕 국내여행도 돈 아까워서 당일치기만 다니는뎅...ㅠ.ㅠ
그래도 맞벌이하고..부모님이 조금 도와주어서 집한채 있는것이 현재 재산의 다이기에...걱정입니다요..돈을 모아야할텐데..ㅠ.ㅠ
안아프고 건강하기만 바랄뿐입니다. 무슨일 생기면 바로 극빈자로 떨어질것 같아요..

조선인 2005-04-2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호랑언니, 수니나라님, 우리 금성TV 패밀리해요. ㅎㅎㅎ
치카님, 물만두님, 실질금리 마이너스는 정말 슬퍼요. 예대금리차는 화나구요.
아영엄마님, 우리는 동병상련인 거죠?
스윗매직님이 기생충이면 저도 기생충이겠네요. 우리는 쌍둥이 기생충 ^^
사요나라님, 전 잊어보려고 노력하기 보다 바꾸려고 노력하고 싶어요. 캬햐햐

마태우스 2005-04-21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책읽는나무 2005-04-21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마음에 와 닿습니다..^^
저도 이책을 읽었더랬는데...이책에선 주택융자나 차 유지비에 돈을 쏟아붓지 말고 오히려 여가 선용이나 외식비 같은 곳에다 돈을 쓰라고 하더군요!
이돈은 파산위기에 접하면 얼마든지 절약할수 있는 돈이라나요...그말이 그땐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말도 화가 치밀더군요!
사실 저같은 사람은 외식비에 돈을 지출하다보면 매번 적자거든요!..ㅡ.ㅡ;;

그리고 사요나라님과 호랑녀님의 말씀에도 공감입니다...젊은 시절엔 돈보다는 사랑이 우선이다 싶었는데...하~~ 막상 살아보니 돈이 있어야 사랑이 유지되는게 아닐까? 싶은 속물이 되어가더라구요!..ㅋㅋㅋ...그리고 적자가 날때는 왜 시댁은 이렇게도 가난할까? 라는 원망도 섞이게 되더라구요!..이래선 안되는 줄 알지만 그게 좀 그렇더군요!...그래서 가진 자가 더 돈을 벌면서 세금은 안낼려고 머리쓰는 인간들 보면 정말 화가 나기도 하구요..ㅡ.ㅡ;;
뉴스에선 국민 일인당 일년 세금으로 낸 돈이 평균 300만원이 넘는다고 하더군요!
서민들은 300만원이면 뼈빠지게 일해서 번돈이라 엄청난 돈으로 보이지만 세금으로 꼬박 꼬박 내는데...있는 자들에겐 돈 같지도 않겠죠?..ㅡ.ㅡ;;

암튼......이제부터 허리띠를 졸라매야겠단 생각을 해봅니다...전 이책을 읽고 허리띠를 졸라매야지 외식은 무슨 외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ㅋㅋㅋ
저희는 외식을 하더라도 이제부터 금액을 정해놓았습니다..ㅡ.ㅡ;;
어쨌든....저도 식구들 몸 건강한 것이 가장 큰 재산이라고 봅니다...^^

로드무비 2005-04-22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읽다 화나는데요? 에잉=3=3=3

릴케 현상 2005-04-27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식비 감당 안 됨-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