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정이 워낙 빡빡해 아웃사이더에 갔을 때까지도 알라딘 오프에 갈까 말까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마침 옆지기가 영풍문고에 나올 일이 있다 하여
아더왕이야기 포스터를 잔뜩 얻어 미진에 갔습니다.
아무래도 방에 있지 않을까 두리번거리다가, 한눈에 매너리스트님 얼굴부터 알아봤어요.
매너님 입장에선 생판 처음 보는 아줌마가 아는 척해서 황당했을 듯. *^^*
진/우맘, 수니나라님, 마태우스님도 한눈에 알아보겠더군요.
덕분에 제가 폐인이라는 거 다시 한 번 실감했어요. ㅋㅋㅋ
제가 40대 남자인 줄 알았다는 미스하이드님께 억울하다 따지고 싶기도 했고,
너무나 동안인 하얀마녀님의 비결도 듣고 싶었고,
호랑언니랑 딸기골 수다도 나누고 싶었고,
작은위로님을 스카웃할 방도도 의논하고 싶었고,
느림님의 고양이 안부도 묻고 싶었고,
진/우맘, 수니나라님과 아줌마 오프도 작당하고 싶었고,
로렌초의 시종님의 전공도 궁금했고,
에피메테우스님께 작업(?)을 위해 명함이라도 강제로 쥐어주고 싶었고,
매너리스트님께 제대로 취업축하도 해주고 싶었고,
짱구아빠님께 책 잘 받았다는 인사도 드리고 싶었지만,
1시간이 너무 짧아 통성명만 하다 끝난 거 같아 정말 아쉬웠습니다.
(심지어 2분과는 통성명도 못한 거 같아요.)
심윤경씨의 사인회는 정말 좋았습니다.
그녀가 실제로 인왕산 산자락에 살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무척 기뻤어요.
내가 아는 유일한 영부인과 유일한 대통령이 암살당했을 때, 5.18계엄조치로 휴교령이 내렸을 때,
동양TV가 마지막 방송을 하면서 아나운서가 우는 걸 보고 다 큰 아저씨도 우는구나 충격받았을 때,
동갑내기 그녀는 아마도 인왕산의 서쪽 자락에서, 나는 그 동쪽 자락에서 같은 시간을 보냈겠지요,
어쩌면 그녀는 모실할매로, 나는 동구할매로 엿장수를 보듯 종로를 동경했겠다 싶더라구요.
게다가 심윤경씨는 놀랍게도 대부분의 알라디너를 익히 알고 있더군요.
마태우스님이 이미 귀뜸을 해준 건지, 그녀 자신이 알라디너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순간이어서 더 뜻깊은 만남을 가지고,
들고 갔던 "나의 아름다운 정원" 대신 로렌초의 시종님과 책을 바꿔 "달의 제단"에 글귀를 받아
무척이나 경쾌한 발걸음으로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천성산 촛불집회는 결국 불참하게 되었지만 덕분에 참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다음 오프가 벌써부터 기대되요.
봄이 오면 애들 주렁주렁 매달고 경복궁에서 아줌마 오프 어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