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감기가 걸려도 병원 출입 안 하고 극복하던 마로가 이상하게 지난달에는 병치레가 많았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11월 초에 있었던 구슬사건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사건발생일 저녁, 시어머니께 안부전화 드리고 있는데 마로가 머리띠에 달린 플라스틱 구슬을 빼달래요.
머리띠 망치는 게 싫어 엄마는 할 줄 모른다고 했더니, 그럼 지가 가위로 빼내겠다더군요.
나일론 천으로 단단히 감싸져있는 구슬이길래 '마로도 못할걸?' 했더니,
그때부터 가위로 구멍을 만든다고 용을 쓰더군요.


전 시어머니랑 수다떠느라 방심하고 있었는데, 허, 이 녀석 기어이 구슬을 빼낸 겁니다.
'내가 했다, 했다'하며 마로는 구슬을 손에 들고 신나게 자랑하고
전 어머님이랑 이야기하며 건성으로 맞장구쳐주는데,
헉... 하필 그 순간에 콧물이 나왔는지, 마로가 코를 들이켰고,
콧구멍 바로 앞에 손가락을 대고 있었기에... 그만...
7~8미리도 안되는 가볍고 작은 구슬이 코 속으로 딸려들어간 겁니다.


저는 숨 막히게 놀랐지만 내가 당황하면 애가 덩달아 놀라 경기일으킬까봐 얼른 전화끊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구슬이 숨바꼭질하자네, 어디 보자, 어디 있나' 이러며 들여다봤어요.
다행히 아주 깊이 들어간 건 아닌데 콧구멍 크기와 맞춤해서
섣부리 빼내려고 하면 더 안으로 들어가버릴 수도 있겠더라구요.


입으로 빨아내봤지만, 콧물만 잔뜩 빠지고.
할 수 없이 놀러가자고 꼬셔서 택시 타고 상계 백병원으로 갔지요. 
막상 응급실에 가보니 당시 폐렴과 장염이 유행이라서 그런지 어린 환자가 10명도 넘더라구요.
5-6개월도 안 되어 보이는 아기까지 링겔꽂는다고 용쓰는 거 보니 무척 안스러웠어요.


반면에 울지도 않는 마로는 경환자로 분류되어 한참을 기다려야 했지만,
이비인후과에서 코 빼내는 도구로 무사히 구슬을 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마로가 아직 어린 아기답지 않게 침착하다고,
만약 놀라거나 겁먹고 심하게 울었다면 뒤로 넘어가 일이 커졌을 수도 있었을 거라며 칭찬해줬어요.


다행히 구슬사건 자체는 큰 탈 없이 해결되었지만,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구슬을 빼내는 과정에서 코 안에 상처가 생겼는지, 툭 하면 코피를 흘리게 되었고,
덕택에 면역체계도 약해진 거 같습니다.
그 후 돌발진 증세를 보였던 것도 그렇고, 때 아닌 설사병도 그러했고, 눈병도 그렇구요.
다행히 어제부터 눈도 말끔해졌고, 지난주부터는 더 이상 코피를 흘리진 않지만,
아빠도 곁에 없는데 마로가 자꾸 아파 걱정입니다.
이번 달부터는 부디 마로가 건강하기를, 무탈하기를, 간절히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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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12-0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걱정해줘서 고마와요. *^^*

로드무비 2004-12-06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고보니 그런 것 같네요.

왜 병원 갔다오면 없는 병도 생겨 온다잖아요.

그렇다고 병원을 안 데리고 갈 수도 없고......

주하는 코찔찔이예요.

아무리 병원을 가도 깨끗하게 안 나아요.

예쁜 우리 아이들이 아픈 것 보면 제일 속상해요.

마로 부디 건강하게 자라기를......조선인님도......

파란여우 2004-12-06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놀랬을까...미운 구슬..때찌...

chika 2004-12-06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는 제 마음도 그런데 조선인님 마음이 참 아프시겠어요.

건강하게, 행복하게 해 달라고.. 기도드립니다.

水巖 2004-12-0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착하게 대처한 조선인님 칭찬하고 싶군요. 아이들은 아프면서 큰다우. 공연히 딴 일과 연결해서 생각지는 말어요. 물론 혼자 힘드시겠지만. 마로 보고 싶네요.

2004-12-06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mji 2004-12-06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첫 코멘트가 아닌가 싶어요, 제가 참 무심도 하지요- )

아가가 아프지 말아야 할텐데요. 글을 읽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 들었습니다.

코피, 얘기가 나와서- 저는 어렸을 때 코피를 습관처럼 흘리던 아이었는데요, 잦은 출혈도 그랬지만, 흘리는 시간(양과도 비례했겠죠)도 길고 해서 부모님을 꽤나 애타게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중2,3 때부터는 그 증상이 사라지더군요. 갑자기 건강해졌다,라고는 할 수 없지만 스스로의 면역체계가 조금 강화(?) 되기도 하니까, 많은 걱정 조금 덜어 두시라고-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요즘은 오염도 심한데다가, 등등 제 어렸을 때와 비교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

여하튼, 아가가 빨리 건강해지기를 기원할게요- ^>^

숨은아이 2004-12-06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 거 극복하면서 튼튼하게 자랄 거예요.

코코죠 2004-12-07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마음으로. 마로야, 아프지 마. 그리고 구슬아, 마로 괴롭히지 마-

nugool 2004-12-07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어쨌거나 마로 참 대견합니다. 조선인님두요. ^^ 이제 아플 일 없었으면...

세실 2004-12-08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위험할 때가 참 많아요. 4~5세가 고비인것 같습니다. 무대뽀~

starrysky 2004-12-19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우리 예쁜 마로 사진 보려고 들렀는데 그새 마로가 아팠었군요. 에구에구, 감히 예쁜 마로 코로 들어간 구슬이라니, 나빠욧!! 그래도 이제는 많이 좋아졌으리라 믿으렵니다. 올 겨울, 그리고 앞으로도 쭈욱 잔병치레 없이 무럭무럭 자라기를 기원합니다. 마로야, 보고 싶다~ ^-^


아영엄마 2004-12-20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오늘에야 봤네요. 아이들이 의외로 이런 경우가 많군요. 전에 책읽는나무님네 아이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쓰셨던 것 같은데.. 우리 둘째아이도 길에서 주워 온 총알을 코에 넣는 바람에(이건 들어가는지 실험해보려는, 다분히 고의적인 의도로...) 얼마나 놀랐던지.... 다행히 코를 흥~흥~하고 풀 수 있는 나이라 그렇게 해서 빼내긴 했지만 그 뒤에 큰 일난다고 절대 그러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답니다. 휘유.. 그나저나 코피가 자주 난다니 그것도 걱정이시겠어요.(저도 마찬가지이지만...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