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카님의 말을 듣고 문득 플라시보님께 달았던 댓글이 생각나서 끄적끄적.

내가 유독 싫어하는 말버릇과 단어가 있으니 '같아요'와 '감히'가 그것이다.

우선 '같아요.'
일반적으로 남자보다 여자들이 즐겨 쓰며, 흔히 귀엽거나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고 여기는 듯 하다.
하지만 나로선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정확히 밝히지 못하는 거 같아 답답하게 여겨진다.
"오늘 제 기분이 참 좋은 거 같아요." 정도는 무심한 말버릇이라 넘긴다고 치자.
하지만 회의 내내 침묵수행을 하듯 가만히 앉아있다가 모두 돌아가며 한마디씩 하자고 하면
 "00선배 의견이 괜찮은 거 같아요."라는 한 마디로 입을 다무는 후배를 보면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어대고 싶은 짜증이 솟구친다.
"너만의 의견이나 감상은 전혀 없는 거냐? 하다못해 00선배 의견이 좋아요 라고 말할 순 없는 거냐구?"
참지 못하고 마구 퍼부어버린 적도 몇 번 있다보니 '같아요'를 안 쓰기 위해 긴장한 후배들은
"00선배 의견이 나쁜 거 같지 않아서 좋은 거처럼 보여요"라는 황당한 말을 하기도 했다. -.-;;

'감히'가 싫은 사람은 아마 무지 많을 거다.
그런데도 '감히' 라는 말이 대단히 널리 쓰인다.
조금 안타까운 얘기지만 대화에서 '감히'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건 선후배간이다.
"감히 선배의 술잔을 거부하겠다고?"
"감히 선배의 말에 토달지 말아라."
뭐, 대개는 장난인데, 그래도 기분나쁘다.
특히 중고생들이 '감히'를 쓰면 기가 막히다.
선생님에게도 인사하기 싫어 못 본 척 딴청피우는 녀석들이 선배에게는 90도 경례를 하고,
어쩌다 인사를 빼먹는 후배를 발견하면 선배는 '감히 인사도 안 하냐' 기염을 토한다.
내 아는 이는 그 결과 처참한 학교폭력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직업적으로 감히를 자주 쓰는 사람은 '학생주임'과 '국회의원'이 아닌가 싶다.
요새야 체벌금지 때문에 감히 학교와 선생에게 대드는 학생들에 대한 학교주임의 권력은 사라졌겠지만,
면책특권 국회의원 나으리들의 '감히'는 갈수록 도가 더해간다.
여의도에 있는 건물에 국회의원 사무실이라도 입주해버리면 엘리베이터 문제로 갈등이 빚어진다.
지각이냐 아니냐 1분 1초의 판가름이 나는 때, 혹은 방송시간에 맞춰 테이프 들고 날라야 할 때,
하필 국회의원 나리가 행차하시게 되면, 25인승 엘리베이터건 말건 감히 다른 사람은 함께 탈 수 없다. -.-;;

이야기가 좀 곁가지로 새긴 했지만, 플라시보님과 치카님의 뒤를 이어
잘못된 말버릇과 단어 사용을 차츰 줄여가자는 뜻에서 써봤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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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1-23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아요'라는 말을 참... 저도 모르게 많이 쓰게 되더라구요. 그걸 줄이려고 노력하기 시작하면서부턴 그나마 하던 말도 아예 안 하게 되더라구요;; 저란 인간이 얼마나 줏대없는지에 대해 요즘 들어 여실히 느끼고 있다지요;;

明卵 2004-11-2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정말 '같아요'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때가 많은데, 저 스스로도 분명히 쓰고 있을 것이므로 크게 나쁘게는 못 말하겠네요. 하지만 뉴스같은 데서 사람들 인터뷰한 걸 들을 때 확실히 신경을 긁죠. 기억에 남는 게, 무슨 가게 소개하는 프로에서 "맛이 어때요?"하고 물었을 때 한 사람의 대답. "정말 맛있는 것 같아요." .........정말 맛있어요, 로 괜찮지 않았을까요?

'감히'라는 말은 '아니 니가 감히'라는 경우로 쓴 적은 없고, '제가 감히 이렇게 말해도 될까요'라는 의미로 쓴 적은 좀 있는 것 같네요.

明卵 2004-11-2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기 '같네요'라고 적은 게 저로군요.

세실 2004-11-23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싫어하는 단어는 '몰라'

우리 애들이 아무 생각없이 뭔가를 물어보면 '몰라'하고 대답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바로 제 말버릇이네요. 아이들이 뭐 물어보면 귀찮아서 '몰라', 바빠서 '몰라' 오늘부터 진짜로 안쓰렵니다...왜냐고요? 몰라요. 헥.

마태우스 2004-11-23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이다...둘다 제가 말로는 잘 안합니다^^ 글로는...같아요는 자주 쓰는 것 같은데...앗 또!

호랑녀 2004-11-24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도 ~같아요를 자주 듣다 보니, ~입니다 라고 말하면, 와, 저 넘치는 자신감... 이런 생각이 들던 걸요? 저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우리 아이들이 저런 말 쓰면 바로 교정 들어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색분자인 저는 가끔 쓰네요...ㅠㅠ

다연엉가 2004-11-24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번 겨울방학때 우리말에 대해서 다시 배울참입니다. 띄워쓰기 안되죠! 맞춤법 다 틀리죠! 일제의 잔재의 끄뜨머리를 끌어다가 쓰죠! 도대체 뭘 배웠는지......고마운것같아요~~~~~`가 아니고 고맙습니다.^^^^

갈대 2004-11-24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말', '진짜'를 싫어합니다. 누가 거짓말이라는 것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정말, '진짜'를 넣어 자신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거듭거듭 확인하는 건지 모를 일입니다.

엔리꼬 2004-11-24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국회의원회관에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도 없어졌다는데, 일반 사무실에서는 아직도 그런 일이? 국회의원들 어디 감히 국민앞에서 덤비느냐... 조선인님 말씀이 백번 옳은 것 같아요...

숨은아이 2004-11-24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싫어해요. 하지만 꼭 그 말을 써야 할 "것 같은" 때도 있긴 해요. ^^ 그리구 갈대님 말씀하신 "정말" "진짜"는 제가 잘 쓰는 말인데 생각해봐야겠네요. 사실은 느낌을 강조할 때 "너무"라는 말을 많이 쓰잖아요? 그런데 전 "너무"란 말이 요즘 "너무" 남용되어서, 일부러 그 말을 안 쓰려고 대신 "매우" "몹시" "정말" "진짜"라고 하거든요.

ceylontea 2004-11-25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아요'를 안쓰기가 너무 어렵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사용하니 사용하지 않고 말하면 좀 건방지게 느껴지기도 하고 자신감이 너무 넘쳐 보이기도 하더라구요...

저도 책울님처럼 맞춤법, 띄워쓰기 배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