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 김아영은 상냥하지만 딸 김아영은...
꽃집주인 이효진은 친절하지만 엄마 이효진은...
친구 김범진은 쾌할하지만 아들 김범진은...
부장 김기준은 자상하지만 남편 김기준은...
당신은 안과 밖이 다른 사람인가요
밖에서 보여주는 당신의 좋은 모습집안에서도 보여주세요
내가 배배 꼬인 걸까?
난 이 광고를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속상해진다.
왜 우리는 밖에서 더 친절하게 사는 걸까?
누가 과연 가족에게 작정하고 불친절하겠는가?
밖에서 강요되는 과도한 감정노동과 살인적인 서비스업무 강도야말로 근본적인 문제는 아닐런지.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놀라는 우리나라의 어마어마한 서비스 산업 규모와 과잉 서비스...
주문을 받을 때면 손님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고,
온갖 음식들이 30분 안에 배달되어야 하고,
오늘 접수된 AS는 반드시 오늘 안에 완료 처리되어야 하고,
오늘 주문한 물건은 가능하면 당일배송되어야 하고 늦어도!!! 다음날이면 배달되어야 하고,
각종 365일 24시간 서비스를 위해 주말/공휴일/낮밤 없이 교대근무가 일상화되는 나라.
이 모든 과잉노동량이 '친절'이라는 강령 아래 강요되고 있고,
상하좌우로 꽉 틀어막힌 권위적 조직체계는 대 고객뿐 아니라 사내에서도 감정노동을 강요한다.
그렇게 하루를 시달리다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의 재재거리는 수다도 그저 소음으로 들리고,
쌓여있는 집안일을 해치우는 동안 내 입은 조가비처럼 꽉 다물어지게 된다.
그런데 그게 내 잘못이라고? 밖에서 친절한 것처럼 집안에서도 친절해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