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해람이 떼어놓는 게 전쟁이라 달랑 두 정거장도 버스타고 출근하지만,
순순히 해람이가 날 놔주면 우리집 현관문에서 회사출입시스템까지 빠른 걸음으로 12분이다.
게다가 원형육교 건너 공원을 가로지르면 되니 걷기출근은 아침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
그런데 올해 봄 수원시가 놀라운 발상을 했다.
육교 난간 위에 거대한 스폰지 화분을 철사로 고정하고 빙 둘러 페츄니아를 심은 거다.

사람들은 죄다 좋아라 하는데, 문제는 내게 향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
페츄니아는 심각한 알레르겐에 포함되지 않지만 만발한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결국 올봄부터는 걸어서 출근하는 게 아주 고역이 되었다.

그나마 원형 부분은 바깥쪽 난간에만 화단이 조성되어 있는데,
회사와 연결된 다리 부분은 공원쪽이라 그런지 양쪽 난간에 모두 꽃 가득이다.
저 앞에 설 때마다 꽃 사이에 갇혀버렸다는 폐쇄공포증에 사로잡혀 심장이 옥죄이는 느낌이다.
게다가 이 놈의 꽃, 징하게 오래 간다.
4월에 조성했는데 아직까지 생생한 게 끔찍스러워 검색해보니 10월까지는 족히 버틸 거란다.
너의 강인함이 무섭구나, 페츄니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