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해람이 떼어놓는 게 전쟁이라 달랑 두 정거장도 버스타고 출근하지만,
순순히 해람이가 날 놔주면 우리집 현관문에서 회사출입시스템까지 빠른 걸음으로 12분이다.
게다가 원형육교 건너 공원을 가로지르면 되니 걷기출근은 아침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 
그런데 올해 봄 수원시가 놀라운 발상을 했다.
육교 난간 위에 거대한 스폰지 화분을 철사로 고정하고 빙 둘러 페츄니아를 심은 거다.   



사람들은 죄다 좋아라 하는데, 문제는 내게 향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
페츄니아는 심각한 알레르겐에 포함되지 않지만 만발한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결국 올봄부터는 걸어서 출근하는 게 아주 고역이 되었다.



그나마 원형 부분은 바깥쪽 난간에만 화단이 조성되어 있는데,
회사와 연결된 다리 부분은 공원쪽이라 그런지 양쪽 난간에 모두 꽃 가득이다.
저 앞에 설 때마다 꽃 사이에 갇혀버렸다는 폐쇄공포증에 사로잡혀 심장이 옥죄이는 느낌이다.
게다가 이 놈의 꽃, 징하게 오래 간다.
4월에 조성했는데 아직까지 생생한 게 끔찍스러워 검색해보니 10월까지는 족히 버틸 거란다.
너의 강인함이 무섭구나, 페츄니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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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9-04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를 어쩌죠? 다들 보기 좋단 생각만 했지 알레르기가 있는 소수의 고통은 생각지 못했으니... 그 꽃, 참말 징허게 오래 가거든요.ㅜㅜ

무해한모리군 2009-09-04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향에 예민해서 베트남 음식점에 가면 물도 못마시곤 했는데
(이젠 좀 익숙해져서 괜찮긴 합니다만)
거참 고역이겠네요..
마스크 같은 걸 하면 어떨가요?

hnine 2009-09-04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예전에 살던 동네를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요.
바로 저 육교 옆에 살았었는데.
그 때에는 저 육교가 만들어지기 전이지만요,

행복희망꿈 2009-09-04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 향기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딱 좋은 광경인데요.
알레르기가 있는 조선인님께는 정말 힘든곳이군요.
이 곳을 꼭~ 지나가야 한다면 코를 꼭! 막고가셔야 겠네요.

하늘바람 2009-09-0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그렇군요 모두에게 좋아보이는 일이라 생각되어도 한번더 생각하는 행정이 필요하네요. 정말 걱정이시겠어요.

바람돌이 2009-09-04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긴 한데 아 정말 조선인님에게는 끔찍한 일이군요. 민원 한 번 넣어보심이.... 향알레르기인 사람도 있으니 꽃을 치워주던지, 아니면 아래쪽에 횡단보도를 만들어주던지 해달라고 말입니다.

sooninara 2009-09-04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우린 그냥 이쁘다하면 되는데...
자기같은 사람이있다는걸 말안하면 모를거얌..민원 넣기에 한표

조선인 2009-09-04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5~6개월 이상 가는 꽃이라니 화단 조성으로 각광받을 수밖에 없겠더라구요.
휘모리님, 알레르기보다 심리적 공포심이 더 문제에요.
hnine님, 제가 바로 그 육교 옆에 살고 있답니다.
행복희망꿈님, 부러워요. 제게 꽃향기는 최루탄보다 더 독해요.
하늘바람님, 행정공무원이 뭔 잘못이겠어요.
바람돌이님, 알레르기 환자가 인구의 1% 정도라면 그 중에서도 꽃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은 너무 소수에요. 게다가 꽃은 대부분의 사람이 좋아하잖아요.
수니나라님,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꿈꾸는섬 2009-09-04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답다고만 생각하면 살았는데 이런 고충을 겪는 소수가 있었군요. 소수를 위해서라도 뭔가 대책은 필요할 듯 싶어요. 아님 조선인님 마스크 쓰시는 건 어떠세요? 더 번거로울까요?

같은하늘 2009-09-06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께 이런 비밀이 있었군요.
그나저나 심리적 불안감이 더욱 문제가 될듯한데...
다른 길은 없는건가요? 이를 어쩌나~~~

조선인 2009-09-06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하늘님, 저 원형육교가 생기면서 횡단보도가 싹 없어졌어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