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생활통지표 통신란

당연한 얘기지만 일단은 좋은 이야기만 잔뜩 있다.
감동한 대목은 국어, 수학,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우리들은 1학년 등
과목별 의견은 물론,
창의적 재량활동, 특별활동, 봉사활동에 대한 의견까지 아이에 맞게 다 다르게 쓰셨다는 것.
(같은 반 엄마들끼리 성적표를 돌려봤기 때문에 알게 됨)

하이라이트는 종합의견.

   
 

 책읽기를 좋아하고 독해능력이 우수하며 학습 열의가 대단하고, 항상 의문이 많아 질문을 잘하며 자율성과 창의성이 우수함. 맡은 일에 성실하게 임하고 자기의 느낌과 생각을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노력함.

 
   


행간을 읽자면

책읽기를 좋아하고 ->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쉬는 시간에 읽던 책 계속 보다가 여러번 혼남
학습 열의가 대단하고 -> 문제를 앞질러 풀고 친구들에게 답을 가르쳐준다며 떠들다가 혼남
항상 의문이 많아 -> "이번 시간에는 줄넘기를 할 거에요. 모두 준비물 가져왔죠?"
                             "왜요? 왜 이번 시간에는 줄넘기를 해야 해요?"
                             "줄넘기를 하면 뭐가 좋아요?"
                             "선생님 줄은 왜 이리 길어요?"
                             "선생님은 왜 체육복 안 입어요?"
                             "모자 이쁘다. 어디서 사셨어요?"
                             "치마 입고 줄넘기 해도 되요?"
                             "경진아, 넌 몇 개 했니?" 기타 등등 ㅠ.ㅠ
자율성과 창의성이 우수함 -> 시킨 것 대신 딴 거 함. 우주과학그림 대신 바닷속 그림
맡은 일에 성실하게 임하고 -> 에너지 지킴이를 맡았는데 수시로 교실 불과 에어콘을 꺼버림

같이 성적표를 돌려본 엄마들은 다 학교에 자주 가는 엄마들인지라
마로 종합의견을 보고 '맞아 맞아' 박장대소를 하며 배꼽잡고 웃으시고.
그래도 위로라면 내 1학년 통지표보다야 어쨌든 나으니까. -.-;;

<덧붙임>
국어는 95점, 수학은 85점 맞았어요.
1학년이니까 성적은 별로 신경 안 쓰긴 하지만 수학공부를 좀 어려워해요.
재미난 책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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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랑 2008-07-30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전 마지막에 " 자기의 느낌과 생각을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노력함" 이라는 부분이 멋진데요
물론 엄마가 잘 이끌었으니 마로가 저렇게 이쁘게 자랐겠지만
마로가 좋은 선생님을 만났나 봐요 ^^

Mephistopheles 2008-07-30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참에...조선인님의 1학년 통지표도 부탁드립니다..(윽..나도 만만치 않았는데 왠지 괜히 말한 듯..)

조선인 2008-07-30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토랑님, 정말 좋으신 선생님이에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메피스토펠레스님, 이미 먼댓글로 걸어놨습니다. 그리고 제 통지표를 보고 이미 한 말씀도 하셨는데요. 찌리릿~

BRINY 2008-07-30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모든 부모님들께서 그렇게 행간을 읽으실 줄 알면 좋겠네요.
고등학교는 성적표에 그런 종합의견 안 붙고, 생활기록부에만 적는데, 전 있는 그대로 적어주는 편이거든요. 흡연하면 규칙 위반한다, 지각하면 시간관념이 없다, 공부를 안하면 학습의욕이 부족하다 등등. 그런데, 왜 좋은 게 좋은거다라고 그렇게 적어주면 안된다는 교사들 참견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마냐 2008-07-30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한번도 행간을 읽어본 적 없는 무심맘 ....급좌절모드.

바람돌이 2008-07-30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적표의 저 행간을 읽는거 보통 엄마들 잘 못하는데 말이죠. 우리가 수업시간에 약간 산만하다고 쓰면 그건 천방지축이라 수업진행을 못시킬 만큼 정신없다는 소리라죠?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느낀다하면 이거 제발 상담좀 받으세요라는.....
근데 좋은 말만 쓰놓으면요. 그건 결국 별문제없이 다 잘하고 있다는 말예요. 결국 마로는 훌륭한 초등학교 1학년이란 말이죠. ^^

세실 2008-07-30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님의 예리한 분석이 재미있네요.
'자기의 느낌과 생각을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노력함' 맘에 들어요~~
수학을 어려워하면 만화로 나와 있는 '교과서 만화수학' 이런책 읽게하면 도움이 될듯^*^

조선인 2008-07-30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 저 1학년 때 담임 선생님도 촌철살인을 날리셨죠. 지금 돌이켜보면 저에게 약이 되었던 문구였답니다.
마냐님, 우리 사윗감 통지표 구경 시켜줘요~
바람돌이님, 부비부비, 따스한 위로 감사합니다.
세실님, 교과서 만화수학이요? 당장 검색해 보겠습니다. 충성!

무스탕 2008-07-30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애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선 1학년생들은 점수가 없어요. 시험을 안보거든요..
저도 성적표에 평온한 말들이 적혀있으면 더 생각 안하고 그냥 넘겨요..;;
저도 급좌절.. OTL

하늘바람 2008-07-30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대단하네요 행간 읽기요^^

soyo12 2008-07-31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뛰어나게 행간을 잘 읽으셨네요.^.^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부모님 중의 몇분은 정말 말 그대로 읽으셔서
제가 이런 점 조심하셔야해요라고 어머님한테 말하면 그냥 틀렸다고만 하셔서 참 힘들어요.^.~

조선인 2008-07-31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통지표에는 성적이 안 써져 있는데, 따로 시험결과를 인쇄해서 보내주셨어요.
하늘바람님, 가슴 아픈 행간 읽기죠. ㅋㅋ
소요님, ㅎㅎ 딸래미 밑천과 만행은 이미 이웃집들로부터 익히 듣고 있어서요.

soyo12 2008-07-31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말하면 부모님들이 자식의 상태를 가장 잘 알아야하는데,
학교에서 너무 뭉뚱그려 말하는 것 같아서 저는 걱정입니다.

부모님들이 요즘은 자녀분들에게 환상을 가지고 있어서,
오히려 중학교 1학년때는 큰 사단이 일어나더군요.^.~

조선인 2008-08-01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칭찬과 조언이 같이 어우러져야 좋을텐데 말이죠. 그죠?

책읽는나무 2008-08-20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걸 이제 읽었어요.
성적 아주 우수하군요.
행간읽기 종합의견은 음~~ 아주 심오해요.
저도 약간 그렇게 해석하는 성격이 있는지라~~~
내년 성민이의 통지표가 벌써 기대되네요.
하지만 지금 1학년 할머니 담임샘은??? 끙~~

조선인 2008-08-20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민이도 분명 좋은 분 만날 거에요. 인복이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