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 왜 나랑 해람이에게 나쁜 말을 가르쳐.
해람이에게 왜 자꾸 '이 녀석이?" 이런 말을 하냐구.
해람이가 나쁜 사람이야? 사람이라도 죽였어? 아니지?
그리고 엄마 머리랑 가슴 속에 아빠랑 나만 있고 해람이는 없어? 그것도 아니지?
그러니까 앞으로는 해람이에게 예쁘고 고운 말만 써. 알았지?

2.
엄마, 지금부터 경고하겠어.
첫째, 내가 밥 먹을 때 반찬을 너무 많이 주지마. 이걸 어떻게 다 먹겠어.
둘째, 한 번 반찬을 주면 내가 그걸 다 먹은 다음에 다음 반찬을 줘. 밥그릇 안에 반찬이 가득이면 내가 어떻게 밥을 먹을 수 있겠어. 게다가 반찬끼리 묻으면 지저분하잖아.
셋째, 내가 싫어하는 반찬은 한 번이나 두 번만 줘. 한 번이나 두 번은 참고 먹겠지만 그 이상 먹으려면 아예 밥 먹기가 싫어진다고.
자, 알았지?
내가 한 말 다 기억해야 돼.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담고 눈으로 기억하고 귓속에 담아두고 입으로도 말해보고. 알았지?

3.
(마로야, 쉬는 시간에는 자리에 가만 있는 게 아니라 친구랑 재미나게 뛰어놀고 그래야 하고...)
(말을 탁 가로막으며)엄마,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에라도 복도에서 뛰거나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아니, 내 말은 꼭 뛰라는 얘기가 아니라 친구들과 사이좋게, 재미나게 놀라는 뜻이었어)
아, 무슨 말인지는 알겠거든? 하지만 정확히 얘기해줘야지. 안 그러면 내가 한 번에 알아들을 수가 없잖아. 앞으로는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분명하게, 똑똑하게 얘기해줘야 해. 그럴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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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27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엄마의 거울이군요! ^^
알면 알수록 야무지고 신통한 마로에요. 나중에 엄마가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건 아닐까?ㅎㅎㅎ

ceylontea 2008-05-27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담고 눈으로 기억하고 귓속에 담아두고 입으로도 말해보고. 알았지? ^^
어쩜 이렇게 야무진 소리를 다 할 줄 아는지.. ^^ 귀여운 마로..

무스탕 2008-05-27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애들 앞에서는 찬물도 맘 놓고 못 마신다니까요.. ^^;

조선인 2008-05-27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하루종일 쉬지않고 쫑알대는데 지금도 두 손 두 발 다 듭니다.
실론티님, 아하하하, 그게 말이죠, 언젠가 마로가 준비물을 하도 까먹어 좀 심하게 잔소리하면서 제가 했던 말인데, 인상적이었나봐요. 요새는 저한테 잔소리할 때마다 저 표현을 써먹습니다.
무스탕님, 그러게요. 표정이며 말투며 저랑 너무 똑같아져서 깜짝 깜짝 놀라게 되요. 반성할 때도 많구요. -.-;;

Mephistopheles 2008-05-27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득키득...애늙은이화 되가고 있어요 마로가..^^
저러다가도 여중생 여고생 되면 얼마나 새초롬해지겠어요..ㅋㅋ

paviana 2008-05-27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말만 하면 "아 알았어 알았어..알았다고 " 혹은 "됐거든" 이라는 말로 일관하는 말 안듣는 초딩4학년보다 백만배쯤 이쁘네요.저렇게 조리있게 자기 의견 표현하다니...음 고도의 자랑에 제가 또 속아넘어간거죠? ㅋㅋ

마노아 2008-05-27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초딩1학년의 말솜씨란 말인가요? 아, 마로는 달변가예요.^^ㅋㅋ

2008-05-27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8-05-27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펠레스님, 사춘기가 되어 마로의 말수가 줄어들면 마리라가 앤에게 느낀 서운함을 저도 느끼게 될 거에요.
파비아나님, 4학년만 되어도 그렇게 된다는 건가요? 철푸덕.
마노아님, 따따부따 아주 시끄러워요.
속닥님, 마로도 요새 그래요. 짜증나, 하루라도 짜증이 안 나는 날이 없다구. 이러면서 말이죠.

hnine 2008-05-27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논리정연합니까...
2번의 마지막 줄도 마로가 한말 맞나요? 와...
저에게 마로같은 딸이 있다면 전 아마 맨날 당할겁니다 ^^

미설 2008-05-27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기가 막히네요, 뭐 다 누구 닮았겠습니까..ㅋㅋㅋ

水巖 2008-05-27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화를 보는 느낌이 드는건 왜 일까요? ㅎㅎㅎ
2/2군요.

조선인 2008-05-28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제가 예전에 했던 잔소리를 고대로 외워바치는 거랍니다.
미설님, 아하하하하
수암님, ^^;;

라로 2008-05-28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말씀에 100표요!!
그런데 조선인님의 잔소린 정말 논리적이시군요!!!부럽사옵니다.
부모도 질적으로 천차만별이얍!!(부끄러워지는 1인 눈물 뚝뚝 흘리며 조용히 사라짐,,ㅠㅠ)

sweetmagic 2008-05-28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수암님 말씀이 가슴에 파박 ! ㅋㅋㅋ
(그러면서 저랑 같은 판화 찍게 될까봐 쫄고있음...)

조선인 2008-05-31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님, 저의 집요하고 끝나지 않는 잔소리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미치기 일보 직전입니다.
스윗매직님, 으흐흐, 모든 부모들이 하는 소리죠. 꼭 너같은 딸래미 하나 낳아라. 네, 저도 실감하고 있는 바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