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묵묵히 아침을 드시다가 아버지. "니 핵교 졸업식이 은제라고 했제?"
나. "중학교 이미 입학했는데요."

2.
야간학습 마치고 돌아오다가 엘리베이터에서 아버지를 마주쳤다.
"니네도 이제 교복 입나? 진작 좀 그러지. 중학생이 되같고 청바지나 입고 다니는 거 볼상 사납더니 잘됐다."
나. "고등학교 교복인데예."

3.
내가 차린 저녁상을 드시다가 아버지. "니가 지금 대학교 4학년이제?"
(웬일로 그걸 다 맞추시지?) 네.
"근디도 아직 된장 간도 몬 맞추나. 신부수업을 그 따우밖에 몬하믄서 등록금은 눈 튀어나오게 비싸고"
 "대학에서 뭔 신부수업을 한다꼬. 글고 난 요리엔 아무래도 소질이 없나봐요."
"소질도 없으면서 와 신방과를 갔노. 그라믄 사범학교나 가지."
"신방과에서 요리갈치나. 자꾸 와그라시는데요."
"신방과면 가정과 같은 거 아이가? 대학원도 여성학과 간다믄서."
"신방과는 신문방송학과인디요? 글고 여성학과도 가정학과랑은 거리가 믈다."
아버지. "그럴거믄 왜 대학을 갔는데? 글고 핵교에서 꼬박꼬박 말대꾸하라고 갈치나?"
다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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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3-22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대화가 필요해, 넘 재밌어요. 요새 나오는 개그 코너 중 최고에요.

바람돌이 2007-03-22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재밌다기보다 서글픈 얘기 같은데요. 우리 세대에는 저런 아버지 꽤 많지 않았나요? 저의 경우도 저정도는 아니지만 뭐 오십보 백보라고나 할까요. 요즘 아빠들은 안그렇겠죠?

하늘바람 2007-03-2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실제 상황이라고요? 님 많이 섭섭하셨겠어요.
하지만 옆지기님은 전혀 안그러신 것같던데요?

연두부 2007-03-22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쩝

조선인 2007-03-2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제가 원래 개그프로를 보더라도 잔인한 언어폭력을 보며 기분 상하기 일쑤인데, 유일하게 배꼽잡고 눈물 흘리며 보는 코너랍니다.
바람돌이님, 울 아부지가 워낙 극단적인 경상도 남자였던 게죠. 오죽하면 결혼 후 제사 모시기가 훨 수월하다고 제가 좋아했겠습니까.
하늘바람님, 친정부모님이 동대문에서 새벽장사를 했어요. 모자란 부분은 두 오빠들이 가득 채워줬지요. *^^*
연두부님, 흘흘흘
속닥님, 지금 와 돌이켜보면 정말 웃긴 일인걸요, 뭘.

antitheme 2007-03-22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향이 경상도신가 보네요. 원래 경상도 어른들이 애정 표현에 약해 이런 일들이 종종 일어납니다. 저도 가끔은 애들에게 이런 멘트를 날릴 때가 있어요. ^^;;

무스탕 2007-03-22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방과를 오해를 하고 계셨군요... ^^; 조금 연세있으신 분들은 그렇게 가정일에 무관심하신 분들 많으셨죠. 요즘이라고 그런 젊은이들 없겠습니까만...
그래도 조선인님은 오빠들이 많이 사랑해 주셨다 하니 좋으셨겠습니다 ^^

홍수맘 2007-03-22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엔 저도 그냥 개그코너 내용인 줄 알았다는 ^ ^;;;, 그래도 지나고 나면 그냥 웃음지어질 것 같은데....

마법천자문 2007-03-22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서로 소외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대인의 모순과 고뇌가 잘 드러난 글이군요. 슬픕니다. 흑흑...

심상이최고야 2007-03-22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갈치나"..퍼뜩 이해가 안됐으예. 왠 갈친가 해서리..ㅋㅋ

조선인 2007-03-23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티테마님, 경상도는 참. ㅎㅎㅎ
무스탕님,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천사같은 오빠들이었어요. 정말 알뜰살뜰하게 챙겨주었죠.
홍수맘님, ㅎㅎ 경상도에는 허다한 실화랍니다.
달의 눈물님, 늘 님의 해석에 제가 오히려 감동 먹습니다. 흑흑.
심상이 최고야님, 그, 그게 사투리를 말로는 하겠는데 글로 적으면 좀 이상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