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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책 이외의 읽을거리 이야기를 조금 해보겠습니다. 평소에 책을 제외한다면 무엇을 매일 혹은 자주 읽고 계시나요? 신문? 네이버 뉴스? 알라딘 서재의 글들? 여러분은 어떤 삶을 살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저의 활자중독은 책 보단 전자제품의 화면에 더 치우쳐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책만 읽을 수 있는 삶을 – 보고 싶었던 책 10권을 사들고 싱가폴의 호텔에 처박혀서 독서만 하는 휴가라던지 – 꿈 꾸기도 하지만, 현실의 저는 전자기기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입니다.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겠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한건, 인터넷의 읽을거리 일 것 같습니다. 저는 매일 인터넷의 읽을거리를 찾고 판단하고 수집하고, 때때로는 읽기도 합니다. 최근의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는 이러한 <읽을거리의 관리>의 정점에 있을만한 물건인데요. 제가 매일 읽을거리를 찾는 곳과 실제로, 마침내, 그것을 읽게 끔 도와주는 도구들을 소개하겠습니다.
1. 레딧, 해커뉴스
레딧 링크, 해커뉴스 링크
이 양질의 링크 추천 사이트를 저는 런칭한 첫 날 부터 매일 열 번씩 드나들었는데요. 전문연구원 생활이 막바지에 이를 때쯤엔 하루에 50번도 넘게 접속하고, 링크를 보고, 커멘트를 읽고… 충실하게… 물론 업무(복무)의 연장입니다! 제가 자주 찾는 서브레딧은 당연히 프로그래밍 레딧 입니다. (서브레딧의 목록은 여기서 http://www.reddit.com/reddits/ 보실 수 있습니다. 음식이나 WTF도 나름 재밌습니다.)
해커뉴스는 제가 좋아하는 폴 그래험이 만든 레딧과 같은 형식의 링크 추천 사이트인데, 이곳은 특별한 분류 없이 프로그래밍/기술/스타트업/사업/경제 정도가 마음대로 섞여서 올라옵니다. 좀 더 자유로워서 편한면도 있죠.
저는 언제나 커멘트를 먼저 클릭합니다. 커멘트에서 요약을 해주는 사람도 있고, (상당히 높은 확률로) 싸우기도 하는데 그걸 보면 내가 이 글을 읽을지 말지를 판단하기 쉽거든요. 브라우저에서 보기 끔찍한 PDF링크나 혹은 상당히 악랄한 페이지별 기사인 경우는 한 페이지에 볼 수 있는 프린트 프렌들리 링크를 커멘트에 남겨주는 사람도 많습니다.
문제는 레딧과 해커뉴스에 올라오는 재밌는 글들을 컴퓨터 앞에 앉아서 다 볼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커멘트에서 말 싸움하는걸 볼 시간은 있어도 정작 글을 읽을 시간이 없다거나, 그 사이에 순위가 바뀌어서 내가 보고 있던 글이 내려가기도 하죠.
http://www.instapaper.com
그래서 저는 인스타페이퍼를 사용합니다.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글을 봤을 때, 북마크에 있는 Read Later 링크를 누르기만 하면 현재 웹브라우저의 링크와 본문 내용을 내 인스타페이퍼 계정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
인스타페이퍼 웹
이렇게요. 그리고 아이패드나 아이폰에서 인스타페이퍼앱 (인스타페이퍼 계정 자체는 무료이지만, 앱은 유료입니다) 을 실행하면 저장된 글들을 모두 받아와서 아이패드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가 오프라인일때도 읽을 수 있죠.
이렇게 상당히 미려합니다. 본문의 스타일까지 그대로 긁어오는 것이 아니라 인스타페이퍼가 나름대로 읽기 편하게 스타일을 쳐 내기 때문에 상당히 읽기가 편하게 해주고요.
저에게 있어 이 인스타페이퍼는 가장 중요한 인터넷 서비스이자 가장 중요한 아이폰, 아이패드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입니다. 사실상 아이패드는 '인스타페이퍼를 실행하기 위해 있는 도구' 수준으로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요.
저는 현재 50개의 읽지 않은 글과 252개의 아카이브된 글이 인스타페이퍼에 있네요.
3. RSS 리더
레딧과 해커뉴스에서 수집하고, 인스타페이퍼를 통해 읽는 글들은 가끔 신문이나 잡지의 기사일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누군가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인데요. 특정 블로그를 자주 Read Later하다 보면 아예 그 블로그의 새 글들을 구독하는 것이 편합니다. 그런 블로그들의 글들을 매번 방문해서 보는 불편함을 덜기 위해 RSS 리더를 사용하죠. 저는 아이패드와 맥에서 Reeder라는 이름의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합니다.
역시 상당히 깔끔하고 읽기 편한 스타일로 되어 있습니다. 알라딘 서재 분들의 RSS도 구독하고 있습니다.
출연해주신 다락방님의 서재. 보시다시피, 인스타페이퍼나 Reeder와 같은 RSS 리더의 한 가지 문제는 우리나라 사이트나 블로그의 본문을 제대로 인식하거나 적절하게 (개발자들의 용어로) 파싱하지 못하는데요. (인스타페이퍼는 국내 뉴스 사이트의 본문은 전혀 긁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라딘 서재의 경우 줄 띄움이 리더에서 조금 이상하게 보이죠. 예를들어 여러줄로 문단을 나누었는데 전혀 나눈것 처럼 보이지 않는다던가...그렇습니다.
그럴때는 이렇게 그냥 웹브라우저 모드로 보는게 편합니다. (친애하는 다락방님. 이렇게 다락방님이 애용하시는 접어두기, 펼쳐두기가 그냥 저에겐 다 펼처두기로 보인답니다)
RSS 리더는 인스타페이퍼와 달리 매일 매일 내가 구독하는 블로그의 새 글들을 자동으로 긁어오다 보니 심리적인 부하가 더 심한데요. 매일 자고 일어나면 대략 100~150정도의 글들이 Unread에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아 Reeder의 똑똑한 기능 중 하나는 지금 보고 있는 블로그 글을 바로 자신의 인스타페이퍼로 보낼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글들이 한꺼번에 올라오다 보니, 꼼꼼하게 읽지 못하게 되거나 마음에 들었던 글이 몇일 뒤에 수백개의 글 뒤로 파 묻히는 일들도 생기죠. 그래서 마음에 드는 글, 혹은 대충 읽어버려서 나중에 다시 보고 싶은 글에 별표Star를 붙일 수 있는데요. 이렇게 Starred된 글이 ..301개 로군요. 이정도면 분류가 거의 의미가 없지 않나란 생각이 드네요..
4. Flipboard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언론이 좋아하는 소셜 네트워크가 남았죠. 트위터의 트윗에 링크된 글들이나, 페이스북의 월에 올라온 글들도 상당히 재밌는 읽을거리일 때가 있는데요. 아이패드의 Flipboard앱은 자신의 트윗이나 페이스북, 혹은 RSS를 제공하는 어느 사이트든지 다 이렇게 매거진 형식으로 디스플레이 해줍니다.
사실 이쯤되면 이미 상당수의 글들이 1,2,3의 내용과 중복이거나 뒷북이기 때문에 Flipboard앱은 자주 확인하지 않지만, 사적인 내용이 많은 페이스북을 가끔 몰아서 보기에는 유용한 것 같아요.
이쯤되면 싱가폴 호텔 계획이 다시 솔깃하지 않으신가요? 예비군 훈련이라도 다녀 오면 제 Reeder는 거의 1000여개의 글들을 어서 읽어버리라고 아우성 칩니다. (그럼 보통 Mark All as Read 버튼을 누릅니다) 제가 좋아하는 폴 그래험의 에세이 중에, 티비 중독과 달리 컴퓨터나 인터넷 중독의 위험한 점은 그 행위가 일과 완전히 괴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내가 지금 올바르지 않은 행위를 하고 있다' 는 인식이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하였는데요. 실로 맞는 말입니다. 이 글들을 다 읽는 것은 제 일이 아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과 관계가 없지는 않을 테고, 뛰어난 통찰이나 미래에 대한 예상과 논쟁이 담긴 글을 보는 것은 가끔은 일보다 즐거운 의무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균형감각이 중요하겠죠.
아이패드는..이러한 측면에서 어느정도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저에게 아이패드는 만들고 있는 제품을 사용해보는 것 외엔 거의 '읽을거리 전용 도구' 인데요. 읽을거리를 해소하는 행위를 컴퓨터 화면이 아닌, 아이패드를 통해 처리하면 좀 더 명확하게 '이것은 일이 아니다' 란 인식을 하게 되죠. 메일도 역시 마찬가지구요. 컴퓨터를 지금보다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목적의 도구로만 남겨두는데 아이패드와 같은 타블렛들은 일조한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지르세요. 아이패드가 없다는 건 이런 아이패드가 없다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