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에 대한 버벌님의 아름다운 글에서 저자 하퍼 리와 버벌님 모두 서문을 아주 싫어하신다길래 생각난 페이퍼.

버벌님과 달리 난 서문을 아주 좋아하는 편이다. 장문에다가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잔뜩 담긴 서문을 마주하게 되면 순대국에서 맛있는 머릿고기가 평소보다 더 담긴것 같은 푸짐한 기분이 들곤 하는데, 이는 분명 내가 작가들의 작품 못지않게 작가들의 개인적인 삶에도 관심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작가들이 기대하는 이상적인 독자의 태도와는 거리가 상당히 멀어 보이지만 맛있는 머릿고기의 유혹을 뿌리치긴 힘들다.
 

 
서문에 대한 취향을 말하는 것 조차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난 스티븐 킹의 서문들을 아주 좋아한다. 스티븐 킹은 스스로 자신의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문장은 간결할 수록 좋으며,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 쓴 글, 즉 서문'따위'는 작품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뒤늦은 헛소리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유로 '서구 문명이 낳은 위대한 100대 서문, 혹은 미국인들이 사랑한 최고의 머릿말들' 같은 책은 없다고 하였다) 오히려 그 '평가에서 자유로움' 을 만끽하며 마음껏 써질러(라는 표현을 용서해 주기를) 대는듯 하다.  

내가 다작을 하는 작가라고? 내가 팬케익 보다 많은 책을 팔아먹은 작가라고? 니들 마음대로 생각해라! 이 서문이야 말로 아무리 길어지고 장황해도 니들이 간섭할 수 없는 내 것이다. 왜냐면 이건 다 허튼소리니까! 홀리 쉿!

블라 블라 블라

   
 

 그럼에도 나는 열아홉 살을 꽤 좋은 나이로 여긴다. 어쩌면 가장 좋은 나이인 듯도 싶다. 그 시절에는 밤새도록 로큰롤을 즐기다가도 음악을 멈추고 맥주가 다 떨어지면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큰 꿈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언젠가는 심술궂은 꼬맹이 교통정리대원이 찾아와서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놓을 테지만, 그럼에도 만일 처음부터 초라한 꿈을 품고 시작한다면, 맙소사, 나중에 그 꼬맹이한테 당하고 나서 당신한테 남은 건 고작 바지 앞단추밖에 없으리라. 그러면 녀석은 "또 한 놈 추가요!"라고 외치고 나서 살생부를 손에 쥐고 성큼성큼 떠나갈 것이다. 그러니 조금쯤은(또는 상당히) 건방져도 괜찮지만, 물론 여러분의 어머니께서는 분명히 다르게 말씀하실 것이다. 우리 어머니도 그러셨으니까.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스티븐, 교만한 자는 나락으로 향하는 법이란다." 하셨는데..... 어쨋거나, 내가 열아홉의 두 배쯤 나이를 먹었을 무렵에 깨달은 바로는, 누구나 결국에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법이다. 아니면 도랑에 처박히거나 

다크타워의 두번째 서문 중

 
   




더군다나 다크타워는 완결편 이후에 완결이 늦어진 변명과 완결에 이르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보여주는 서문을 한번 더 붙였고, 기구한 운명의 스탠드에 대해 말하자면, 수십년전 출판된 초판에서 '인쇄할 페이지수로 인한 재정적인 이유' (편집자가 작품성을 위해 잘라낸 것이 아닌) 로 인해 스스로 잘라내었던 이야기들을 덧붙인 최종판이 나오면서 이에 대한 변명과, 전체적인 스토리 흐름과 상관없는 페이지가 추가된 것 왜에는 달라진 것이 없음을 모르고 구매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장황한 서문이 추가 되었다.  

 다크타워 시리즈를 4부까지 집필하고발간하는 동안 긴 공백이 생길 때마다 팬레터가 수백 통씩 쇄도하였는데 대개는 '그러다 된통 후회할 날이 올 거요.' 같은 내용이었다. 내가 아직 열아홉 살이라는 착각에 빠져 방황하던 1998년에는 이런 편지를 받은 적도 있다.

 "올해 여든두 살 먹은 할멈이우. 개인적인 사정으로 폐 끼칠 생각은 없었는데 이걸 어쩌면 좋누! 내가 요즘 많이 아파."

할머니가 말씀하시길 당신은 살날이 1년밖에 안 남았건만("땅 파고 들어갈 때까지 14개월쯤 남았대. 온몸에 암이 퍼지는 바람에 그만.") 내가 롤랜드의 이야기를 끝낼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부디 (제발 좀) 결말을 미리 알려줄 수 없겟냐고 하셨다. 편지에는 (다시 집필을 시작할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 심금을 울린 구절이 있었으니, 바로 할머니의 약속이었다.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할게!"


이러니 내가 이 보너스 머릿고기에 대한 집착을 버릴수 있겠는가? 앞으로도 자기 작품과 자신의 삶에 대한 때늦은 후회와 주절거림을 잔뜩 담은 책들이 많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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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벌 2011-04-26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때 한국사 선생님이 책을 읽을땐 서문부터 읽어야 한다고 했고, 실제로 시험 문제를 거기서부터 내셨어요. 그 영향으로 책 읽기 전에는 늘 서문을 읽는데. 이게 작가의 말은 참 읽기도 좋고, 재미 있잖아요. (특히나 스티븐 킹의 서문!) 어느 책인지 생각은 안 나는데 스티븐 킹이 쓴 서문에 서문을 읽는 사람들에 대한 칭찬이 있었어요.(기억력 감퇴 00;;;) 나에 대한 칭찬같아서 뿌듯해 하고 그랬어요. 한데 이게 작가의 말이 아니라 편집자나 옮긴이의 말이 나올때가 있습니다. 추천서문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줄거리를 일러주고, 거기에 대한 분석을 해주고, 작가에 대해 알려주고. 진수성찬인데. 지나치게 길어서 책 본문을 들어가기도 전에 지칠때가 많더라구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단어가 읽고 있는 독자도 당연히 알고 있을거라 생각하는 글들은 GG (국어가 약해요. 제가) 이해가 힘들어서 한숨만 쉬어요. 얼마전에 본 서문이 대박이었는데. [강철군화]였던가? 이건 집에서 확인 후 다시 알려드릴게요. ㅡㅡ;; 그래도 저 열심히 서문을 읽고 있어요. 그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서문 읽는 것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끔찍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읽고나서 유쾌하게 좋았던 기분은 항상 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덧붙임 1.
다크타워 다 읽으셨어요? 전 사두고 아직 읽지 않았어요. 나오기 전에 엄청나게 기대를 하고, 나오자 마자 사두었는데. 손이 안가요. 갸웃 갸웃.

덧붙임 2.
앵무새 죽이기에 대한 버벌님의 "아름다운글" -> 이라고 적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읽은 시간이 새벽이에요. 덕분에 오늘도 엄청나게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에디 2011-04-26 12:59   좋아요 0 | URL
저도 서문(preface)는 좋아하지만 추천서(forward)는 대부분 싫어해요. 문학작품엔 추천서문이 붙는 문화가 아닌거 같아서 다행이에요.

전 3편까지 봤어요. 1편보고 '음?' 2편보고 '우와아아아 정말 대단하구나' 3편에선 안드로메다로 가고 있어요. 제가 좀 타임패러독스 같은걸 안좋아해서-.- 왜 굳이 판타지나 SF에선 시간을 비트는 걸까요..


Arch 2011-04-26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문이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어요. 에디님도 알겠지만 장 그르니에의 '섬'에 카뮈가 쓴 서문은 제일 좋았어요.

스티븐 킹의 서문도 좋은걸요. 전 머릿고기보다 순대의 간 같은^^

치니 2011-04-26 12:12   좋아요 0 | URL
동감! 장 그르니에의 섬에 카뮈가 쓴 서문, 예술. ㅠㅠ 그걸 읽고 울 뻔했어요.

에디 2011-04-26 13:03   좋아요 0 | URL
아치님 민망합니다. 카뮈의 서문을 떠올리고 나니 헛소리, 주절거림 같은 표현을 썼다는게 부끄럽네요. 하지만 그건 추천서잖아...라고 위안을-_-

정말 보석 같은 글이죠. 순대, 머릿고기, 간이 나왔으니 카뮈의 글은 초밥장인의 예술혼이 담긴... 그만해야겠다-.-

Arch 2011-04-26 16:13   좋아요 0 | URL
생와사비? 이거 하고 싶었던거죠~ 아닌가?


다락방 2011-04-27 08:16   좋아요 0 | URL
생와사비. 푸핫

굿바이 2011-04-26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킹,은 무슨 짓(어르신에게 혼날 것 같지만)을 해도 멋져요 :)

그나저나 할머니의 팬레터, 내가 요즘 많이 아파, 읽고 쓰러졌어요.
서문을 찰지게 하는 저런 협박, 저도 누군가에게 팬레터를 쓰겠다는 강한 의지가 솟아요!~
 


얼마전, 여자친구가 우리집에서 스파르타쿠스를 보고나서 (나는 보지 않았다) 스파르타쿠스와 섹스, 섹스에서 하루키로 이어지는 일종의 '하루키론'을 내게 설파한 적이 있다. 그녀는 대부분의 전업작가들과 마찬가지로 하루키에 대해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은데, 그녀가 여태껏 읽은 하루키 책이 상실의 시대 뿐이었음에도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1Q84를 기점으로한 <전향자>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더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어쩌다 상실의 시대 한 권이 내 손에 들어왔고,  나는 근 10년만에 이 책을 다시 펼쳐 들었다.

내가 처음 책을 훑어서 확인한 것은, 나오코와 와타나베의 대화 부분이었다. 과거에 한 친구(저~ 아래에 있는 페이퍼에 썼던, 우연히 알게된 메일친구)가 보내준 이 책의 짧은 대화에선 서로가 반말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책이 잘 못 된것이 아니냐고 물었었다. 알고보니 판본에 따라 존댓말 여부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상당히 놀랐었는데. 그녀의 것이 더 최신.


생각해보면 둘은 같은 학년에다 나오코가 더 생일도 빠른데, 왜 그녀가 와타나베에게 말을 높이도록 번역을 했을까? 물론 연상인 여자친구가 나에게 말을 높을 때도 있고, 나는 반말로 답할때도 있지만 이건 아예 다른 이야기이고.. 미도리가 자주 하는 대사처럼 번역자 유유정씨가 파시스트가 아닐까 생각해봤지만 그럴리는 없고... 원문의 일본어에 그런 느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결과는 나의 기억과 일치하는 옛날의 상실의 시대.


다시 보고나니, 그동안의 내 기억이 이 책을 상당히 담백하게 받아들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앞뒤를 바꿔서 기억하는 것이 많았고, <쿨>함이 문제가 되는 소설이었지만 나는 더 쿨하게 이 책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오코를 10년전 보다 훨씬 잘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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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4-11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에디님은 변함없이 상실의 시대가 좋다는 뜻인가요?

전 처음 읽었을 때는 대학생이었는데, 그때는 상실의 시대가 무얼 말하려고 하는지를 모르겠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부분들을 좋아했고 [위대한 개츠비]도 사서 읽게 되었지만 말예요. 그런데 나이 들어서 다시 읽은 상실의 시대는 어려서 읽은것보다 더 좋았어요.

음,
전 아무리 생각해도, 음, 하루키가 좋아요.

에디 2011-04-11 12:18   좋아요 0 | URL
네. 여전히 좋아요. 저도 생각할 것도 없이 하루키가 좋아요 : )

치니 2011-04-11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 일어 원문 자체가 나오코가 와타나베에게 존대하게 되어 있다면,
하루키가 무언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겠다, 싶네요. 음, 궁금하네 그 의도가 뭔지.
<상실의 시대>는 오래 전에 읽어서 세세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최근 개봉한 영화는 라디오헤드의 조니가 음악을 맡았다기에 급 관심이 올랐는데 본 사람 말이, 별로래요. 히잉.

저는 하루키가 좋다기보다, 하루키를 작가로 인정해요. 그만큼 잘 쓰는 사람도 드물다,에 한표.

에디 2011-04-12 20:10   좋아요 0 | URL
그런데 그렇다면 굳이 다음판(쇄?)에서 다시 반말로 바꾼 이유는 뭘까요?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하루키 작품들은 반말을 하는 주인공과 존댓말을 하는 여자가 익숙한 것 같아요. 실제로 상실의 시대처럼 나이가 명확한 작품이 거의 없지만...

버벌 2011-04-11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상하게 하루키가 좋아지지가 않더군요. 그의 책을 많이는 아니어도 몇 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좀처럼 손이 나가질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상실의시대" 조차도 읽지 않았어요. 왜 그랬을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읽고 싶다기 보다. 아 상실의 시대가 다른 이에게는 이렇게 읽히는구나. 라는 생각뿐입니다. 왜 그러지?

에디 2011-04-12 20:30   좋아요 0 | URL
제가 본 작가나 작가 지망생들은 뭐랄까 각자 싫어하는 이유를 대기도 했지만 가장 상업적인 영향력이 큰 작가 (게다가 작가 본인은 그것이 탐탁치 않고, 조앤 롤링이나 스티븐 킹처럼 <장르소설> 이란 낙인을 찍지도 못한다는 점에서) 라는데 거부감을 좀 가지는 것 같기도 했어요. 이런 이유는 아니실까요? : )

물론 전 장르소설을 좋아합니다 ㅋ


버벌 2011-04-13 21:49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장르 소설 너무 좋아합니다. 스티븐 킹을 정말 좋아하죠. 하루키는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제가 재미가 없었어요. 그게 다에요. ^^ 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구서 좋아한다 싫어한다 판단을 하는것도 이상하네요. ^^ 읽어보고 다시 말해드릴게요.. 좀 노력이 필요한데. ㅠㅠ

루쉰P 2011-04-19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좋아하는 작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한 번 책을 들었을 때 쉬지 않고 읽을 수 있느냐라는 점인데 그 점에서는 하루키 책은 읽기 시작하면 손을 놓지 못할 정도의 흡입력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그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을 잘 하지는 못 했지만 말이죠. ㅋㅋㅋ

후루야 미노루와 하루키로 이어지는 에디님과의 이 호흡...뭐랄까? 평행이론이 시작되네요. <상실의 시대>부터 시작해 하루키의 책은 모두 읽어 왔어요. 글 쓰는 그의 태도는 가히 감탄할 만 합니다. 내용의 평가는 둘째치고 그의 글에 대한 태도는 존경합니다. ^^ 그리고 전 하루키 책 좋아해요. ㅋㅋㅋ
 

동갑내기 그레이는 커피를 잘 만들고 요리를 잘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우리의 '코딩 외 모든것' 을 관리하여 주는데, 이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 꿈 같은 일이다.

(스타트업이나 인디에선 제네럴리스트가 '2등시민'이 되기 쉽기 때문에 좋은 비개발자를 초기에 만나는 것은 정말이지 어렵다)

나름대로 일정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시스템에 그레이가 "2.7 LTS" 라는 프로젝트를 추가한 것을 보았는데. 2.7은 알겠는데 LTS는 뭐지? 밤 11시(그레이에겐 아침 9시)의 채팅 시간에 물어보았다.


나: LTS가 뭐지?

그레이: 아. 미안 Long Time Stable의 약자야.

나: 앗 난 농담을 생각하고 있었지.

그레이: 하하 해봐.

나: 음. 어렵잖아.

나: "Look That Sex" 

그레이: 하하하하하하

나: 크크. 니 차례야.

그레이: 음. "Leave Things Sexy"?

나: 우와아. 넌 천재야.


Leave Things Sexy. 역시 그는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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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4-07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뭔가 만들고 싶어서 아무리 고민해봐도 long time sex 밖에 안떠올라요. 그런데 이건 long time stable 에서 한 단어만 바꾼거라 기발하지도 않고. 아, 뭔가 참신한거 생각하고 싶어요!

에디 2011-04-07 12:00   좋아요 0 | URL
역시 S에서 사람들은 다 비슷한걸 생각하나봐요. 저는 사이언스나, 새턴 같은게 떠올라서 아주 아주 힘들게 이 세상엔 섹스라는 단어도 있었지라고 도달했는데요.... 믿어주세요.

아무튼 계속? : )

버벌 2011-04-07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생각안하고 그냥 글만 읽을게요. ㅡㅡ;;;; 저도 그런 꿈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다른 이가 저를 그런 사람으로 생각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에디 2011-04-07 12:02   좋아요 0 | URL
오. 저는 일이 아닌데 저런 관계를 기대 하거나 기대 받으면 좀 가혹할거 같아요.

다락방 2011-04-07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무지 sex 는 못 버리겠어서 일단 그걸 넣고 만들었어요.

Last Terrible Sex

이거 어때요? 음..흡족하지 않죠? 또 만들어볼게요.

에디 2011-04-07 12:00   좋아요 0 | URL
식사하세요.

다락방 2011-04-07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냈어요, 해냈어요.! 자, 들어봐요.

Lovely Trade, Sex.

어때요? 이건 정말 근사하지 않아요? 저 컵라면 따위 먹으면서 줄곧 생각했다구요! 하핫

Forgettable. 2011-04-07 15:46   좋아요 0 | URL
lust trade, sex 는 어때요. 너무 티피컬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디 2011-04-07 21:56   좋아요 0 | URL
lovely보다 lust가 더 끌리는 저는 나쁜 남자인가요? (나쁜도 이상하고 남자도 이상하다...)

'뽀' 님, 처음 뵙겠습니다. 사실 종종 눈팅 했었어요.

다락방 2011-04-08 00:14   좋아요 0 | URL
아 정말 ㅋㅋ 저는 본인이 본인에게 나쁜남자라고 칭하는 걸 보면 진짜 완전 좋아요. 재밌어요. 쿡쿡대고 웃었네요. 그나저나 lust 에 땡기신다니,의외네요. 저 뭔가 대단한 조합을 만들어 내겠어요. 불끈!!

아 그런데 너무 졸려요..

다락방 2011-04-08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전!
Ladies, Try Sex!

여기서의 레이디스는 저처럼 고지식한 숙녀들을 지칭하는거에요.

에디 2011-04-10 14:25   좋아요 0 | URL
건투를(Try Sex에) 빕니다 : )

Forgettable. 2011-04-08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전!
Last Tobacco sucks.

이거 어쩐지 집착하고 있어요 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11-04-08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캐나다에 stay 하고 있는 여자한테는 차가운 seoul 여자 싸움이 안되는건가.

Forgettable. 2011-04-08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onely tonight, shit!

술마시며 막 집어 던지고 있음 ㅋㅋㅋㅋ 에디님 죄송해요;; 초면에 ㅠㅠㅠ

다락방 2011-04-0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eaving Threesome Sex

(점점..)

2011-04-08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1-04-08 14:32   좋아요 0 | URL
에에에에...약한데? ㅋㅋㅋㅋㅋ
론리 투낫이 더 낫다요 ㅋㅋㅋㅋㅋ

에디 2011-04-10 14:27   좋아요 0 | URL
전혀 약하지 않아요.

버벌 2011-04-09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여기서 sex란 단어를... 오랜만에 너무 자주 보고 있어요. 엄머~
 

주의 (주이??): 이 글은 굉장히 길고, 두서가 없고, 장황하면서, 책과 상관없는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안녕하세요.

제 소개를 조금 할께요. 저는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컴퓨터와 관련된 직업을 흔하게 볼 수 있는 세상이지만 저는 다소 특이한 편인데요, 작은 스튜디오에서 앨범을 제작해서 판매하는 인디밴드와 비슷하게 저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파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파는 일'에 대해선 거의 신경쓰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만드는 일'이 대부분이죠. 이런 일을 보통 외국에선 ISV(Independent Software Vendor)라고 부르거나 그냥 쉽게 인디 프로그래머, 인디 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하기도 합니다. 최근엔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 용어를 곧 잘 쓰기 때문에 자기 소개가 다소 쉬워진 것 같네요.

(네, 저희 - 라고 쓰는건 미국과 유럽에 있는 동업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 회사도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앱은 - 적어도 외국에선 - 상당히 유명한 편이기도 하지만 아이폰이 세상에 나오기 이전부터 맥과 윈도우에서 제품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아이폰 일을 하는 회사' 라는 쉬운 소개는 하지 않는 편입니다. 보통은 '에- 음 홈페이지를 봐요' 라고 하죠)

'스타트업(startup)'이란 말도 안철수씨등의 홍보로인해 이제 국내에서도 많이 쓰이게 되었는데요. 보통 스타트업은 저희 같은 인디샵 보다는 투자를 받고 뭔가 세상을 바꿀만한 것을 만들어서 빠른 성장을 추구하는 회사를 지칭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은 당장 돈이 되지 않아도 사용자를 많이 끌어모을 수 있으면 괜찮습니다. 저희는 그렇지 않구요. 예를들어 카카오톡은 스타트업이고 패닉 (http://www.panic.com/) 같은 회사는 - 돈을 많이 벌어도, 투자자가 없다는 측면에서 - 인디죠. 저희는 패닉을 지향합니다. 작고 쓸만한, 그리고 여력이 있으면 아름다운 것들.

그럼 무엇을 만드냐구요? 패닉과 같이 주로 맥에서 구동되며 한 카피당 $20~40정도에 판매되는 소프트웨어를 만듭니다. 아이폰 앱들은 당연히 더 싼 편이구요. 오래된 제품 중엔 윈도우에서만 구동되는 것도 있습니다. (아래에 소개될 글은 이것에 대한 것입니다) 어떤 제품인지 다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거의 대부분이 '텍스트'를 다루는 것들입니다. 실제로 당신이 맥킨토시를 사용하고, 작가이거나 글을 많이 쓰는 사람이면서 '맥에서의 글쓰기 환경'을 고민한적이 있고, 외국인이라면 (한국인 사용자들도 없지는 않지만 국내엔 프로모션을 전혀 안하기 때문에...) 상당히 높은 활률로 저희가 만든 제품을 사용하거나, 했거나, 최소한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같이 일하는 친구는 미국 메인주에 살고 있는데 저희는 스티븐 킹의 집에 찾아가서 (실제로 가까운곳에 살고 있습니다) 혹시 우리가 만든걸 사용하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자는 농담을 가끔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 아이북 같은 것이 언급되면 상당히 설레이는 저 자신을 볼 수 있구요.  왠지 예상에 이 아저씨는 그냥 기본으로 딸려오는 소프트웨어를 쓸 것 같지만...


저는 제 일을 굉장히 좋아하고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예전부터 꿈꿔 왔던 일이구요. 아직 갈 길이 많이 멀긴 하지만 상업적인 측면에서나 (감히 말하자면) 장인적인 측면에서도 어느정도의 성취를 달성하기 위한 초입에 발을 내딛었다는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매일하는 우스꽝스러운 실수를 되짚어보면 이런 생각이 다 농담 같지만요. 제가 책을 읽거나 작가들의 삶에 관심이 많은것도 비슷한 이유에서 입니다. 이 일은 가내수공업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컴퓨터를 앞에두고 우리의 두 귀 사이에 있는 물건을 사용해서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측면에선 작가와 흡사한 면이 있습니다.  물론 띄어쓰기 안한 글자(친구가 소스코드를 가르키며 한 말입니다)를 타이핑하며 예술혼 어쩌고 생각하면 우습죠.


제가 일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실제로 사람들에게 '사용되는 완제품'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저는 제가 프리랜서가 아니고, 컨설팅을 하지 않으며, 기업용이나 사내용 업무를 하지 않고, 연구소에서 실험용 코드를 작성하지도 않고, 뱅킹과 같이 거대한 시스템의 일부를 관리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평생에 걸쳐 - 라는 말을 쓸 정도로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 제 영혼을 갉아 먹을 수 있는,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하여 굉장히 조심해 왔습니다. 무한히 복제되어 판매되는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용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저는 아주 작은 기능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계약관계에 의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는걸 아주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로 마음에 드는 부분은 사용자와의 피드백입니다. 사용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꽤 스릴있는 일입니다. 찬사를 받을 때도 있지만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아주 가끔은 '니가 만든 환상적인 이 제품에 비해 가격이 턱 없이 싸기 때문에 나는 그냥 두번 구매했다. 잘 먹고 잘 살아서 계속 만들어라' 라는 메일을 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불평 불만으로 가득찬 버그 레포트들도 종종 날라와서 잠을 잘 수 없게 만들죠. (사실은 매일, 아주 잘, 잡니다) 역사에 남을 명저인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심리학'에서 저자는 자신의 코드에 대해 에고리스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버그들을 종종 자기 자신의 인간적인 결함으로 생각 되기도 하기 때문에 - '아니 어떻게 이런 멍청한 실수를 했지?' - 저도 에고리스를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피드백의 또 다른 문제는 커밋먼트인데요. <불특정 다수의 유저>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운영을 하기 위해선 유저들의 요구사항을 아주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우스를 인용하면 '모든 사용자는 거짓말을 한다!') 기업에 있을때는 대부분의 대답을 긍정적으로 하게 되지만 이 일에선 '거부'를 먼저 익히게 됩니다. 절대로 기능이나 기한에 대한 약속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수 천만원이나 수 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특정한 요구 사항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좋은 기능을' 만든다는 것을 사용자들에게 어느정도 훈련시켜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 메일을 확인하고, 그 후에 홈페이지 사용자 포럼의 새 글들을 확인하는 것은 매일 반복하면서도 다소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포럼에서 이 글을 보게 된 것은 일주일 쯤 전의 일이네요. 보통 포럼에는 메일보다 사적인 이야기를 거른채 ('난 어떤 사람인데 어떤 연유로 이걸 구매했다' 라는 식의) 요청이나 문제가 올라오기 때문에 장문의 글을 보기는 쉽지 않은 편이라 한 화면을 가득 채웠던 이 글은 꽤 귀찮게 느껴졌죠. 동업자에게 넘길까 생각을 하기도 했고. 아마 얼핏 보기에도 상당히 오타가 많았기 때문에 더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의 긴 설명은 다 이 글을 소개하기 위해서, 제 상황을 이해시켜드리기 위함이였습니다. 그 글에 오타가 많은 이유가 있었죠. 아주 거칠게 번역해 보겠습니다.


(이해하시겠지만 온라인상에서의 평판은 제 일의 거의 모든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전 실명세계와 익명세계를 섞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 이름은 '프래니'로 이 사용자가 말하는 제품 이름은 '주이'로 칭할께요.)


'친애하는 프래니 여러분께,

저는 크리스토퍼라고 합니다. 제가 여러분의 소프트웨어를 다운받기 전까지 저는 아주 괴롭고 답답한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저는 맥을 사용하다가 최근 쿼드코어 VAIO 랩탑을 구매해 윈도우즈로 돌아왔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Dragon Naturally Speaking Professional 11을 사용하기 위해서 입니다. 저는 여러가지 신체적인 문제가 있어 타이핑을 오래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600달러를 투자하여 저 구술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였고 이제 손이 아닌 말을 통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에디: 저도 잘 모르지만 Dragon Naturally Speaking라는 프로그램은 아마 사용자가 말을 하면 컴퓨터 화면에 그것이 표시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Dragon Pro와 완벽하게 호환되는 - 알고보니 '호환된다' 정도가 아니더군요 - 당신들의 '주이'를 발견 했습니다. 저는 1분에 120개 이상의 단어를 말할 수 있는데 '주이'의 교정 시스템은 아무런 흠 없이 동작합니다. 심지어 토픽이나 태그 그리고 '주이'의 모든 기능을 저의 입을 통해 컨트롤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주이'가 이 최고의 구술 소프트웨어와 호환되기 위하여 당신들이 어떠한 일을 했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단순하게 최고의 코더들을 데리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어쨋거나 이 '주이'는 조용하게 그리고 순식간에 제 인생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만약 당신들이 나처럼 신체적인 장애가 있다면 최고의 타이피스트보다 빠르게 구술로서 컨텐트를 작성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 훌륭한 프로그램에 대한 보상으로, 당신들이 제 홈페이지에 두드러지게 홍보할 만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없다면 이참에 만들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프래니 회사의 로고를 제 홈페이지에 표시해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전 Dragon을 사용하는 장애인들에게 (문자 그대로 수십만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이'를 알리기 위해 아주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습니다. 제가 '주이' 를 구매하도록 설득시킨 사람들은 저에게 설득 당했다는 노트를 남길 것입니다. Dragon 사용자들이 당신들이 우아하게 제공한 기능들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처럼, 당신들도 분명하게 이러한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중략. 여기부터는 어떤 기능이 있으면 좋다고 디테일한 설명이 있기 때문에 생략해도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Best Regards - and thanks again for creating such great software!'



저의 놀라움과 기쁨을 짐작하실 수 있으신지 모르겠군요. 사실 정말로 놀라운 점은, 괄호안에 제가 언급한 것 처럼, 전 Dragon Naturally Speaking이란 프로그램의 존재를 이 글을 통해 처음 알았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완전하게는 모릅니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크리스토퍼씨의 예상과 달리 이 장애인을 위한 구술 소프트웨어와 제 프로그램이 잘 동작하기 위해 제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우연'이라는 낭만적인 단어를 끌어 올 수는 없습니다. 짐작컨데 드래곤이라는 프로그램은 굉장히 똑똑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주이'의 여러가지 인터페이스들을 인식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어떠한 특징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했는지 기술적인 디테일을 설명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러면 제가 빅뱅이론의 셸든 쿠퍼 같이 보일테니 넘어가기로 하죠. 아마 드래곤은 대부분의 윈도우 프로그램을 5~80% 정도는 말을 통해 컨트롤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마 다른 프로그램들과 달리 '주이'의 모든 기능이 완벽하게 동작한다는것은 상당한 우연과 운이 작용한 것 같네요.

당연한 일이지만 저는 이 글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크리스토퍼씨에게 보낼 메일의 내용을 궁리하고 있습니다. 바로 몇 일 전에 '주이'의 미래에 대한 한 가지 결정을 했기 때문입니다. '주이'는 벌써 1년째 업데이트가 없습니다. 새로운 메이저 업데이트가 필요할 시기가 오고 있죠. 그런데 저는 '주이'를 만드는데 사용된 기술적인 거의 모든 것을 갈아엎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대체될 기술은 아마 Dragon Naturally Speacking과 호환이 되지 않을 것이어서 (어디서 많이 듣던 문장들이죠? 윈도우 비스타나 iOS2에서 iOS3로 넘어갈 때도 들었던 말들이군요. 긱Geek들은 언제나 호환성을 내다 버리고 싶어한답니다. 양복쟁이Suit들이 말려주어야 하는데 저에겐 말려줄 양복쟁이가 없네요.) 크리스토퍼씨와 그의 장애인 친구들은 새로운 '주이'를 사용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주이'에 사용된 기존 기술은 상당히 갈라파고스화 되어서 저는 점점 '주이'에 대한 개선을 생각하기가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말했던가요? '거부'를 먼저 익혀야 한다고. 저는 지금 제가 느낀 기쁨을 돌려 줄 수 있는 문장들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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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03-27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실제로 일어난 일을 쓰신 거겠지만,
이 글은 마치 한 편의 영리하게 쓰인 단편 같아요! 멋지네요. :)

에디 2011-03-27 14:22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닷! 최근 몇일 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은 일이었어요. 근데 메일을 조악하게 번역하고 보니 마치 토익/토플시험 문제 같네요. 크리스토퍼가 가까운 미래에 할 일은 무엇인가?....

다락방 2011-03-27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늘 궁금했어요. 에디님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시는 걸까? 그런데 이렇게 상세하게 기술해주셨네요. 저는 에디님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모르면서 그런데 소설을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어요. 에디님이 쓰실 소설은 제가 정말 좋아할 만한 소설이 될 것 같아서요.

좋은데요, 에디님. 이 글도 그리고 에디님이 기쁨을 느끼시는 것도. 기쁨을 돌려 줄 문장을 찾는 일과 그 시간들도 모두 좋으네요.
:)

(몰라서 묻는건데요, 새로운 주이를 사용하지 못한다 해도 기존의 주이는 사용가능한거죠?)

에디 2011-03-27 14:33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난 어디서 일해' 라는 말로 설명할 수 가 없다보니, 제 일에 대해서 오해가 없도록 이해시키기 위해 장황하게 설명을 하거나 그게 불가능하면 아예 이야길 안하는 편이에요. (예를들어 소셜 네트워크를 보고 제가 생각났다는 친구들도 있어요... 컴퓨터와 사업이라는 두 이미지가 만들어낸 아주 전형적인 오해....)

네 당연히 기존의 주이는 사용가능해요. 단, 주이는 저희 제품들 중 가장 외부 변화에 민감한 제품이라서 (예를들어 구글의 어떤 서비스와 연동되는데, 구글이 가끔 그 서비스 구조를 바꾼다던지..) 새 '주이 3.0'이 나오고 기존의 '주이2.5'에 대한 지원을 접게 되면 빠르든 늦든 점점 사용하기 어렵게 되는 날이 올 것 같네요.



Arch 2011-03-27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디님 안녕하세요.
전 장문의 이 글을 읽기 전에 다락방님이 좋아하겠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프로그램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메일을 보낸 분이 많이 안타까워하겠어요. 이런 미묘함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나는 1과 0만 알았는데 무한대 소수점의 세계가 있어요.

에디 2011-03-27 22:0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아치님! 저도 이곳에 모든 글을 쓸 때 다락방님이 좋아하시길 바란답니다 : )

신성로마제국에 대한 볼테르의 말 처럼 프로그래밍도 컴퓨터에 대한 것도 아니고, 과학도 아니다라는 말을 종종 보는데 결국 다 사람에 대한 것이겠죠.


Arch 2011-03-29 08:48   좋아요 0 | URL
다락방 복이겠지만, 다락방은 참 좋겠다~ ^^

2011-03-29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굿바이 2011-03-29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훠! 제가 병원에 있는 동안 이런 엄청나게 재미난 글이 쓰였군요(고작 주말과 월요일을 병원에 있었을 뿐인데, 꼭 백만년은 어딘가 감금되었다 나온 기분이라니요 ㅜㅜ)

눈이 침침해 읽고 또 읽는데, 마지막 문구는 정말 확 들어옵니다. 기쁨을 돌려 줄 수 있는 문장이 어떤 문장이 될 지 매우 궁금합니다. 와~ 하시는 일도, 글도 모두 근사한데요.

에디 2011-03-30 09:20   좋아요 0 | URL
'하이 암 쏘쏘리 벗 알러뷰'

...는 아니었구요. (아 정말 재미없다 ㅠㅠ) 두통에 입원하신건가요? 정말 답답하실거 같아요. 다른 병도 아니고 두통이라니. 진심으로 쾌차를 빌께요. 감사합니다~!


버벌 2011-03-3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장문인데. 굉장히 글 재미있게 쓰시네요.
아 죄송요. ^^ 늘 눈팅만 하다가 재미있어서 댓글은 달아야 한다는 생각이 급 들어서 글 남겨요. ^^

에디 2011-04-01 01:17   좋아요 0 | URL
버벌님 안녕하세요.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근데 버벌은 무슨 뜻인가요?

버벌 2011-04-02 08:52   좋아요 0 | URL
ㅎㅎ 유주얼서스펙트에서 케빈 스페이시 극중 이름이죠 버벌킨트. 카이저소제. 거기서 온 버벌입니다. 이메일이란게 처음 생기자 바로 만든 아이디가 버벌이고.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어요. ^^ (일본의 엠플루의 버벌이냐 묻는이도 있던데 아닙니다~ )

에디 2011-04-07 07:00   좋아요 0 | URL
아 카이저 소제에도 이름이 있었군요. 케빈스페이시, 카이저 소제만 기억하다보니... :)
 



직장생활을 떠올릴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우울한 풍경은 파티션으로 만들어진 사무실이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이렇지만... 병역특례로 연구원 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은 나름대로 업무환경이 좋은 곳이었다. 요즘도 가끔 인터넷에서 그 회사의 사무실이나 카페 사진을 볼 수 있는데 거기서도 파티션을 볼 수 있다. 다소 예쁘게 꾸며 놓긴 했지만 그래도 파티션은 파티션... 다행히 팀의 관리자는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어서 내가 어디서 일을 하건 일정만 늦어지지 않으면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1년반 후 여러가지 사정으로 옮기게 된 곳은 1인실을 제공해주는 곳이었다. 그곳의 관리자도 좋은 사람이어서 거의 독서실을 다니는 기분으로 회사를 다녔다.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퇴근때까지 한 마디도 안 한 날도 종종 있었다. 일 자체가 그렇게 재밌는 회사는 아니어서 '행복했다'까지 말하긴 그렇지만, 적어도 나에게 남은 기간을 평온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었다.

제이슨 프라이드는 '가끔' 자신의 회사에 출근한다. 최근에 번역된 그의 책 Rework는 상당히 좋은 책이다. 번역된 제목(똑바로 일하라?)과 부제들을 (그리고 표지를) 보면 상당히 이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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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3-10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디님. 상당히 좋은 책이라고 하셔서 저 지금 검색해 봤는데요 윽, 제가 물론 자기계발서류의 책을 안좋아하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목과 표지가 정말 읽기 싫게 생겼어요. ㅜㅜ

에디 2011-03-10 12:04   좋아요 0 | URL
그죠? 번역된 제목과 소개등을 보니 완전 자기계발서라서 좀 놀랐어요. 꽤 '쌔끈'하게 홍보할수 있는 책인데 왜 저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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