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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잇
김영하 지음 / 현대문학 / 2005년 10월
품절


미술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그녀를 다시 찬찬히 들여다 본다. 작은 키에 화장기 없는 얼굴, 선량해 보였지만 결코 매력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용모였다. 매력적이었다면 애초에 파리 북역에서 그녀를 외면하지 않았을 것이다. 1등석도 기꺼이 포기하고 2등석으로 자리를 옮겼을 것이다. 그녀가 고통스럽게 가슴속에서 밀려나오는 뭔가를 틀어막고 있는 순간에도 나는 그 따위 생각이나 하고 앉아 있었다. -96쪽

"제가 너무 많이 물어대지요?"
돌연 그녀가 그렇게 물어왔다. 그 말은 이렇게 들렸다. 당신은 내게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군요. 당신은 암스테르담에 대해서 말하고 고흐에 대해서 말하고 쓰려는 소설에 대해서 말하지만 내가 충무를 왜 떠나왔는지, 어떤 병원에서 일했는지, 묻지 않는군요. 그건 내가 별 매력 없는 여자여서이겠지요. 나도 알아요. 그건 사실이지요. 아, 그래도 뭔가 하나쯤은 물어봐 주었으면 좋겠어요. 도시에서 누군가를 만나서 단 하나의 질문도 받지 못하고 헤어진다는 건 너무 우울해요.-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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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7-06-12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가대에서 그가 짝사랑했던 여인 이야기, 이 책에 있던가요? 그녀는 눈을 감고 나는 눈을 뜨고 그녀를 보고. 그녀는 자신에게 집중하고, 나는 그녀에게 집중하고, 그래서 "나는 알고 그녀는 모른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저, 김영하 팬이(었)어요. : )

에디 2007-06-12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맞아요. 그 이야기도 이 책에 있어요. 전 김영하의 다른 에세이는 보지 않았는데 유독 이 에세이집을 '낮게' 평가하는 지인들이 꽤 있더라구요.

(었) <- 은 왜인지 물어도 될까요? : ) 전 팬도 아니지만;

네꼬 2007-06-13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개정판 전의 "포스트잇"을 갖고 있어요. 에, 왜 낮게들 평가할까요? 전 재밌었는데. 킁-

저는 "엘리베이터..."로 그의 책을 읽기 시작해서 그의 소설을 다 읽어버렸어요. 무지무지 좋아했거든요. 또 그의 영화 에세이도, 이 산문집도 좋아했어요. (재밌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가 이 아저씨가 소설을 안 내놓는단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정확히 말해서는 소설에 공을 들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랄랄라 하우스를 보곤 정말 울컥-_-) 밉다기보단 서운하다고나 할까요. 지금은 약간 삐친 마음이라서 "빛의 제국"을 사놓기만 하고 안 읽고 있어요. 맘 좀 풀리면 읽어보려구요.

1) 내가 삐친 줄 김영하 씨가 알 게 뭐냐!
2) (그래도 혹시... 어느날 자기 책의 반응이 궁금해진 김영하 아저씨가 알라딘에 들어와 이 책의 서평들을 확인하다가 날 발견하셨다면) 아니 그러니까 아저씨, 난, 아저씨 팬이(었)다구요. 애정어린 마음의 원망이어요. 글썽. (아침부터 구구절절)

다락방 2007-08-19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땡스투 제가 했어요.
방금 질러버렸어요 :)

에디 2007-08-20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김영하씨를 좀 재밌게 생각해요. 다른 그 시대 혹은 선/후배 작가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잘 팔고 있는대 비해 '팔 경험이 없는 평범하고 무난한 인생' 에서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전 네꼬님과 반대로 요즈음의 김영하 소설들을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빛의 제국도 좋았고, 검은 꽃도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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