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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보고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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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1-15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안녕, 에디님!
:)

에디 2014-01-23 17:4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잘 지내고 계시죠? :)
 


_잠에서 깨었을 때 오늘 당장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르지 않는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하던 일을 그만 둔 바로 다음 날 나는 그것이 그리 좌절스럽지 않다는걸 알았다. 다들 이렇게 사는거 아닌가. 나는 종종 지인들에게 이 업계는 <제품의 세계>와 <몸 값의 세계>가 있다고 말해 왔는데, 그런 말을 할 때 까지만 해도 난 내가 후자의 세상으로 뛰어들 일은 별로 없을 줄 알았다. 



감사하게도 몸 값의 세계 첫날부터 괜찮은 제의가 왔다. 백수가 된 기념으로 사주는 초밥을 먹으며 지인이 추천한 외국 회사의 연봉은 다소 소심해진 내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었다. 내가 졸업 후 그냥 취업을 했다면 퇴직할 때까지도 볼 가능성이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이는 숫자들. 일단 생각해 보겠다고 했지만 머릿속에선 이미 복잡한 계산을 굴리고 있었다. 세금을 내고, 훨씬 여유있는 생활비를 잡고, 여행 예산을 할당하고도 은행에 예금 할 수 있는 추정치. 곱하기 1년, 2년. 몇 년을 일하면 더 좋은 집으로 옮겨 갈 수 있을까.


우습게도 이 계산과 함께 내 머릿속에 있던 파라다이스는 책이었다. 책. 서점. 교보문고의 풍경. 카페에서 보는 책. '언젠가' 봐야지 라고 생각했던 끝 없는 장르 소설과 역사 책들. 그러니까


이 일을 하면 적어도 몇 년은 일과 여가를 완전히 분리할 수 있다.


고 생각했다. 그러니 나는 나의 20대처럼 편안하게 독서를 할 수 있다.  왜냐면 숫자가 크니까. 당분간은 재밌는 사이드 프로젝트도, 인디에 대한 조그만 소망도, 혹은 화려 - 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적어도 인수자와 피인수자 모두가 그런 연기를 하고 있으니까 - 한 엑시트도, '스스로 가려운 곳을 긁어라' 도 이 숫자면 억제하고 눌러 놓을 수 있으니까. 꾹꾹. 출근. 매니저가 시키는 일. 퇴근. 그리고 책. 매그레 시리즈, 더글라스 케네디. 필립 K딕, 로버트 하인라인, 아이작 아시모프, 요 네스뵈. 모두 다.


나는 ‘한번 알아 봐 달라’ 고 정중하게 부탁 드렸다. 하지만 그 회사의 프로세스는 예상보다 진행이 느렸고 초조해지기 시작한 나는 대안을 찾아야 하는 건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을 그만두고 좋았던 점으로 백수라는 명목으로 쉽게 사람들을 만나고 밥을 얻어 먹을 수 있었다. 이 맘 때 요 네스뵈의 <헤드헌터>를 읽기 시작 했는데 난 내가 자신의 고객을 원하는 자리에 앉힐 수 있는 100%의 확신이 있을 때만 추천을 한다는 주인공 헤드헌터 로게르의 철학을 따라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만나는 사람들의 추천이나 제의를 덥석 고마워 해야할까. 이미 충분히 갈 곳이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좋을까.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절박하게 다리를 놀리고 있으면서 물 밖으론 우아한 태도를 유지하는 백조와 같았다. 가장된 여유로움. 블러핑. 나는 대부분의 사람과 마찬가지로 블러핑을 잘 하지도, 그렇다고 자신의 카드를 다 보일만큼 솔직하지도 못하였고 만남마다 나의 여유도 갈팡질팡 하였다. 


거의 한 달 쯤 후에 '알아봐 달라'던 회사에서 연락이 왔을 때, 나는 평생 가장 많은 '죄송합니다'를 대안을 만들기 위해 이야기가 진행되었던 회사들 그리고 소개시켜준 지인들에게 해야 했다. 진심으로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헤드헌터>의 로게르를 다시 생각했다. 그와 같이 연기하지 못해서 내가 끼친 민폐들.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진심으로 고민을 했던 제안들. 그 찰나의 고민 속에 보였을 내 표정들. 


어쨋든 입사 후  지금 내 삶은 평온하다. 그리고 일상은 놀랍도록 달라진 점이 없다. 일을 하고 월급을 받는다는 것만 제외하면 최근 5년간의 내 삶이 거의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혼란스러웠던 구직의 시간도 전혀 내게 없었던 일 같다. 이 평화가 오래 가지 않으리라는 건 알지만 나는 다시 '읽는 사람' 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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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outube.com/watch?v=6fMps-PWB8Y&list=PL5D17C0F98D2F72CC


하지만 이제야 깨달았다네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다는 것을 나는 지금

설리에게 빠져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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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3-04-07 0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게 누구!!(의 글인가요)

치니 2013-04-07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가사 참 인상적인 노래, 전에 유희열의 스케치북 나와서 이 노래 불렀던 그 장면을 잊을 수 없어요.
 

영화는 아주 만족스러웠는데 포인트를 짧게 쓰겠습니다.

데이빗 핀처, 호주 무시하나요? 양 목장 무시하나요? 세실리아 무시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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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1-22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밀레니엄 보고 이 페이퍼 생각했어요. 완전 빵터졌어요. 그러게요. 호주는요, 양목장은요, 세실리아는요!!!!!

버벌 2012-01-25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뜨케... ㅋㅋ 양목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3-04-01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06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