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이발관의 아름다운 것을 처음 들은 것은 2008년 여름이다. 평소와 달리 스피커를 통해 틀어놓았던것 같은데, 섬세하고 오밀조밀한 반주속에 이석원이 무연히 노래를 부르는 이 곡은 정말 아름다웠다. 진지하게 이별을 생각하게 된 것은 이 날이다. 그 후 한달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 곡을 들으며 계속 이별을 생각했다.


이별이 온 후에는 꽤 오랜만에 밴드의 공연을 보러 돌아다녔다. 그랜드민트페스티벌, 제천영화제, 월요병, 크리스마스, 봄의 팝송, 다시 그랜드민트페스티벌. 능룡이가 쟈니마에게 언니네 앨범을 주고 설레여하는 수줍은 모습과 이석원이 그거 안 들을거라고 놀리는 모습도 훈훈했다. 이석원이 30대가 끝나기 겨우 몇일전에 40이란 숫자가 크게 적현 티셔츠를 입고 앵콜을 하러 나오는 것도 귀여웠다. (몇 주 있으면 그는 마흔한살이다)



처음 이 곡을 들었던 날로부터 2년하고도 몇개월이 더 지났다. 긴 시간이다. 그 동안 밴드는 이석원의 말에 따르자면 목소리에서 금가루가 흘러나오듯이 상업적인 성공을 이어갔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가끔 예전 앨범을 공연할 때 주위에서 헤븐이나 순간을 믿어요를 따라 부르는 사람이 나 말고 아무도 없을때는 새삼 놀랍다. 언니네는 한국인디 1세대지만 2년간 대부분의 관객은 모두 이 곡을 들으러 온 것이다.


2년. 난 그동안 내 이름이 걸린 몇가지 소박한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것이 결국엔 아름다운 것으로 남기를 바라며.


올해 봄의 팝송 공연이 끝났을 때 이제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충분하잖아?


난 여전히 매일 이 노래를 듣고있다.


공연에서 인생은 금물을 부를 때 이석원은 언제나 비슷한 레파토리의 말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여러분들 결국 모두 헤어질거라고, 지금 계시는 분들 모두 언젠가 끝이 있을꺼라고. 하지만 이 노래의 진짜 메세지는 능룡이가 부를꺼라고 덧붙인다. 노래가 끝에 다다르면 기타리스트 이능룡은 머뭇거리면서 조심조심 노래를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별이 되어가는 것이라네



음질이 좋진 않지만 유투브에서 찾을 수 있는 공연중 그래도 가장 흥겹고, 분위기가 잘 나는 영상. 루비살롱레코드 레이블쇼에 와서 무슨 날이냐고 물어보는 농담도 있다.

 

'고통과 불행이 잇따르고, 영원한 사랑이 존재하는 것도 아닌 생에서 아름다움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 이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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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12-11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앨범을 그 당시 거의 매일처럼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아, 지금 열심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이 들어서 좋을 게 없는 가사들이다'라는 생각도 했던 기억이 나고.
그래도 아름다운 앨범인 게 분명해요.

에디 2010-12-11 21:49   좋아요 0 | URL
<열심히>가 빠진 사람들에게 좋을 게 없는 가사들이지 않을까요? 어쩌면 그래서 좋은 가사일수도 있고....

니나 2010-12-13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앨범으로 듣는 것과 사람들의 환호가 섞인 것으로 듣는 건 너무나 다르네요... 반주도 더 쿵짝쿵짝 거리는 것 같고... 박수라니... 악, 이상해요... 같이합시다! 라니... 사랑했다는 말 나는 시른데 아름다운 것을 버려야 하네!!! ㅠㅠㅠㅠ 그런데 끝은 왠지 더 슬프군요...

웽스북스 2010-12-14 11:05   좋아요 0 | URL
난 그 다음...

난 나를 지켰지, 마치 아무일도 아닌 것처럼...

에디 2010-12-14 15:11   좋아요 0 | URL
전 후렴구가 끝나고 나서 1분가랑의 반주랑 허밍이 너무 맘에 들어요. 제가 좋아하는 ..... 임주연씨의 키보드가 빛나는 파트.
 




닉네임을 바꿉니다.


글래스가의 막내 아들인 '주이'는 예전부터 제가 참 애용하던 이름인데요. 문제는 너무 오래 애용하다보니, 리얼 월드의 지인들까지 절 주이라고 부를때가 있어요. (몇년전에 본 후배는 저를 '주이언니'로 저장해 두셨었다는...)


근데 전 아직 여러모로 인간관계에 미숙해서, 이런 구분을 잘 흐트러트리질 못하거든요. A에서 알게 된 사람과 B에서 알게된 사람이 서로 섞인다던가, 이런것에 굉장히 능숙한 사람들도 있는 반면에 전 그렇질 못해요. 어쩌면 평생 이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좀 불안하지만. 아무튼 혹시나, 알라딘에 들어온 나를 아는 사람들이 부디 절 모르고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네요.


에디는 스티븐 킹의 다크타워 2부에 등장하는 애송이에요. <사로잡힌 자>죠. 에디와 달리 전 (당연히) 마약도 안하고 술, 담배 등 중독성이 있는 것들과는 철저하게 담을 쌓고 지내지만 그래도 꽤 마음에 드는 인물이에요. 나약해 보이지만 담대하고. 마음씨도 예쁘고.


다크타워는 평생에 걸쳐 천천히 볼테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 책이다보니 아직 3부까지만 봐서 롤랜드가 결국엔 에디를 죽음으로 인도하는지는 모르겠어요. 물론 어떤 연유에선가 주이가 마음에 드시면 계속 주이라고 부르셔도 무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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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12-10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말씀드리면 에디보다 주이가 마음에 들어요. 하지만 에디라고 부를게요. :)

루시드폴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올라왔네요. 스위스 개그를 그렇게 쳐도 이 사람은 이런 노래를 할 때, 다시 그 익살과 닭살을 까맣게 잊고 오로지 음악에만 온 귀를 기울이게 해주는군요.

에디 2010-12-10 16:31   좋아요 0 | URL
그죠? 저도 주이가 더 맘에 들긴해요. 뭔가 발음도 더 잘 맞고..

전 좋아요 루시드폴 스위스개그.....내 취향인가? 전 가끔 혼자 개그치면 루시드폴처럼 조용히 뻔뻔하기 보단 혼자 좋아 죽는 스타일이긴한데.

다락방 2010-12-10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디로 바꾸고나면 이제 온라인상에서 슈웅- 하고 사라지는 일은 없는겁니까? 네?

에디 2010-12-10 16:3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이러시면 전남 무안합니다.

다락방 2010-12-10 17:22   좋아요 0 | URL
아 나왔네요, 스위스 개그. 전남 무안. ㅎㅎㅎㅎ 빵터졌네.
사실 좀전까지 엄청 우울모드였거든요. 울어버릴라고 했어요. 그런데 일이 아직 안끝나서 일 끝내고 울어야지 그러고 있던 참이었어요. ㅎㅎㅎㅎㅎ

'에디'란 이름으로 '전남 무안'을 말씀하시다니! ㅎㅎㅎㅎㅎ

에디 2010-12-10 18:30   좋아요 0 | URL
울고 나시면 순대국 드세요.

다락방 2010-12-10 23:55   좋아요 0 | URL
와인 따랐어요. 꿀꺽꿀꺽 마시고 기절할거에요.

에디 2010-12-11 14:12   좋아요 0 | URL
http://www.youtube.com/watch?v=hTzaa4cp1dM

사실 아무것도 모르지만..

니나 2010-12-1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디님 에디갔니? 이럴일은 없는거죠 이제? 아 즐겁다.. ㅋㅋ

에디 2010-12-11 14:11   좋아요 0 | URL
이건 스위스가 아니라 이북개그 같아요! ㅋ

에디 2010-12-11 14:30   좋아요 0 | URL
제 프로필 사진 아래 보세요...

웽스북스 2010-12-12 16:0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아 이북 개그에 빵터졌어요!!!!!!

니나 2010-12-12 18:06   좋아요 0 | URL
가장 보통의 개그로 인생은 금물을 밀어냈...;; ㅋㅋ
난 겨울동안 에디 좀 다녀올 계획이에요. 에디님이 이제 알라딘을 지켜용~ ㅎㅎ
 

새로운 세기가 되려면 90년이나 남았지만, 아직까지 21세기 최고의 저항의 찬가. 영화 로드의 OST에 쓰여도 적절했을 것 같다. (아이가 수십년간 살아남아 어느 병원에서 눈을 떴다고 하면 스토리도 대충 맞아 떨어진다...) 운동권과 민주노총도 한미FTA에 발맞추어 바위처럼 대신 이 노래를 교육시키면 간지 좀...


MCR은 라이브를 못하기로 유명한 밴드 중 하나인데, 내한도 상당히 볼품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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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자막도 있음

Don’t be afraid. Don’t be daunted. Just do your job. Continue to show up for your piece of it, whatever that might be. If your job is to dance, do your dance. If the divine, cockeyed genius assigned to your case decides to let some sort of wonderment be glimpsed, for just one moment through your efforts, then “Ole!”. And if not, do your dance anyhow. And “Ole!” to you, nonetheless.

올레? 이 강연을 보고 잇프레이러브가 번역되어 나왔을 때 '어머 이건 사야해' 했었으나... 아무튼 목소리가 참 맘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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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12-09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앙, 저는 보다가 이야기에 몰입하지 못하고(자막을 켰는데도!) 길버트씨가 제발 손을 그만 움직이고 왔다갔다 하는 걸 그만두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말았어요. 역시 예술가는 불안한가봐요. ^-^;;

에디 2010-12-09 12:10   좋아요 0 | URL
(전 예술가는 아니지만) 제가 딱 저런 타입이에요. 아드님은 왠지 비교적 얌전히 공연을 하실 것 같은데요.

2010-12-09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9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9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9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선과 모터싸이클 관리기술
평원의 도시들
국경을 넘어
악기들의 도서관*
스탠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리큐에게 물어라*
당신 인생의 이야기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듀마키
세계의 끝 여자친구*
이와 손톱

심심해서 정리해 본 올해 사놓고 안 읽어서, 혹은 중도에 포기해서 내 양심에 가책을 주고 있는 책들.

수십 권은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소박해서 마음에 위로가 된다.


* = 앞으로 이런 책은 사지 말 것


지금 보고 있는 책은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 이런 책은 전답을 팔아서라도 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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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2-09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이님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별로였어요? 와- 감동 ㅠㅠ
전 그 책 엄청 싫어서, 이런책이 왜 베스트셀러인가 하고 침울했더랬는데, 오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 책 싫어해서 행복해요! ㅠㅠ
앞으로 이런 책은 사지 말 것!
아 멋져요!

에디 2010-12-09 09:59   좋아요 0 | URL
작가눈화가 예뼈서.....아니 사실은 TED 강연이 마음에 들어서 (이게 더 그럴듯?) 꽤 기대했는데...


치니 2010-12-09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더그라운드가 그 정도에요? 흐음.

에디 2010-12-09 11:52   좋아요 0 | URL
이제 복덕방에 치니님 전답 매물 올라와요?

다락방 2010-12-09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언더그라운드 20대 중반에 읽었지롱요! ㅎㅎ (자랑자랑)

에디 2010-12-09 11:52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 20대 중반입니다.


라고 반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