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친구가 알려준 웨스트윙의 '에인슬리 스페셜' 클립. 아니 겨우 한 시즌 드문드문 출연하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배역의 스페셜 영상이 있다니. 역대 미국 티비쇼의 여성 캐릭터 중 가장 맘에 든다는 유투브 커멘트도 있는데, 나도 상당히 동감하는편이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자랐고 로스쿨을 나와 민주당 정부의 백안관에서 법률자문을 하게 되는, '금발 미녀 공화당원' 역이다보니 에인슬리가 나오는 에피소드는 시리즈 흐름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 많지만 민주당원인 캐릭터들과 부딪히는 오밀조밀한 긴장감이 꽤 신선하다.
캐릭터의 존재 자체가 이질적이다보니 그걸 활용한 조크나 싸우는 장면이 많다.
- 그녀의 첫 등장은 샘시본이 백안관측 패널로 티비 토론에 나왔을 때. 샘) 사회자에게 오늘 상대는 누구? 사회자) 잘 모르지만 끝내주는 공화당원. 샘) 금발 미녀의 (멍청한) 공화당원 전략은 구식인데 아직도 그걸 모르나? 하지만 실제 생방송 토론에서 샘은 캐발리고 백악관 동료인 조쉬와 토비는 그 장면을 보고 너무 좋아함. (토비 '팝콘이 어딨지?')
- 에인슬리가 파티에 갔다온 옷차림으로 사무실에 왔을 때. 샘 "와우, 미국 백인들을 위한 가족 수호 어쩌고 모임?" (난 이런거 보면 빵터짐-.-)
에인슬리가 열연하는 유명한, 그리고 가장 상징적인 에피소드는 ERA(남녀평등권리에 대한 수정조항)에 대한 것이다. 샘은 그녀에 ERA에 반대하는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데, 공화당원임을 생각하면 반대할 수 있지만 그녀는 여자고, 똑똑한 여자고, 잘나가는 여자니까. 도데체 반대하는 이유가 뭐냐고 계속 들볶는다.
에인슬리는 ERA가 불필요하다(redundant)고 하다가 샘이 계속 비웃으니 제대로 반격하는 장면이 3분30초쯤 나온다.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이 당연히 자신의 권리도 보장한다는 것.
"Because it's humiliating! A new amendment that we vote on, declaring that I am equal under the law to a man. I am mortified to discover there's reason to believe I wasn't before. I am a citizen of this country. I am not a special subset in need of your protection. I do not have to have my rights handed down to me by a bunch of old, white men. The same Article 14 that protects you, protects me. And I went to law school just to make sure. And with that, I'm going back down to the mess, because I thought I may have seen a peach."
멋진 언니지 아니한가?
(사족을 달면, 에인슬리가 반대하는건 헌법의 수정조항이지 현실의 여성의 권리에 대한 법 집행이나 구체적인 법조항이 아니다)
에인슬리의 섹시함과 그 섹시함에 대해 착한 샘이 '일반적인 (수컷) 남성'과 전혀 다를바 없는 반응을 보이는데 대해 불편해하는 여성 백악관 직원들과의 마찰도 있는데 (샘이 억울해하고 에인슬리가 샘을 변호해준다), 역시 굉장히 흥미로운 논쟁.
반대로 커맨드 인 치프에는 여성 공화당 대통령이 ERA를 찬성하는 에피소드가 있다고 들었다. 이 드라마는 볼 생각이 전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