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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캐서린 케첨 지음, 정준형 옮김 / 도솔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읽은 금태섭의 『디케의 눈』 유전자 감식과 오판 부분을 읽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1984년 미국의 여대생이 아파트에 침입한 괴한에게 강간당한 사건이다. 용의자를 정확히 짚어낸 그녀의 회상이다. “그가 범인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도 없었습니다. 저는 절대적인 확신을 갖고 증언대에서 그가 저를 강간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녀와 용의자로 지목된 그는 그 이전엔 아무런 연관이 없으므로 모함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11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하지만 11년 후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확실한 범인으로 지목된 그는 무죄였던 것.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할까? 하며 신기해하던 참이었다.
물론 이 책은 위 사례와는 다른 과거에 대한 거짓 기억에 대해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뇌가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상이나 기억은 계속적으로 변화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비슷하다고 본다.
13가지의 사례들은 가히 놀랍다. 사람들의 기억이 거짓말처럼 변화되는 과정은 놀랍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읽으며 다행이라 여긴 점은, 우선은 모든 사람이 이런 고통에 휘말리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심리치료사(대부분이 아닌)들의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에 한해서 나타나는데, 심리치료의 여러 방법들과 심리치료사들의 섣부른 판단이 심신이 약해진 환자들에게서 거짓 기억을 만들도록 부추긴다. 그 과정을 상세히 담고 있는데, 예를 들면 최면요법, 치료모임, 지속적인 암시 등이다. 심리치료사들이 그녀들에게 원한 것은 하나다. ‘억압된 기억’으로부터 해방하는 것.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 그러나 떠올린 기억은 거짓 기억이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믿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녀들은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불안한 상태다. 전적으로 심리치료사에게 의존하고 있으며 그 불안한 상태를 만들어낸 저변의 억압된 기억을 찾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한다. 거기에 확신에 비슷한 논조로 환자들을 이끈다. 그러다 환상이 보이고 환상이 진실이 된다. 과거의 진실이 되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이 책이 논란을 더해줄 수 도 있고, 혹은 근친 성추행 피해자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 될 수도 있다. 허나 있지도 않은 피해로 인해 가해자가 된 사람들을 구원할 수도 있다. 그보다 더 가까운 이 책의 목적은 역시 인간 기억에 대한 연구에 있기 때문에 기억에 대한 지식을 늘려 주리라 믿는다.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활동하며 우리의 기억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은 그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뇌와 뇌신경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