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도서의 비밀 1 휴먼앤북스 뉴에이지 문학선 1
조완선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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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상정예문》은 고려 인종(仁宗) 때의 학자 최윤의(崔允儀)가 왕명을 받아 고금(古今)의 예문을 모아 편찬하였다. 모두 50권으로 되었다고 하나 지금은 전하지 않는다. 그러나 고려 고종 때의 문신·문인 이규보(李奎報)가 엮은 《동국이상국집》에 이 책을 1234년(고종 21)에 금속활자로 찍어냈다는 기록이 있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으로 추정된다.

이 소설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과 전해지지 않고 있으나 우리가 알고 있는 직지심체요절보다 앞선 금속활자본 고금상정예문, 소설의 ‘전설의 책’을 찾는 모험소설이자 추리소설이다. 영화로 친다면 고대의 보물을 찾아 나선 학자들의 모습에서 인디아나 존스와 비슷한 느낌이 묻어나고, 소설로 본다면 그 속의 숨은 코드의 비밀을 찾아내는 묘미를 지닌 다빈치 코드가 떠오르기도 한다.

보물을 찾는 여정과 그 속의 숨은 코드를 추리해 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색 600여 쪽이 넘는 두 권의 책을 다 읽은 후에나 자리를 털 수 있을 만큼 흡인력이 뛰어나다.

소설의 첫 장면은 BNF(파리 국립도서관)의 지하별고에서 시작된다. 도서관장 세자르는 이미 어떠한 경로로 전설의 책을 발견하게 된다. 세자르는 곧 이어 왕웨이와 같은 이유로 살해당하게 된다. 전설의 책이 알려지면 곤란한 나라, 독일과 프랑스. 독일은 구텐베르크보다 앞서 금속활자를 사용한 “직지심체요절”의 등장으로 자존심이 상한상태다. 더 앞선 이 책이 드러난다면 난색을 표할 것이기 때문에 프랑스와의 거래에서 이 책을 원하게 된다. 프랑스는 또한 독일로부터 반환받을 문화재들을 위해 기꺼이 포기하려 하지만 일은 그리 녹록치 않다.

해럴드의 등장으로 알 수 있다시피 살해의 배경에는 전설의 조직 ‘토트’가 개입한 것이리라고 추론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끝에 두고 봐야 알겠지만, 전설의 조직 등장은 소설의 긴장과 재미를 가져온다.

장소는 다시 한국의 강화도. 최동규 교수는 외규장각 도서 반환 협정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동안 하나의 그림을 발견한다. 그림을 남긴 사람은 조경환. 외규장각의 그림 안에 ‘비소’라는 글귀를 발견하고는 의아해 하는 최교수는 그림과 조경환에 대한 의문을 풀어나간다. 강화도의 한 괴짜노인에게서 그 의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소설의 2권에서나 가능한 일, 추리소설의 묘미란 기다림에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마저도 만족한다. 조경환이 몸담았던 진권회는 금서들을 관리하던 조직.

외규장각에서도 비밀의 동굴 안에 각종 금서들을 보관해왔는데, 병인양요 전후시기에 프랑스인들이 가져가버린다. 이 책들은 파리에서 분류되어 각 곳으로 보내진다.

‘전설의 책’의 이동경로를 역 추적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발견된 조경환과, 진권회, 외규장각 등은 책의 제목을 왜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이라 칭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책벌레들의 책에 대한 사랑이 어떠했는지 알게 되는 것도 이 책의 묘미 중 하나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범인은 잡혔지만, 살해당해 죽은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하듯 책은 또 사라져버린다. 그렇지만 ‘전설의 책’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현선의 마음속에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마음에 각인되어 남을 것이므로.

저자 조완선님은 지금껏 우리의 중요하고 훌륭한 고문서에 대해 사람들이 무관심하게 대해 왔음을 시인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작성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의 중요하고 훌륭한 고문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소설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병인양요 당시 약탈당한 의궤들도 조속히 반환되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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