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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잔혹의 세계사 - 인간의 잔인한 본성에 관한 에피소드 172
기류 미사오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선조들의 말씀이 진리라는 생각이다. 물론 진리를 따르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지만... 그동안 알지만 얕게 그리고 역사의 가려진 한 부분으로 덮어두었던 사건과 인물들이 총망라해 등장한다. 기류 미사오라는 작가에 대해 호기심이 생긴다. 그동안 낸 책을 보아하니『알고 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무시무시한 처형대 세계사』,『무서운 세계사의 미궁』등 인간사의 잔혹함을 내리 추구하는 듯 보인다. 이 책은 아마도 이전의 책들의 여러 부문의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책인 듯 보인다.
책은 읽기 쉽게도 하나의 사건설명이 채 한 장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읽기 쉬웠을지 모르지만 고백하건데 더 큰 이유는 호기심이다. 이런이런... 내 안의 잔혹한 인간의 모습이 감추어져 있던 듯 호기심에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었다. 종종 보이는 삽화는 상상을 증폭시켜 주는 결과를 가져다준다.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속해 있는 이야기들이 통일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기에 각기 따로인 이야기들로 보아도 괜찮다. 사랑과 잔혹의 세계사라고는 하지만, 사랑은 빼놓고 잔혹의 세계사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 듯하다. 잔혹함이 드러나는 것으로 치면 인간의 고문과 처형의 역사를 빼놓고 논할 수 없듯이 대부분이 그 내용들로 채워진다.
고대의 함무라비 법전에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범죄의 예방보다는 처벌과 오락에 치중한 처형의 모습은 입이 벌어져 다물지 못할 만큼 잔인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단두대에서의 처형은 인도적인 처사라고 생각할 만큼 고대와 중세의 처형방법은 대단했다. 가장 대단한 점은 그 수가 너무나 다양했다라는 점이다. 다양한 만큼 소개해야할 이야기들이 늘어 이 책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중국의 능지처참을 따를 형벌이 없었는데, 최대한 천천히 죄인의 고통을 가중하는 것으로 잔혹함을 넘어서 광기를 가진 이들이란 생각도 가져본다. 드라큘라의 꼬챙이 형벌도 그에 못지않은 악형이긴 하지만...
근대 이전의 시기의 사례가 많기 때문인지 여성에 대한 차별과 처형 또한 많았는데, 그들의 죄에 대한 놀라움보다는 (마녀라든지 간음 등은 익히 알고 있으므로) 처해지는 고문이나 벌이 지나치게 성적이었다는 점에 있어서 충격적이었다. 여성의 성적인 신체부위에 가해지는 처벌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식인 풍습도 간혹 나오는데 대부분 아프리카나 섬의 원주민들이다. 죄인을 뜯어먹는 것이 처형의 한 방법이라고 소개했는데, 다른 책에서 읽은 내용 을 되새겨보면 그러한 식인 풍습은 결국 인간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동종을 잡아먹으면 뇌가 이상해지면서 죽음에 이른다고...인간의 지나친 잔혹함을 벌하는 것인가.
차마 입에 담지는 못하는 그런 과거의 일에 대해 책을 쓴 저자나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읽어 나아가는 본인이나 하는 생각은 인간이란 역시 악한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구지 못한다. 말은 잔혹하니 인간에 대한 회의니 하지만, 역시 읽는 내내 집중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감정을 뭐라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