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대화법 - 한마디로 핵심을 전달하는
류양 지음, 차혜정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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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루하루가 대화의 연속선상에 있는 사람으로 대화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하는 바가 많다. 효과적인 대화의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기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전달력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나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언제나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 찰나, 이 책의 표지가 눈에 띈다.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의 모습에 넋을 잃은 사람들. 그의 이야기에는 어떠한 힘이 있을까. 이 책을 읽는다면 나 또한 그의 모습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책은 두껍지 않다. 저자의 말대로 핵심만 가려 모아본다면 분량이 반으로 줄 것이다. 크게 왜 사람들은 말을 어렵고 복잡하게 하는가 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그 다음으로 간략하게 이야기 하는 대화법의 장점을 들어 복잡하게 이야기하는 바의 비효용성에 대해 저자의 주장을 전달하고 있다. 그런 뒤에 어떻게 간략하고 힘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방법론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부분이 핵심이라면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이 되겠다.

우선 사람들은 왜 복잡하게 말하는가? 간결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졌다라는 주장에 수긍을 하게 된다. 이글을 쓰는 나로서도 지나치게 간단한 표현이 생각의 가벼움을 나타내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목적이 모호한 경우, 생각을 정리하지 않은 경우도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 횡설수설이라는 말이 이 상황에 적합한 말일 것이다. 지루한 강의는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준비된 것인지 급조한 것인지.

상대를 사로잡을 수 있는 한 마디의 특징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정리해 본다면 몇 가지로 나열 할 수 있겠다. 우선 말하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인지를 인식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함을 물론이다. 이에 더해 상황에 대한 파악을 정확히 하여 전달방식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말, 통속적인 말 등도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특별할 것은 없었다. 다만 지극히 알고 있는 것들이라 중요성을 잊고 있었을 뿐.

그렇다면 간결하고 힘 있는 말하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은? 혀를 나중에 움직여라. 곧 생각을 충분히 하라는 이야기다. 생각 없이 하는 말이 장황하다는 뜻이겠다. 급한 말보다 중요한 말을 먼저 하라. 상식은 최고 해결사다. 때로 상식은 모든 상황을 적절히 담고 있음을 잊는 경우가 많다. 상식을 지키면 복잡한 말도 간결하게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간결한 말도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가 되어버릴 수 있다고 하니 유의해 두자. 이외에도 있는 그대로 말하기, 압축하여 말하기, 차분하게 말하기, 비유하여 말하기 등 여러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가장 중점을 둔 방법론적인 부분에서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조금 낙담하고 말았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 아냐? 하는 생각 때문이다. 저자의 말대로 상식이 가장 중요한 해결임을 이 책을 읽는 과정을 통해서 인식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대단한 방법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지만,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목적과 방법을 알았으니, 자꾸 생각을 두고 노력을 기울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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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역사 - 진실과 거짓 사이의 끝없는 공방
황밍허 지음, 이철환 옮김 / 시그마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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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법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듯하다. 인터넷 상에 오르는 흉악범죄인에 대한 자비로운(?)듯한 처사에 매번 분개하는 이들도 보이고, 법이 물러 터졌다는 말도 흔히 듣는다. 뿐만 아니라 유전무죄라며 세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적잖다. 모두 법에 대한 어느 정도의 대중 인식으로 생각해도 무방하리라 생각된다. 부정적인 평을 면치 못하지만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공감하는 법은 그동안 어떻게 이룩되고 구축되어 왔는가...이 책을 보노라면 학자적인 지식은 아니더라도 얼개를 그릴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법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 혹은 법적 지식을 우선 접해 법에 대해 어렵다고 인식하는 사람들도 두루 읽을 수 있는 법의 입문서이자, 보통 사람들의 교양서로 적극 추천할 수 있는 책으로 꼽을 수 있겠다.

책은 크게 법정 편과 심판 편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법정 편에서는 법의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인 법원, 구성원인 재판관, 검찰, 변호인, 소송당사자, 그리고 법정 문화에 이르는 세부 사항을 옛 모습과 오늘날의 모습,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법원의 역사는 근대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중국의 근대 이전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왕의 명령을 수행하는 수령이라는 존재는 지방의 행정권, 사법권을 모두 가진 존재였다. 재판을 진행하는 관청이라는 곳은 백성들에게는 두려움을 일으키는 곳이었기에,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서양이라고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교회의 종교재판은 신의 이름을 빙자하여 사람들을 핍박하는 생지옥이었다. 얼마 전 읽은 ‘사랑과 잔혹의 세계사’에서 보았던 끔찍한 삽화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중국의 사법권 독립은 영국 및 서양 열강들의 요구로 가능해진다. 개항장 부근의 외국인에 대한 재판권을 외국인에게 넘긴 것으로, 주권의 일부를 빼앗긴 상황이다. 중국은 반식민지 상태로 전락하여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지만, 이때의 기억은 법교육의 하나로 기능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갑오개혁에 실시된 사법권의 독립이 그것이다. 곧 일제의 지배로 완전히 박탈당하긴 하지만 말이다. 삼권분립을 완벽하게 추구하고자 했던 미국도 처음에는 가장 약한 부분 중 하나였다. 위험심사권을 획득한 이후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된 역사적인 사건들도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내용의 큰 줄기보다 오히려 세세한 에피소드를 읽는 즐거움이 큰 책이었다.

재판관도 마찬가지로 시간 순에 의해 그들의 위상을 살펴보고 있다. 중국은 위에서 밝힌 대로 재판관의 지위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는 이가 없었기에, 현령을 돕던 형조비장과 송사의 활동이 부각된다. 문제는 나라의 녹봉을 받는 자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때로 백성을 착취하는 부류가 된다는 점이다. 이대로 20세기까지 오기 때문에 중국의 법문화는 상당히 권위적이고 부정적인 인식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서양에서의 재판관은 왕권과 지배층의 권력에 맞서 자유와 평등을 확립하게 되는 과정으로 오늘날에도 재판관은 큰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이다. 오늘날에 이를 확연히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지 모르나, 역사적인 배경과 동서양의 법문화를 두루 살펴볼 수 있어 의미가 있다.

검찰, 변호인은 그들의 임무에 있어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검찰이 우선이 되었으며 변호인은 후에 생겨난다. 검찰과 국가에 맞서 약자인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생겨난 변호인이라는 존재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들의 직업적인 윤리 의식 측면에 대한 부분도 흥미롭다. 중국은 여전히 죄인을 변호하는 이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하며 이들이 의뢰인을 만나는 기회도 대부분 박탈당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변호인 제도를 옹호하고 있는 저자의 설득은 상당히 힘이 있었다. 책을 이루는 사건 소개들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이를 돕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뒷부분인 심사 편에서는 법관의 차림새, 법정문화, 역사속의 심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심슨재판 등 유명한 재판들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종합적으로 앞으로 나아가야할 법정의 문화를 내다보고 있는 부분이라 하겠다. 이 책의 저자 황밍허는 중국인 법관이기 때문에 중국의 모습을 대개 설명하고 유럽과 미국의 예를 비교하여 설명하는 형식을 취했다. 법에 관한 글이 재미 보다는 지식이라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의외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 흥미를 불러일으키고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설명하고 있는 황밍허의 글에 매료된 것이다. 법은 이러해야한다는 그리고 법은 우리에게 너무 소중하다는 인식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힘을 가진 책이라 생각된다. 법에 대한 인문서로 교양서로 널리 읽혀졌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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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잃다
박영광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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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가족과 사랑,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한 남자가 몸 밖으로 빠져나와 자신을 쳐다본다. 죽은 자도 산자도 아닌 상태가 된 남자는 죽음의 강을 건너기 전 마지막으로 자신을 되돌아본다. 남자가 아이인 시절부터 죽음을 맞이한 시각까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를 좇다가 울음을 삼키는 때가 많아 주욱 읽어나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를 때도 있다. 남자가 가족을 떠난 슬픔이 그리고 남은 가족들이 떠나보낸 남자를 그리워함이 애절하다.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모습이 평온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다. 허나 쏟아내는 말들에서는 아쉬움과 가족을 두고 떠나야하는 남자의 고통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채워지지 않을 자신의 빈자리를 떠올리는 장면들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들이 혼자 목욕탕에 가야하는 날을 걱정하는 장면에서 더 이상 글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 지운이는 혼자 목욕탕에 가야 한다. 아빠들과 같이 온 친구들의 웃는 얼굴을 혼자서 보아야 하고 탕 안에 같이 들어간 아저씨들의 얼굴을 바라보면서도 나를 찾아서는 안 된다. 등도 혼자 닦아야 하고 장난칠 사람도 없이 그냥 목욕만 하고 나와야 한다. 어느 날 목욕탕 아저씨가 왜 혼자 왔느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지운이는 울지도 모른다. 아저씨가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p.169” 죽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는 하나, 특별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슬픔이 전해져 와 고통이 되었다. 그건 아마도 사랑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의 빈자리는 시간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큰 이별을 당해본 경험이 없음에도 상상하게 되었고, 앞으로 내게 있을 이별이 두려워졌다. 이별이 이렇게 힘들고 슬픈 것이라면 경험하고 싶지 않다. 또 하나 시간이 이렇게 흘러갈 뿐이라면 지금에 조금 더 충실해야 한다고 다짐하게 한다. 일상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을 미리 상상하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럴지도 모르기에 현재 소중한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하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내가 생각 없이 보내는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는 오늘임을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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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으로 떠나는 세계 여행 - 홍차에서 차이까지, 세계의 모든 차 이야기 이른아침 차(茶) 시리즈 17
정은희.오사다 사치코 지음 / 이른아침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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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대로 차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 본 책읽기 시간이 되었다. 세계인들이 즐겨 마시는 ‘차’는 나라마다 다양했으며, 지역마다 특별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영국과 중국의 아편전쟁의 원인도 결국은 이 차에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중국은 세계적인 차 생산지로 예나 지금이나 유명한 곳이다. 중국인들이 기름기 있는 음식을 섭취하기 때문에 차를 즐겨 마시듯, 고기를 주식으로 하던 유럽인들도 차의 필요성에 공감했던 듯하다. 이 때 전해진 차로 인해 유럽의 ‘티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인들이 즐겨하는 차의 세계로 빠져든다.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고 특별하지만, 공통적으로 즐기게 된 차가 있으니, 커피만큼이나 사랑받는 ‘녹차’가 그것이다. 이것은 아마 녹차의 효용이 두루 유용한 이유 때문이리라. 기름기가 있는 음식을 섭취한 다음 마시면 좋고, 일본처럼 날 것을 즐겨먹은 이후에 살균하는 기능이 있어 그렇다. 더부룩한 속을 잠재우는 특징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도 즐겨 먹는 차가 녹차이다. 이렇듯 차의 종류는 그 나라의 음식문화나 기후 등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면 티베트의 소유차, 몽골의 수테차 등은 동물의 젖을 이용해 만든 차로, 추운 기후나 가축을 이용하는 그들의 생활방식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단백질 섭취를 가능하게 하는 이점도 지니기 때문에 물처럼 자주 반복하여 마시는 것이 습관이다.

이처럼 나라와 지역 사정이 각기 다르다보니, 살펴보아야 할 차의 종류도 많다. 이 책은 다양한 차의 주요 생산지와 차를 만드는 과정, 마시는 전통적인 방법과 오늘날의 모습 등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퍼져가고 있는 커피 전문점에도 밀리지 않는 모습은 세계인의 차 사랑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곳곳의 차를 취재하고 사진을 찍어 담은 저자의 차 사랑이 느껴진다. 차의 종류와 발달한 정도는 음식문화와 기후 등의 원인이 있다면 이로 인해 파생하는 결과는 사회문화적이라 하겠다.

영국의 도자기 산업이 발달하게 된 이유를 차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고, 프랑스의 살롱문화도 역시 이에서 찾을 수 있다. 보스턴 차사건으로 독립을 거머쥔 미국의 역사도 이에서 찾을 수 있다면 과장된 것일까. 차 하나로 만들어진 세계의 모습을 하나씩하나씩 찾는 과정은 재미있는 여정이 되었다. 따로 보면 음료 하나일 뿐이지만, 차로 인해 만들어진 문화, 역사, 사람들의 감정과 인식 등은 실로 엄청나다. 이 책의 곳곳을 따라 여행하고 있노라면 세계인들의 면면을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생길정도다. 얼마 전부터 떠오르는 세계인의 화두 ‘웰빙’과 함께 차 문화의 유용함 등을 살펴볼 수 있을 만한 책이 되리라 생각된다. 먹을거리에 대한 안정성 결여와 그로 인한 사회적인 우려로 심신이 지친 요즘이다. 향기가 있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차 한 잔을 음미해 보고픈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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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투스 - 로마 최초의 황제
앤서니 에버렛 지음, 조윤정 옮김 / 다른세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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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라는 나라는 강렬한 인상을 가져다준다. 본격적으로 역사를 공부하지 않았을 시절부터 내게 로마라는 나라에 대한 감정은 동경의 감정 이상이었다. 운명처럼 여겨질 정도로 매료되고는 했었지만 왜 그렇게 연연하였는지는 모르겠다. ‘아우구스투스’라는 책 제목을 본 뒤부터 그런 느낌이 다시 한 번 나를 찾아왔고,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아우구스투스는 로마에서도 손꼽히는 인물이 아니던가, 책 소개에서는 카이사르나 콘스탄티누스 대제에 비한다면 그림자와 같은 존재처럼 느껴진다고 했지만 내게는 누구보다 유명한 로마인으로 기억되어 있었다. 그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이 책을 쓴 저자의 의도대로라면 아우구스투스의 생애를 어느 책보다 확연히 알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볼 수 있었다.

아우구스투스가 출생한 가족의 배경에서부터 그가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시대 순으로 그의 행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부족한 기록의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실을 담고자 노력한 저자의 수고가 녹아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존엄한 자”라는 아우구스투스라는 명칭은 그가 36세가 된 기원전 27년에 원로원을 통해 부여받는다. 그 해에 삼두정을 함께 이끌던 안토니우스가 제거되면서 일약 로마의 제1인자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전의 시기 그리고 그 이후의 시기를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 책을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우선 아우구스투스라는 명칭을 부여받기 이전의 그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고대 지배계층의 가계를 보게 되면 알 수 있듯이, 그들의 가계 구성은 상당히 복잡하다. 게다가 양자라는 제도가 지금보다 훨씬 발달하여 더욱 그렇다. 책 앞부분에 가계도가 있긴 하지만, 워낙 중복되는 이름이 많아서 이해하려는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자꾸 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누이의 외손자로 태어난 가이우스 옥타비아누스는 어린 시절 대부분 시골에서 자란다. 어린 시절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정치와는 무관하게 자라난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이 시절 대부분의 기술은 당대 로마의 상황에 대한 것이 주를 이룬다. 카이사르가 갈리아를 정복하고 독재정권을 펼치자 이를 반대하는 공화파와 갈등하게 되는 내용은, 그 이후 시기를 이해하는데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결국 카이사르의 죽음으로 공화파가 승리하게 된다. 문제는 당시 공화파들이 원하는 대로 공화정을 유지할 수 없다는 데에 있었다. 속주들로부터 들어오는 값싼 곡물들, 오랜 전쟁으로 인한 자영농의 몰락 등은 그 시기를 앞당기고 있었다. 공화파는 승리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로마의 통치 제도가 영토를 관리하기에 너무나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알 수 있었다.”라고 기술되어있듯이, 곧 공화파는 심각한 도전을 받아야 했다. 옥타비아누스가 이 무대에 오른다. 이 때 카이사르의 신임을 받았던 안토니우스, 레피두스와 함께 또 다른 삼두정이 구축되었다. 이들은 브루투스, 카시우스, 섹스투스 폼페이우스의 공화파와 오랜 내전의 시기를 로마에 가져온다. 이후의 시기와 마찬가지로 전쟁의 역사가 될 수밖에 없는 시기가 지속된다.

공화파를 물리치는 데에는 함께 전력을 쏟았지만, 그 이후가 문제가 되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라고 했던가, 로마의 미래를 이끌어 나아갈 지도자가 이때에는 많을 수록 불리해졌다. 당시 법이 있다고 해도 넓어져 가는 영토를 효율적으로 통치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로마의 길은 둘 중 하나였다. 하나는 효율적이고 질서 잡힌 군주정이었고, 다른 하나는 태평하고 소란스러운 군주정이었다. 전자는 옥타비아누스였고, 후자는 안토니우스였다. 결국 전자의 승리로 로마는 질서를 잡았다. 안토니우스의 세기적인 스캔들의 주인공,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로마인의 불만이 옥타비아누스에게는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물론 옥타비아누스 개인의 노력에 대한 결과이기도 했지만.

안토니우스를 제거한 옥타비아누스는 카이사르의 최후를 닮고 싶지 않았다. 아니 이 둘은 너무 달랐기 때문에 카이사르의 전철을 밟지 않았다. 독재정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선포하고 모든 권한을 원로원에게 위임하였다. 그리고 아우구스투스라는 명예로운 코그노멘을 선사받았다. 물론 이는 정치적인 계산이 있는 행동이었다. 로마는 독재를 원하지 않았고, 공화정이라는 정치형태를 고집하고 있었다. 위험을 부르는 행동을 할 만큼 아우구스투스는 어리석지 않았던 것이다. 겉으로는 군주정이 아니었지만, 1인자가 된 그는 이전부터 시작된 개혁에 박차를 가한다. 당시 로마는 속주를 늘리기 보다는 국내의 여러 가지 일들에 더욱 많은 힘을 쏟는 데에 힘들 기울인다. 유럽 문화의 모체인 팍스 로마나의 시대를 열게 되는 것이다. 경찰청과 소방청을 만들고 상비군을 조직하고 도로망을 정리하고 법령을 만든다. 그 이후 로마 제국을 이끌만한 중심을 잡는 시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업적과는 달리, 그 이후의 삶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후계자로 지목한 이들은 일찍 죽거나 그를 실망시켰고 원치 않던 이가 자신을 계승하게 된다. 그답게 끝까지 인내하고 기다렸지만, 운명은 그를 떠난 듯 보였다. “피로 이어진 관계들이 결국 피를 부르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는 저자의 설명이 적절해 보인다. 자신의 피로 제국을 이어가기를 원하는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제국은 오랫동안 그의 염원대로 유지된다. 그의 오랜 노력의 결과였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아우구스투스는 전쟁의 시기인 로마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전쟁에서 승리한 경우는 거의 없었고, 그 시기에는 병져 누워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팍스로마나를 연 사람이 될 수 있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책에도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만한 요소들을 담고 있다. 추려보면 인내심과 유연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해야 할 일을 회피하지 않았고, 자기가 맡은 임무를 하나씩하나씩 끈기 있게 해 나갔다. 적을 제거할 경우조차도 기다리지 못하는 때는 없었다. 안토니우스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손잡을 줄 알았고, 기다릴 줄 알았기 때문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거기에 갖춘 유연성이라니. 절대 권력을 좋아했지만, 권력이양에 있어 개방적이었다. 권력을 쥐고 있으면 썩을 수밖에 없는 성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신임할 수 있는 친구도 부하도 그를 따르는 젊은이들도 많았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의 이러한 정치적 유연성은 죽는 날까지 그를 로마의 제1인자로 서게 한다. 적에게는 무자비했다고는 하나 대체적으로 객관적이었다는 생각이다. 글을 통해 만나 본 그는 생각과는 다른 면모를 가진 듯 보였으나, 실망시키지 않았다. 지난 2,000여 년 간 만난 인물 중 단연 최고라고 말하는 저자의 추천에 공감하고픈 이라면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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