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잃다
박영광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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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별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가족과 사랑,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한 남자가 몸 밖으로 빠져나와 자신을 쳐다본다. 죽은 자도 산자도 아닌 상태가 된 남자는 죽음의 강을 건너기 전 마지막으로 자신을 되돌아본다. 남자가 아이인 시절부터 죽음을 맞이한 시각까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를 좇다가 울음을 삼키는 때가 많아 주욱 읽어나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를 때도 있다. 남자가 가족을 떠난 슬픔이 그리고 남은 가족들이 떠나보낸 남자를 그리워함이 애절하다.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모습이 평온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다. 허나 쏟아내는 말들에서는 아쉬움과 가족을 두고 떠나야하는 남자의 고통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채워지지 않을 자신의 빈자리를 떠올리는 장면들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들이 혼자 목욕탕에 가야하는 날을 걱정하는 장면에서 더 이상 글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 지운이는 혼자 목욕탕에 가야 한다. 아빠들과 같이 온 친구들의 웃는 얼굴을 혼자서 보아야 하고 탕 안에 같이 들어간 아저씨들의 얼굴을 바라보면서도 나를 찾아서는 안 된다. 등도 혼자 닦아야 하고 장난칠 사람도 없이 그냥 목욕만 하고 나와야 한다. 어느 날 목욕탕 아저씨가 왜 혼자 왔느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지운이는 울지도 모른다. 아저씨가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p.169” 죽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는 하나, 특별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슬픔이 전해져 와 고통이 되었다. 그건 아마도 사랑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의 빈자리는 시간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큰 이별을 당해본 경험이 없음에도 상상하게 되었고, 앞으로 내게 있을 이별이 두려워졌다. 이별이 이렇게 힘들고 슬픈 것이라면 경험하고 싶지 않다. 또 하나 시간이 이렇게 흘러갈 뿐이라면 지금에 조금 더 충실해야 한다고 다짐하게 한다. 일상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을 미리 상상하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럴지도 모르기에 현재 소중한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하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내가 생각 없이 보내는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는 오늘임을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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